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혹시 전업작가로 사시는 분 계신가요?
삶에 조언을 얻고 싶어요. 오랫동안 꾸준히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네요.
저는 해외에서 작년에 돌아왔는데 그간 진행된 작업이 거의 없네요.
올 초에 예술가증명을 받았는데 여태 이렇게 실적이 없다니...
돌아와서는 일단 돈을 벌어보려고 아이들 가르친다고 동분서주했어요. 그것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간을 많이 썼어요. 그러고보니 1년간은 결국 영어 미술 선생님이 정체성이었네요.
창업 세미나에도 다녀봤지만 사업을 시작할 배포는 못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니 삶의 모습이 이전에 어울리던 친구들과는 달라지고 멀어져서 우울해하다가 그런 마음은 이제 많이 내려놓긴 했어요.
작업에 있어서는 늘 아직은 부족하고 계속 뭔가를 배워야 할 것 같고 수련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마음이예요. 인풋이라도 늘리자는 마음에 강의같은건 많이 찾아 듣긴 했어요.
하지만 작업이 즐겁고 예술 그 자체의 가치를 확신하고, 전해주거나 환기시키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시국에, 당장 나를 찾지 않는 상황에서 내 일을 묵묵히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어떻게 오랜 기간 동안 매일매일 나에게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믿고
꾸준히 작업을 지속하셨나요? 여기 여러 분야에서 일하시는 언니분들이 계시니 분명 조언 주실만한 분도 계시겠죠?
1. 먼길
'20.7.17 10:26 PM (39.122.xxx.59)전업작가 20년차에 접어듭니다
데뷔만 일단 하고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만큼 되었네요
그간 좋은일도 나쁜일도 힘겨운 고비도 많았지만
선배 작가로서 후배님께 드리고싶은 말은 이거예요
먼 앞날을 내다보지 말고 오늘만 생각하세요
이 험난한 세상에 예술가의 앞날이 밝아보일리가 없어요
미래를 생각하면 점점 자신감을 잃고 배가 산으로 가게 되니
오늘 작품활동을 하시고
오늘 해낸 일을 기쁘게 여기세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실망할일도 있지만 성과도 생기고 커리어도 쌓이고
그것들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경험도 대처능력도 생깁니다
타인의 인정보다 나 자신의 인정을 먼저 얻으세요.
하루하루 예술의 축복을 받으시길 기원합니다.2. ..
'20.7.17 10:31 PM (218.236.xxx.23)그쪽 분야는 아주 고통스러울텐데요.
3. nailvision
'20.7.17 10:51 PM (39.7.xxx.247) - 삭제된댓글선배작가님 20년동안 그 자리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자마자 눈시울이 뜨겁고 뭉클하게 전해오는 것이 있네요.
제가 비교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여기 돌아와서는 저도 모르게 자꾸 제 위치라던가 실적에 연연하고 앞날을 걱정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봤자 그런 쪽에는 소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고 예술의 축복을 받는 행복을 누리도록 할게요. 조언 감사드립니다.4. 와!!!
'20.7.17 11:04 PM (222.101.xxx.249)선배작가님, 정말 귀한글 감사합니다.
원글님 덕분에 저도 지혜를 배우고 마음에 담아갑니다.
저도 하루하루 충실하게 작은 반짝임들을 모으겠습니다.
선배작가님도 원글님도 모두 행복하시길 바라며
하시고자 하는 작품들 맘껏 하시길 바랍니다.5. 음..
'20.7.17 11:29 PM (110.47.xxx.97)사실 이런 질문들에 고민을 나눌 사람들이 옆에 많이 없죠. 이런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일상을 수행하거나 회사를 다니는 것 등의 외로움과는 좀 더 다른 일이니까요. 특별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이해받기가 어려워서요 특히 성과나 돈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마저 납득하기 어려운 순간, 현타의 순간들이 강렬하게 오죠..자괴감도 크고요..
그래서 오래 버티려면 나름 그 일에 미쳐야 되는 수밖에 없어요. 정말 좋아서 하는 것, 할 수밖에 없어서 하는 것. 자뻑은 내려두고 자각을 해야해요. 나는 그리고 있구나 나는 쓰고 있구나 나는 만들고 있구나 라는 내 직업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해야 해요. 그만큼 과거는 두고 현재만 있는 직업이 바로 이런 종류의 직업이 아닐까 가끔씩 생각해요.
물론 번잡하게 살면 가고 싶은 길 1도 더 못가게 되지만 너무 고립되거나 외롭게 살아도 무너지기 쉬워요.
아주 같진 않더라도 가는 길이 비슷하거나 그래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면 친구, 동료라면 동료가 있어야 해요.
업계 정보 등도 나누고 경험,감성,고민도 나누고 해야 일상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고 자각을 하는 것에 큰 도움과 의지가 돼요 없다면 할 수 없지만 기회가 있다면 그런 교류를 할 수 있는 분들을 되도록 떨쳐내지 말고 만드세요 꼭 외로워야만이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독은 자양분이 되지만 고립은 삶 자체를 피폐하게 만들어요
하루하루 내일 면접 가는 구직자처럼 포트폴리오를 충실히 만들고 연마하세요 그러다보면 언젠가 자신의 시간이 세상의 관심과 만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러기에 흔들리지 말고 성실하기로 해요 저도 님도
왜인지는 모르나 가고 싶어 이런 길을 참으로 고집스럽게도 가고 있는 누군가들도요.6. ㅇㅇ
'20.7.17 11:51 PM (211.186.xxx.68)저는 완성의 70~80% 에 꼭 현타가 와요.
이걸 또 극복못해요. ㅠㅠ
그래서 계속 제자리 걸음,,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고 또 거기서
마의 현타가 또 오는걸 계속 반복한지 5년정도 되었네요. ㅠㅠ7. nailvision
'20.7.18 12:12 AM (39.7.xxx.247) - 삭제된댓글네. 제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저를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는 것은 저를 포함해 누가 봐도 납득이 되지 않기에 계속 무언가를 하면서 제 정체성을 확인시켜야할 것 같아요.
정말 그랬어요. 지난 1년간은 평생 안 해본 일로 너무 번잡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비슷한 일을 하고 소통하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전혀 지속되지 못했어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제가 한심하다거나 배부른 고민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물론 그런 생각 당연하고 이해해요)점점 아무런 속내도 드러내지 않게 되었구요.
해외의 친구들은... 그냥 돌아오니 제 심경이 아무도 연락하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환경이 다르니 이제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고.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는 곳에 가서 이렇게 잘 못지내고 있다니 싶어서... 하지만 이제는 소통하기 위해 노력 하지 않으면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 정도로 힘들어졌네요.
한때 다른 일을 찾아보며 생각했어요.
내가 하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하는 당위성은 없지만
영영 접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좋은 경험을 나눠주시고 충고해주신 두 분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고두고 보고 읽으려구요.8. ㅡㅡㅡ
'20.7.18 12:33 AM (49.196.xxx.137)저는 외국인데 야설이나 써볼까 가끔 그래요
어디 보면 책 쓰게 코칭해 주는 거 있어요 출판까지 하게끔..
그런 거 참여 해보셔도 좋겠습니다9. ㅇㅇ
'20.7.18 12:35 AM (211.186.xxx.68)그럼에도 또 오늘 작업을 할 수 있는건 어제 보다 1cm나아 갔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버팁니다.
함께 힘내봐요 ^^10. 30년째 제자리
'20.7.18 12:36 AM (119.64.xxx.75)대학때 전공을 정하고 그때부터 그 일을 한번도 머릿속에서 지워본 적이 없어요.
나름 결혼전에는 촉망받는 대열에 끼일랑말랑 ㅎㅎ했었는데 결혼과 동시에 출산 육아...3남매 엄마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특히나 남편의 지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제가 하는 작업이 현재는 경제적 도움도 안되는데 아이들이 아프고 힘드니 몸은 매어있지만 가슴속은 더 작업하고 싶은 열정만 타오르고 있어요.
잊지않고 조금씩 남의 작업실이라도 가서 이어가는 중이에요. 관련카페 가입해서 요즘 돌아가는 일들도 들여다보고요. 다른사람들 작업도 찾아보고.. 다행히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으로 많은 지식적인 부분을 얻게 되어 좋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아니, 시작은 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꿈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나이 오십도 괜찮네요.
정체성 얘기를 하셨는데..
저도 제 정체성에 대해 이 작업을 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가 인정해주기 전에 저 스스로 인정하는거죠 뭐11. 음
'20.7.18 9:02 AM (125.179.xxx.20)전 작업놓고 아이들 가르쳐요ㅜ
재밌긴 한데 힘드네요..
언젠가 작업할 수 있을지12. nailvision
'20.7.18 10:28 AM (175.223.xxx.21) - 삭제된댓글모두 힘내시고 오늘도 원하시는 작업 조금이라도 진행하시는 시간 되시길 바래요.
40대 이상 작가분 작업 진행, 여러가지 정보, 소소한 이야기들 나누는 온오프라인 모임을 만들고 싶네요. 눈에 보이지 않고 실질적이지 않은 것들로도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