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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존감
이제야 조회수 : 1,593
작성일 : 2020-07-13 23:52:48
친정아버지께서 저 결혼할 때 함 들고 온 남편에게 저를 가리키시며, 저 아이가 겉으로 덤덤하고 살가운 성격은 아닌데 속이 깊고 무엇보다 꼬인 곳이 없어 인정할 건 정확히 인정하고 칭찬할 게 있음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하는 애다, 라고 하셨어요.
당시 저희집이 지방이라 남편이 그 날 저희집에서 자고 갔는데 남편이랑 아버지가 술 한 잔 하는 동안 저는 먼저 자다가 물 마시러 나오며 들은 얘기니 아버지는 제가 들었다는 걸 모르셨을 거에요.
아버지랑 데면데면한 사이여서 그런 말씀을 하실 줄 몰랐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남편이랑 이십년 가까이 살다보니 남편에게 딱 정반대 기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네요. 제가 무슨 얘기를 해도 일단 부인하고 근거가 명백해도 우기다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제가 백퍼 맞는 상황이라면 그냥 말을 안해요. 그리고 저랑 관계있다 싶으면 일단 폄하하는데 나중에 나와 무관하고 자기 피붙이와 연관있는 일이면 갑자기 말을 바꿉니다.
나를 싫어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도 있지만 더 큰 건 저에 대한 열등감이었다는 걸 이제 알겠네요. 저는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은 인정하고 칭찬도 하거든요. 제게 꼬인 점이 없다, 라는 아버지 말씀은 제게 열등감이 없다는 의미라는 것도 이제야 알겠네요. 진작에 알았다면 쓸데없이 상처받지 않고 불쌍히 여겼을텐데 쌓인 게 너무 많아 관계가 무너진 다음에 깨닫다니 참 부질없네요.
IP : 223.62.xxx.4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진정한 자존감
'20.7.14 12:07 AM (112.168.xxx.51)2. ㅇㅇㅇ
'20.7.14 12:09 AM (110.70.xxx.205)귀한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열등감, 제 주변에도 싫은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는 사람이 있지요.
원글님의 아버지가 딸을 잘 헤아리고 계셨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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