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심인보기자. .한만호비망록

ㄱㅂ 조회수 : 1,116
작성일 : 2020-05-15 17:39:18


#뉴스타파_심인보_기자님의_글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 무려 1,200페이지의 노트에 손으로 갈겨 쓴 기록을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한만호는 그 안에서 계속 절규하고 있었다.

검찰은 한만호가 출소하기 며칠 전 감방을 압수 수색해 비망록을 모두 빼앗아갔다. 자기들이 독점한 뒤 분석해 필요한 부분만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장이 그렇게 하지 말고 모두 제출하라고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기록은 영원히 검찰청 캐비넷에서 잠들었을 거다. 검찰에 유리한 내용만 알려진 채.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그의 사적인 인생이었다. 땅부자의 아들, 금수저로 태어나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은 검찰을 만난 뒤 완전히 꺾였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도 사실상 버림받았다. 그가 지인들에게 쓴, 애절하고 안쓰러운 편지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한명숙과 무관한 그의 잘못 때문이다.)

출소해 재기할 날을 그렇게도 기다렸건만 출소 이후에는 검찰에 괘씸죄로 낙인찍힌 업보가 그의 남은 인생을 집어 삼켰다. 그가 위증죄로 두 번째 구속을 당하자 연로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자신도 홧병을 이기지 못해 다시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숨졌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봤지만 사진 한 장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두 님께 의뢰해 몽타쥬를 그렸다. 고맙게도 재능기부를 해주셨다.) 비록 한 때 비겁했지만, 검찰과 맞서 싸운 사람의 처참한 말로다.


비망록 가운데 일부는 한만호의 법정 진술로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 나온 내용도 많다. 검찰은 이 비망록 전체가 한만호가 자신의 진술 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 낸 거짓말이라고 봤다. 그러나 전체를 다 읽어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두 장도 아니고 무려 1,200페이지의 글을 손으로 눌러 쓰면서 그걸 다 거짓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매우 드물 것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손으로 쓴다는 행위의 속성상 그렇다고 믿는다. 특히 비망록 가운데는 진술 번복 이전에 쓰여진 부분도 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진술 번복 이전의 기록에서도 한만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뇌한 흔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한만호의 비망록이 진짜라고 해서 그것이 곧 한명숙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 시즌2의 목적지도 거기까지는 아니다. 다만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남아 있다. 그 사실들이 어쩌면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
IP : 175.214.xxx.2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0.5.15 5:40 PM (223.62.xxx.171)

    어제 방송보고 너무 가슴아팠어요.
    나쁜인간들

  • 2. 다음주에
    '20.5.15 5:42 PM (175.117.xxx.127)

    중요한 부분이 나올꺼같아요~~

  • 3. 명박이한테
    '20.5.15 6:03 PM (119.70.xxx.20)

    쥐박이놈한테 어이없게 당하신것 같애요, 쓰레기 검찰놈들, 천벌받을거다 이죽일놈들아

  • 4. 참기자
    '20.5.15 6:03 PM (221.154.xxx.186)

    심인보 기자님, 응원합니다.

  • 5.
    '20.5.15 6:07 PM (121.160.xxx.94)

    이렇게 오늘 역사가 새로 쓰여지네요
    응원 합니다

  • 6. 2심
    '20.5.15 6:08 PM (211.219.xxx.81)

    유죄 때린 판사는 그 유명한 정형식

  • 7.
    '20.5.15 6:21 PM (210.99.xxx.244)

    한만호씨는 돌아가셨는데 시시타파기자가 증인찾았다고

  • 8. 상상
    '20.5.15 7:24 PM (118.220.xxx.224)

    이런 기자님이 계시다니 , 심인보 기자님 , 응원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89513 사이즈 26이면 55인가요? 비온다 2020/06/29 1,691
1089512 육아를 해도 허무한데 어쩌죠 6 허무 2020/06/29 2,395
1089511 日 몰염치 세계 최상위..강경 발언 이유는? 15 왜구박멸 2020/06/29 2,430
1089510 4.50대 여성 에코백 쇼핑몰 추천해 주세요. 14 에코백 2020/06/29 5,910
1089509 알고보니 개미만 주식 양도세…기관·외국인 웃는 세제개편 - 21 헐~ 2020/06/29 2,748
1089508 고2 딸아이가 생리를 오래해요 5 ㅇㅇ 2020/06/29 2,267
1089507 간혹 과일씨로 과일나무로 까지 키운 분들이 있던데... 19 ... 2020/06/29 4,431
1089506 청주공항에서 천안비렌티웨딩홀가기 1 2020/06/29 828
1089505 와 미친 김치냉장고 싹 청소했어요ㅠㅠ 6 궁금하다 2020/06/29 4,362
1089504 정형외과 DNA주사(PDRN)가 무엇인가요 3 정형외과 2020/06/29 2,315
1089503 성장판 닫히면 이제 안크는거겠죠? 9 156 2020/06/29 2,952
1089502 민주당 이상직의원 이스타항공건 쇼하네요. 19 이스타 2020/06/29 2,253
1089501 집에 차가 2대 이상이면.... 3 2020/06/29 3,353
1089500 아휴, 옆집 스트레스 받아요. 23 ㅎㅁ 2020/06/29 14,328
1089499 베스트 보니까 다 필요없네요 16 인생 2020/06/29 7,416
1089498 여자가 생긴거겠죠. 19 2020/06/29 7,102
1089497 아이가 사시인것 같아요...대학병원 알려주세요. 6 가을 2020/06/29 1,756
1089496 침대 다시살까 고민중 12 -- 2020/06/29 3,011
1089495 맛있는 음식 없을까요 (고기× 회 x) 11 유후 2020/06/29 2,082
1089494 임대비율이 높은 아파트는 안오르네요 3 ..... 2020/06/29 2,259
1089493 쿠션좋은 실내용 패브릭 슬리퍼 추천 좀 3 슬리퍼 2020/06/29 1,405
1089492 통합당은 발목잡기 말고 실력을 키워야죠. 4 .. 2020/06/29 713
1089491 다림질도 앉아서 하기 힘들어요 12 갱년기 2020/06/29 2,276
1089490 주식 양도세 생겨도 외국인 안 빠져나가요 12 노워리스 2020/06/29 1,721
1089489 너무 지겨워 돌아버릴것같아요 23 ㅜㅜ 2020/06/29 7,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