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소개팅 했어요.
요즘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시간도 없어서 사람 만날 여유도 없었어요
지인이 꼭 만나보라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래서 일요일 오후에 만났죠
그 분은 성격이 좋으신 분 같았어요.
이야기 나누던 중
제가 문득 궁금해져서 어떨 때 행복하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어려운 대답이라며 쩔쩔매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함께 있을 때 행복한 기분을 느낀대요.
워딩 그대로 .. 주어 생략하고 .. 함께 있을 때.
그러면서 굳은 표정으로 어렵게 입을 떼며
자기가 사실은 이혼한 적 있다고 말하네요.
저는 이미 주선자에게 들어서 이혼사유는 몰라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요즘 이혼이 흠인가요.
행복해지려고 이혼하는 거 아닌가요.
남들이 어떻게 볼까 무서워서 꾹 참고 불행하게 사는 게 더 불쌍한 삶이죠.
어쨌든,
제가 행복할 때는 자기전에 서랍에서 적금통장 꺼내서 잔고 숫자 세어보는거랑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대체불가의 실력으로 인정받으면서 업무 잘 해냈을 때 보스한테 칭찬 받는 거 거든요.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인간이라 사람들한테 칭찬받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지금 마흔 넘었지만 결혼 안했어도 같이 여행갈 친한 싱글 친구들도 여럿 있고
가족도 저 사랑해주고 지금이 만족스러워요.
혼자 잘 노는 타입이라 지금까지 살면서 연애는 여러번 했지만 그러다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했는데 그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았거나
어떤 사람이 날 좋아했지만 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거나
그런 관계의 연속이었죠.
삼십대까지는 막연히 이러다 좋은 사람만나면 결혼 하겠거니 하고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았는데
사십 넘으니까 아 이러다 독신으로 살다 하늘나라 갈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저는 결정적으로 외로움을 몰라요.
회사 업무 외에도 외부강의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24시간 늘 바빠요.
쉬는 날에는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마음 편하고
낯선 남자 만나서 예의 차리고 말 조심하는 그런 소개팅 자리도 이제는 불편하고 힘들어서 더 나가기도 싫어요.
그런데 그 남자분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최근에 오스트리아 철학자가 쓴 책을 읽었는데
여자가 나이들어서 결혼 안하는 이유는 믿음이 없어서래요.
아무리 별로인 여자라도 평생 살면서 그 여자 좋다는 남자는 분명히 한 명이라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남자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라고 하네요.
완곡하게 말했지만 결국은 네가 그런 사람이다라고 저한테 하는 말인거죠.
그 말을 들은 순간 뭔가 모르게 기분나쁜데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의 기분 나쁨이 ㅎㅎㅎㅎ
내 삶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결국은 네 인생은 결핍되어 있어.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결혼해야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죠.
본인이 독실한 크리스찬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자기가 이혼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꼭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그런건지 ㅎㅎㅎ
어쨌든 그 사람 눈에 비친 저는
인생이나 삶의 가치 속에 남자에 대한 믿음이 아예 없다고 보고 있는거잖아요 ㅎㅎ
아이고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