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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이 더 지났어도 기억이 생생한 고향의 바윗돌 2점

꺾은붓 조회수 : 762
작성일 : 2020-05-30 08:39:17

     60년이 더 지났어도 기억이 생생한 고향의 바윗돌 2점 

1. 어린이 놀이터 겸 동네 사랑방 바위

눈만 뜨면 배가 고팠던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다 쓰러져가는 초가3칸 우리 집에서 50여m 쯤 내려가면 전후좌우 4면의 밭 가운데에 농로 4거리가 있고, 농로보다 조금은 넓은 4거리 한가운데에는 표면이 매끄러운 바위(가로 2m, 세로 1.5m, 높이 1m쯤 되는)하나가 지면이 높은 쪽은 흙 속에 뿌리를 박고 낮은 쪽은 큰 수박덩이만한 둥근 돌 3개가 바쳐져 있었다.

윗면이 조금 울퉁불퉁하지만 그런대로 어린것들 네댓 명이 올라앉아 재잘거리며 놀기 알맞은 놀이터였고, 밭일하던 어른들이 올라 담배한대 피우고 땀을 식히시던 노천 사랑방이었다.

10여 년 전 고향생각이 나서 아내와 같이 고향마을을 찾아갔으나 8살 어릴 때 떠났던 고향집에는 말끔한 현대식주택이 들어서 있었고 마당한편에 있던 작은 감나무는 노목이 되어 쓰러지기 직전이었고, 변치 않은 것이라고는 어릴 적 놀이터 바위뿐이었다.

산비탈 동네라 인근에는 10여 집이 멀리 떨어져 드문드문 있었던 마을이다.

내가 살았던 집터에 있는 현대식주택에 들어가서 물 한잔을 얻어 마시며 어릴 적 얘기를 해 봐야 10여 년 전에 그 동네로 이사를 와서 우리가 살았다는 얘기는 들어도 못 봤다고 했다. 아마 50여년 사이에 집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것 같았다.

아내와 같이 바윗돌에 올라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어릴 적 바위에 앉아 놀던 얘기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5년 전인가 다시 고향집을 찾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현대식주택은 온데간데없고 대리석으로 잘 지은 큰 절(사찰)이 들어서 있었다.

서울은 물론 전국이 천지개벽을 하는 데 내 고향마을이라고 변치 않겠는가?

그리고 사람둘이 간신히 비켜갈 수 있었던 농로는 승용차2대가 교행을 할 수 있는 넓이로 확장되어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었고, 4거리 한 가운데 있었던 어릴 적 놀이터 바위는 온데간데없고 표면이 거친 농구공보다 조금 큰 바윗돌 하나가 4거리 한편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었다.

내 짐작컨대 그 바윗돌은 선사시대에 사셨던 먼 윗대조상님의 유골이 잠 드신 고인돌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 고향마을이 이렇게 하나 둘 지워지는구나.

오직 내 머릿속에만 있을 뿐이다.

내가 지워지면, 고향마을은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지겠구나! 

2. 장수발자국 바위

우리 집(충남 당진군 송악면 가학리)에서 큰댁(큰 할아버님 댁; 당진군 신평면 한정리)은 당시 어른들 말씀으로 30리 길 이라 했다.

할머니 뒤를 종종걸음으로 뒤따라 한 해에 서너 차례 큰댁을 갔다 오곤 했다.

가학리 동네를 벗어나면 “강대고랑”이라고 하는 산 사이길이 나오고 그 산길을 얼마정도 가면 “장수발자국”이라고 하는 바윗돌이 있었다.

크기는 우리 집 앞의 어린이 놀이터 바위만 하고 겉은 울퉁불퉁 거칠기가 꼭 제주도의 돌과 같았다.

하지만 제주도 돌이 검은데, 장수발자국 바위는 빛바랜 회색이었다. 

그 바위 위에는 선명한 사람발자국 2개가 5~10cm깊이로 푹 들어가 있었다.

한 발자국은 어른발자국만 하고, 작은 발자국은 7~8세 어린이 발 크기만 했다.

발자국이 만들어지고 나서 수억 년의 세월이 흘렀으련만 방금 전에 진흙에 찍어낸 발자국 같이 선명했다.

그 발자국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었고, 그 물을 떠서 마시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곳을 지날 때면 항상 손을 오므려 그 물을 떠 잡수셨고 나보고도 떠먹으라고 하셨다.

어릴 적 그 물을 여러 차례 조막손을 오므려 떠 마셨건만 지금은 온 몸이 종합병동이나 다름없으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하나?

오늘날과 같이 물을 담아갖고 다닐만한 그릇이나 통도 없었고, 얕은 산길이라 계곡물도 없어 3십리 길을 가자면 물을 마셔야 하는데 장수발자국에 담겨있는 물이 그나마 나그네의 목마름을 달래주는 옹달샘과 같아 그런 전설이 생겨났으리라.

추측컨대 지구에 사람이 처음 나타나고 나서 화산이 터져 용암이 흘러내릴 때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손을 잡고 가다 아직 굳지 않은 불덩이 용암을 밟아 두 개의 발자국이 생겨났으리라 생각된다.

그 두 원시인아버지와 아들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으리라. 

10여 년 전 고향집을 찾았을 때도, 5년여 전에 고향집을 찾았을 때도 그 강대고랑에 있는 장수발자국바위를 가보고 싶었지만 어릴 적 큰댁을 가던 산길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밀림이 형성되어 찾아갈 방법이 없고, 주변에서 농삿일하는 농부들에게 물어보아도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다. 

내 추측컨대 그 바위는 내 어릴 적 놀이터였던 바위와 같이 함부로 깨트리거나 파손할 바위는 아니다.

누군가 눈치 빠른 사람이 자기 집 정원으로 옮겨 놨거나, 아니면 어디 박물관이나 전시실 같은 데로 옮겨져 관람용으로 전시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서 읽으신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혹시 충남 당진이 고향이신 분들 중에 장수발자국 돌의 행방을 아시는 분이 댓글로 그 곳을 알려주시면 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제 고향을 찾아 주신 것이니 어찌 감사해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돌이 지금도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어디인가에 보존되어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IP : 119.149.xxx.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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