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보다가 혈압오를것 같아서 안 보거든요...
여러가지 상황이 그렇지만 전원일기를 보면서 가장 참기 힘들었던건
그 당시 모범 드라마라고 칭송했던 그 드라마가 실은 여자들 특히 힘없고 젊은 여자들을 도리라는 이름으로
일꾼으로 착취해서 지탱되어지는 사회였다는거...전원일기 보면서 얻은 결론은 그거였어요.
그리고 그 여자들은 본인들이 착취를 당해도 당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살아요. 전원일기는 그게 제일 답답하더라구요. 정말 저 시대에는 여자들의 착취를 저렇게 여자들 스스로도 당연하게 모두가 받아들였던가...단 한명의 여자도 다른 생각을 하던 시골여자는 없었던가...이런 생각도 들었구요..
얼마전 전원일기 글에 쓴 댓글이기도 한데....
복길엄마는 하루죙일 소처럼 일을 합니다. 동네 아무도 안하려는 소똥 치우는 일도 웃으면서 해요. 돈때문이죠.
시집와서 보니 가난가난한 집인데 시애미는 시애미노릇 한다고 반찬타령하고 집안일은 커녕 밭일도 안 해요. 나이가 60도 안 될텐데요. 일용이는 복길엄마가 여성스럽지 않고 소처럼 산다고 또 구박입니다. 가끔 손찌검도 하구요. 근데 그 복길엄마가 드디어 땅을 사라고 돈을 내 놓아요. 그런데 그때 또 일용이랑 시애미가 구박을 해요. 드디어 김회장 안방에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그 구질구질 가난했던 일용네가 드디어 땅주인이 되는 겁니다. 근데 그 장면에서 내 눈을 의심했어요. 그 계약서를 쓰는 방에 복길엄마 빼고 일용이랑 일용엄니만 있고 계약서 다 쓰고 나니 다들 일용과 일용엄니에게 엄청 칭찬을 합니다. 더 황당한건 일용과 일용엄니는 둘의 노력으로 그 땅을 산 것처럼 말을하고 화면이 바뀌고 복길엄마가 혼자서 계약을 잘 하고 있나?하며 걱정하는 장면이 나와요. 진짜 저 시대가 저랬나요? 시대가 그런거였으면 거지같은 시대고, 저 드라마에서만 그런거면 거지같은 드라마에요.
일용단독명의이고 일용이가 바람이라도 나서 이혼하면 복길엄만 그냥 맨몸으로 쫒겨 나는거죠.
우리가 요새 살기 힘들다 해도 그 거지같은 시절보다는 낫다 싶고 이 에피부터 저 드라마를 보는건 전파낭비다 판단하고 안 보네요...
요새 아들과 딸을 보거든요..
이건 시대배경이 69년도 전후니까 어쩌면 전원일기보다 더 오래전의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더 가부장적이에요...돈 한푼 안 벌어오는 한량백수남편 둔 정혜선은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억척스러운 아줌마이고...그런 정혜선이 번 돈으로 백일섭은 버젓이 행세하고 다니고요...
귀남이 하나를 위해 딸 5명은 중학교 이상은 학교도 안 보내고...귀남이보다 훨씬 우수한 후남이를 끊임없이 누르고 눌러대는 엄마 정혜선,, 특히 딸들이 돈모아서 집안 대들보인 귀남이 대학 뒷바라지 하나 못해주냐고 후남이와 종말이를 닥달을 하죠...
후남이는 폐병에 방통대에 직장생활에 귀남이 뒷바라지 살림까지...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전원일기와는 결이 완전히 달라요. 후남이 언니는 딸 둘을 낳고 엄마처럼 키우지 않겠다고 하고....후남이는 서울로 도망쳐 와서 여러 위험을 이겨가면서 결국 꿈을 이룹니다. 종말이도 엄마품에서 나와서 위태위태하기는 하지만 본인 인생을 어쨋든 개척하고요...나중에 귀남이랑 결혼한 성자도 딸 둘을 낳지만 이 집안 여자처럼 키우지 않을거라고 말을 해요.
물론 90년도 초반에 방영을 했으니 시대적 배경이 69년도 전후라고 해도 90년대초반의 분위기가 들어갔을수도 있지만 ...
여자들의 착취로 유지되던 가부장의 사회를 힘없는 여자들이 정면으로 깨가는 모습들...당시는 이런거 저런거 없이 후남이 구박받는거랑 최고의 신랑감인 석호랑 잘되는거...종말이 귀여운거 특히 그 다방 dj랑 연애할때 웃견던거 이런거 위주로 봤던거 같은데...3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이제 다른 싯점으로 봐지네요..
그리고 작가가 참 섬세하다고 생각한게요...귀남이가 돈에 쪼들리니까 과외를 해요. 그런데 그 대상이 여학생 둘을 가르치는 겁니다. 귀남이가 이걸 무척 신기해해요. 아들도 아닌 딸을 이렇게 열심히 공부시켜 대학보내는 세상을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거죠.엄마인 정혜선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 " 딸(여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 그저 남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수준..그래서 공부 가르쳐봤자 대들기만 하니 중학교 이상은 보낼필요없고 집안일이나 시키다가 시집보내면 되는 존재...로만 인식했을 딸을 같은 대한민국 아래에서 아들못지않게 귀하게 공부시키는 엄마들도 있다는걸 경험하게 되는거죠.
30년이 지나 어느정도 인생 살고 드라마를 다시보니 아들과 딸은 그 드라마 그대로 다시 방영해도 지금의 여자들에게 다시 보여줘도 너무 좋을 드라마에요...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건.....후남이가 결혼후 방을 걸레질 하는데 그 방에서 그 따뜻하고 배려심많은 석호도 신문만 보더라구요. 후남이도 직장생활하고 살림하는건데 90년대 초반만 해도 남자들이 집안일은 정말 안 했구나 하는 모습도 알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