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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보기자. .한만호비망록
ㄱㅂ 조회수 : 1,119
작성일 : 2020-05-15 17:39:18
#뉴스타파_심인보_기자님의_글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 무려 1,200페이지의 노트에 손으로 갈겨 쓴 기록을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한만호는 그 안에서 계속 절규하고 있었다.
검찰은 한만호가 출소하기 며칠 전 감방을 압수 수색해 비망록을 모두 빼앗아갔다. 자기들이 독점한 뒤 분석해 필요한 부분만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장이 그렇게 하지 말고 모두 제출하라고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기록은 영원히 검찰청 캐비넷에서 잠들었을 거다. 검찰에 유리한 내용만 알려진 채.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그의 사적인 인생이었다. 땅부자의 아들, 금수저로 태어나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은 검찰을 만난 뒤 완전히 꺾였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도 사실상 버림받았다. 그가 지인들에게 쓴, 애절하고 안쓰러운 편지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한명숙과 무관한 그의 잘못 때문이다.)
출소해 재기할 날을 그렇게도 기다렸건만 출소 이후에는 검찰에 괘씸죄로 낙인찍힌 업보가 그의 남은 인생을 집어 삼켰다. 그가 위증죄로 두 번째 구속을 당하자 연로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자신도 홧병을 이기지 못해 다시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숨졌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봤지만 사진 한 장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두 님께 의뢰해 몽타쥬를 그렸다. 고맙게도 재능기부를 해주셨다.) 비록 한 때 비겁했지만, 검찰과 맞서 싸운 사람의 처참한 말로다.
비망록 가운데 일부는 한만호의 법정 진술로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 나온 내용도 많다. 검찰은 이 비망록 전체가 한만호가 자신의 진술 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 낸 거짓말이라고 봤다. 그러나 전체를 다 읽어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두 장도 아니고 무려 1,200페이지의 글을 손으로 눌러 쓰면서 그걸 다 거짓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매우 드물 것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손으로 쓴다는 행위의 속성상 그렇다고 믿는다. 특히 비망록 가운데는 진술 번복 이전에 쓰여진 부분도 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진술 번복 이전의 기록에서도 한만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뇌한 흔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한만호의 비망록이 진짜라고 해서 그것이 곧 한명숙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 시즌2의 목적지도 거기까지는 아니다. 다만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남아 있다. 그 사실들이 어쩌면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
IP : 175.214.xxx.2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ㅠㅠ
'20.5.15 5:40 PM (223.62.xxx.171)어제 방송보고 너무 가슴아팠어요.
나쁜인간들2. 다음주에
'20.5.15 5:42 PM (175.117.xxx.127)중요한 부분이 나올꺼같아요~~
3. 명박이한테
'20.5.15 6:03 PM (119.70.xxx.20)쥐박이놈한테 어이없게 당하신것 같애요, 쓰레기 검찰놈들, 천벌받을거다 이죽일놈들아
4. 참기자
'20.5.15 6:03 PM (221.154.xxx.186)심인보 기자님, 응원합니다.
5. 햐
'20.5.15 6:07 PM (121.160.xxx.94)이렇게 오늘 역사가 새로 쓰여지네요
응원 합니다6. 2심
'20.5.15 6:08 PM (211.219.xxx.81)유죄 때린 판사는 그 유명한 정형식
7. ㅠ
'20.5.15 6:21 PM (210.99.xxx.244)한만호씨는 돌아가셨는데 시시타파기자가 증인찾았다고
8. 상상
'20.5.15 7:24 PM (118.220.xxx.224)이런 기자님이 계시다니 , 심인보 기자님 , 응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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