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집밥인 듯 집밥 아닌 집밥 같은 어제 저녁밥 feat. 우체국 쇼핑

... 조회수 : 1,478
작성일 : 2020-05-28 10:03:59
혼밥해먹고 사는 나이 많은 스뎅 미스입니다.
원치않은 집콕 생활을 수개월 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장금이 놀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퇴근시간이 다소 늦은 자영업자라 집밥은 기껏 저녁 한끼이나 제대로 먹는 한끼가 고작 그뿐이라 집콕 하는 동안은 열심히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1인분 냄비밥도 능숙하게 되었지만, 매일 그렇게 하기엔 점점 귀찮고 꾀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슬기롭지 못한 집콕 생활의 장보기는 쿠팡과 우체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쿠팡이야 그냥 탄산수, 커피나 궤짝으로 사들이는데 사용하고, 우체국 쇼핑이 거의 취미생활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모든 품목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성공작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 그그저께 도착한 연잎밥, 어제 도착한 메추리알 장조림에 대천김 잘라 놓고, 미역 냉국만 후다닥 10분만에 한그릇 만들어 먹었습니다.
번듯하게 잘 차린 집밥 한상이었지만, 제가 한거라곤 미역 냉국 한가지...
3개월간의 우체국 쇼핑의 걸작이 몇가지 있긴 하지만, 제게는 이 연잎밥이 최고 걸작 같습니다
같은 무게의 햇반보다 무려 두배 이상 비싼 밥이지만, 전자렌지에서 해동시키는 동안 이미 우아한 연잎향이 부엌을 가득 채우면서 설레게 만드는데,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 기품이 당당해서 오로지 연잎밥 하나로 최고급 한정식집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현미라는데도 쫀득하게 찰기가 많아서 주문을 잘못했는 줄... 
현미찹쌀이라는 언급은 없는데도, 내가 해먹던 현미밥과는 완전히 다른 질감

도착한 날 바로 하나 녹여먹었을 때는 해물된장찌게, 양념 게장, 홍어무침이랑 먹었더니, 너무 짙은 반찬들이 연잎밥의 풍미를 해치는 것이라 어울리는 담백한 반찬류를 검색했지만, 마땅치가 않았는데, 어제 조합은 제 입맛에는 너무나 환상적이었습니다.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맛있었던 메추리알 장조림까지... 달지도 짜지도 않고, 노른자 향이 은은했던 메추리알.

당분간 질릴 때까지, 이렇게 해먹지 싶습니다.
연잎밥 비싸서 살까말까 고민하다 구매 버튼을 눌렀는데, 비싸도 이건 계속 사먹을까 합니다.
제가 우체국 쇼핑에서도 세일 품목만 골라사서 너무 좋았던 것들도 세일이 아니면 재구매도 안하는 쫌생이인데, 연잎밥은 세일도 안하는데, 너무 좋습니다.
다 먹고 배부른데도, 너무 맛있어서 무려 한시간동안 하나 더 녹여 먹을까 말까를 계속 고민했었다는... ㅎㅎㅎ

나이를 먹으니 생각이나 행동보다 입맛이 먼저 꼰대가 되나 봅니다.
심지어 몇달간 내손으로 해먹은 음식만 억지로 먹었더니, 이제 배달음식, 식당음식을 못 먹을 지경이 됐다는...
치킨, 떡볶이, 부대찌개가 싫어서 못 먹겠고, 담백한 음식이나 찾는 꼰대 입맛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참고로 우체국 쇼핑에서 제가 건진 걸작들은 점심 대용으로 사보았던 견과류바, 깨강정, 명인이 만들었다던 우엉, 연근 부각, 토종순대 등등입니다. 근데 쿠폰 세일 때 사서 좋았지만, 정상가로는 추가구매는 못하고 있습니다. 비싸서 ㅠㅠ...
그냥 저냥이었던 건, 청어알 무침, 명란젓 좋아하는데, 청어알은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김치는 여기저기 이동네 저동네 것을 사먹어봤는데, 다 그냥저냥 괜찮지만, 충성을 바칠 곳은 아직 없었어요.
최악은 돼지갈비와 마늘
돼지갈비는 자투리만 모아 놓은 것 같이 이게 갈비인가 싶었고요.
마늘은 올 때마다 편차가 커서 믿을 수가 없었어요. 중소 혼합이라고 표시됐는데 처음에는 중 사이즈가 이렇게 큰가 싶게 실하고 똘망한 마늘이 오더니 두번째는 중 사이즈는 없고 잔챙이 소짜만 잔뜩 들었더라는...
암만 갈아 놓을 마늘이지만, 기분은 별로입니다.

의외로 우체국 쇼핑이 축산물, 농산물, 해산물 등 생물은 주문하는게 좀 위험하고 반 가공, 가공 식품류가 제일 성공확률이 높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IP : 220.116.xxx.15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무
    '20.5.28 10:23 AM (114.200.xxx.137)

    맛있게 드셨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체력이 국력~~~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98253 제주2박3일. 알찬코스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4 여행초보 2020/07/24 1,702
1098252 고 장자연 사건 덮은 자 누구인가 5 ㅇㅇ 2020/07/24 1,523
1098251 남들은 다 알지만 나는 오늘 발견한 카레비법 9 카레 2020/07/24 4,006
1098250 '지인 여동생 성폭행' 작곡가 단디, 1심 집행유예로 석방 8 ㅇㅇㅇ 2020/07/24 2,558
1098249 펭수 3일전 에피 너무 좋아요 10 펭러뷰 2020/07/24 1,751
1098248 남자등에게 함부로 멋지다는 말을 하면 안되는게 11 ㅇㅇ 2020/07/24 5,305
1098247 주식 얘기가 나와서.... 38 바이오 2020/07/24 6,605
1098246 수박한통 손질하는데,,한나절 ㅠㅠ 걸림 24 수박 2020/07/24 6,252
1098245 대입지도 온라인 학부모 연수 신청을 못했어요 5 미안 2020/07/24 1,241
1098244 이혼시에 재산분할이 남자쪽에 유리한게 사실인가요? 10 .. 2020/07/24 3,530
1098243 대학원 입학사실을 미리아는거가 그리 문제에요? 19 ..... 2020/07/24 2,419
1098242 얼마전부터 왼쪽 엄지손가락을 굽힐때 아파요 4 ㅇㅇ 2020/07/24 1,928
1098241 조국 지지자분들께 묻고 싶어요 21 ... 2020/07/24 2,251
1098240 코바늘 뜨기 어느정도 해야 할까요? 7 고수님들 2020/07/24 1,350
1098239 참 귀여운 아이. 6 .. 2020/07/24 2,127
1098238 화이트와인은 냉장고에 넣어두는건가요? 10 .. 2020/07/24 3,961
1098237 오늘 비 많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5 ... 2020/07/24 2,301
1098236 종일 옥수수 5개만 먹었어요 14 루비 2020/07/24 4,966
1098235 서동주(서세원딸) 인터뷰 보셨어요? 76 ... 2020/07/24 34,576
1098234 비빔밥 야채 따로따로 볶나요? 6 dd 2020/07/24 1,478
1098233 신풍제약 실시간 하한가 직행 봤으 9 우수수 2020/07/24 4,026
1098232 4인가족 타월 몇장정도 갖고 계신가요? 17 ... 2020/07/24 3,353
1098231 중3 고등 수학 선행 어찌할지 고민돼요. 12 고민 2020/07/24 3,096
1098230 친정으로 돈을 많이 보낸걸 7년만에 알게된 경우. 55 생각의기준 2020/07/24 25,029
1098229 손에 가시박혔을때 2 2020/07/24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