저흰 자녀없는 맞벌이 40대 부부인데요
평상시에 남편이랑 통화하거나 문자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퇴근할때 통화하는게 유일한 통화랄까.
서로 바쁘니까 전화로 수다 떨 시간도 없고
퇴근할때 하루 한통화가 익숙해져 있어서
가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가 오면
무슨일이지? 이런 생각부터 들 정도니까요
그런데 지난주에
출근하고 몇시간 안돼서 카톡이 왔어요
클릭해보니 뭔가 엄청 커보이는 옛날 원목장이에요
사진을 막 두장이나 찍어서 부산스럽게 카톡을 보내오더라고요
"뭐야?" 라고 묻기도 전에
" 옛날 원목 서랍 같은데 버리려나봐~ 비슷한게 몇개 되는거 같은데
이거 가져갈까? " 막 흥분해서 글을 쓰더라고요 (글 속에서 그런 분위기가 났어요.ㅎㅎ)
참고로 이런 일 흔하지 않은 풍경이에요.
첫 사진으로 봤을땐 엄청 커보여서
" 이거 너무 크고 우리한테 활용할 일이 있을까? 또 가져오는 것도
어떻게 가져오려고..." 하고 난감한 의사를 밝혔는데
조금 있다가 남편에게서 전화가 오기에
"그거 엄청 커보이는데 가져오는 것도 문제고 커서 둘 곳도 없어보여
활용하기 힘들겠는데?" 라고 말하니 남편이 그러네요
" 벌써 차에 실었어~" ...
"뭐야~ 결정도 안했는데 벌써 실었어? 근데 그게 차에 들어가??
엄청 커보이던데?"
"아~ 첫번째 사진은 내가 바로 앞에서 찍어서 커보이는 거고 실제는
그냥 적당해. 집에 있는 00서랍장이랑 비슷해~"
"근데 옛날 원목 서랍장이라 잘못하면 어디 어울리기 힘들어 보이는데.."
" 어...상태가 너무 좋아보이고 이쁘더라고.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내가 얼른 실었어! "
아주 한껏 기분 좋은 목소리로 그러더라고요.
보나마나 이런 상태면 점심 시간에 집에 가져다 놓겠구나 싶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 열자마자
바로 보이게 놔두고 갔더라고요
보니까 옛날 반닫이장 이에요. 적당한 크가와 높이여서 포인트로 놓기 참 좋고
디자인이나 색감도 맘에 들더라고요
살짝 패인 곳이 한두군데 있어서 아쉽지만 ...
열심히 먼지 닦아내고 서랍 꺼내서 닦고
서너번 닦아낸 후에 냄새도 잡고 살짝 광택도 낼겸
들기름 뭍혀서 닦아냈더니 적당한 광택도 돌고 훨씬 낫더라고요
그날 퇴근한 남편은 깨끗히 닦아놓은 반닫이장 보고 아주 흐뭇해하며
이방 저방 오갈때마다 반닫이장 들여다보고
그 앞에 앉아서 문을 열었다 닫았다
아주 맘에 들었는지 벌써부터 눈빛에 애정이 담뿍 담겼어요.
하긴 저도 맘에 들 정도니...
닦을때 보니 바닥에 받침 부분이 좀 파손됐더라고요
얘길했더니 자기가 차에 실을때 부딛혀서 그렇게 됐다고
그것만 아니면 완벽했는데! 하면서 아쉬워 해요.ㅎㅎ
뭔가 나무 묵은 냄새가 나서 문 열어두고 안에 커피가루 넣어두고
십오년전에 신혼여행때 제주도 가서 사왔던 핸드폰 고리 (약간 옛스런 모양)를
반닫이장 고리에 걸어두니 너무 너무 이쁜 거 있죠
남편도 훨씬 이쁘다고 하고요.
가져오고 하루 이틀은 아주 반닫이장 앞에서 감상하느라 바쁘더니
지금은 그때보단 좀 나아졌지만
오가며 아주 만족스런 눈빛을 보내곤 해요.
그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어요.ㅎㅎ
저는 오가며 손바닥으로 반닫이장 한번씩 쓰다듬으면서
반질반질 광나게 만져주고요.ㅎㅎ
어떤 분들이 한때 함께하며 추억을 쌓았던 반닫이장을 정리하던 시간에
때마침 남편이 지나다가 발견해서
저희한테 새로운 반닫이장으로 오게 되었네요
잘 쓰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