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심인보기자. .한만호비망록

ㄱㅂ 조회수 : 1,127
작성일 : 2020-05-15 17:39:18


#뉴스타파_심인보_기자님의_글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 무려 1,200페이지의 노트에 손으로 갈겨 쓴 기록을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한만호는 그 안에서 계속 절규하고 있었다.

검찰은 한만호가 출소하기 며칠 전 감방을 압수 수색해 비망록을 모두 빼앗아갔다. 자기들이 독점한 뒤 분석해 필요한 부분만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장이 그렇게 하지 말고 모두 제출하라고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기록은 영원히 검찰청 캐비넷에서 잠들었을 거다. 검찰에 유리한 내용만 알려진 채.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그의 사적인 인생이었다. 땅부자의 아들, 금수저로 태어나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은 검찰을 만난 뒤 완전히 꺾였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도 사실상 버림받았다. 그가 지인들에게 쓴, 애절하고 안쓰러운 편지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한명숙과 무관한 그의 잘못 때문이다.)

출소해 재기할 날을 그렇게도 기다렸건만 출소 이후에는 검찰에 괘씸죄로 낙인찍힌 업보가 그의 남은 인생을 집어 삼켰다. 그가 위증죄로 두 번째 구속을 당하자 연로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자신도 홧병을 이기지 못해 다시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숨졌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봤지만 사진 한 장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두 님께 의뢰해 몽타쥬를 그렸다. 고맙게도 재능기부를 해주셨다.) 비록 한 때 비겁했지만, 검찰과 맞서 싸운 사람의 처참한 말로다.


비망록 가운데 일부는 한만호의 법정 진술로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 나온 내용도 많다. 검찰은 이 비망록 전체가 한만호가 자신의 진술 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 낸 거짓말이라고 봤다. 그러나 전체를 다 읽어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두 장도 아니고 무려 1,200페이지의 글을 손으로 눌러 쓰면서 그걸 다 거짓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매우 드물 것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손으로 쓴다는 행위의 속성상 그렇다고 믿는다. 특히 비망록 가운데는 진술 번복 이전에 쓰여진 부분도 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진술 번복 이전의 기록에서도 한만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뇌한 흔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한만호의 비망록이 진짜라고 해서 그것이 곧 한명숙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 시즌2의 목적지도 거기까지는 아니다. 다만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남아 있다. 그 사실들이 어쩌면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
IP : 175.214.xxx.2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0.5.15 5:40 PM (223.62.xxx.171)

    어제 방송보고 너무 가슴아팠어요.
    나쁜인간들

  • 2. 다음주에
    '20.5.15 5:42 PM (175.117.xxx.127)

    중요한 부분이 나올꺼같아요~~

  • 3. 명박이한테
    '20.5.15 6:03 PM (119.70.xxx.20)

    쥐박이놈한테 어이없게 당하신것 같애요, 쓰레기 검찰놈들, 천벌받을거다 이죽일놈들아

  • 4. 참기자
    '20.5.15 6:03 PM (221.154.xxx.186)

    심인보 기자님, 응원합니다.

  • 5.
    '20.5.15 6:07 PM (121.160.xxx.94)

    이렇게 오늘 역사가 새로 쓰여지네요
    응원 합니다

  • 6. 2심
    '20.5.15 6:08 PM (211.219.xxx.81)

    유죄 때린 판사는 그 유명한 정형식

  • 7.
    '20.5.15 6:21 PM (210.99.xxx.244)

    한만호씨는 돌아가셨는데 시시타파기자가 증인찾았다고

  • 8. 상상
    '20.5.15 7:24 PM (118.220.xxx.224)

    이런 기자님이 계시다니 , 심인보 기자님 , 응원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15962 뭘 해도 재미를 못느껴요 11 .. 2020/09/09 3,442
1115961 사실 돈을 모은다고 부자되는건 아닌데 23 2020/09/09 7,392
1115960 요즘 사는 낙이 커피 마시는 거 17 ㅇoo 2020/09/09 5,759
1115959 실패한 공작은 공작이 아닌건가요? 10 피디수첩 2020/09/09 1,459
1115958 통신비 2만원 지원 14 .. 2020/09/09 2,982
1115957 추미애 보좌관 갑질 6 왜? 2020/09/09 1,593
1115956 수십 년간 주기적으로 유두 아픈 분들 계세요. 4 .. 2020/09/09 2,175
1115955 아까 썼다가 지워진글에서 재미있는거 발견했어요 14 와우 발견 2020/09/09 3,590
1115954 하희라정도면 연기잘하는 배우쪽 아닌가요? 17 ㅇㅇㅇ 2020/09/09 3,014
1115953 남편이 정상인가요?! (내용펑했어요!) 108 .. 2020/09/09 19,363
1115952 이번 의사파업 댓글보다 충격 많이 받았는데요... 9 ppt 2020/09/09 2,615
1115951 방탄 2주연속 싱글차트1위할수있었던 이유 23 ... 2020/09/09 4,715
1115950 오늘 발치를 네개나 했는데 마취 풀리니 넘 아파요 ㅠㅜ 10 ㅜㅜ 2020/09/09 2,266
1115949 다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검새가 화가니?!!! 3 미대나왔어?.. 2020/09/09 1,201
1115948 입법사고 임대차3법 41 환장 2020/09/09 2,516
1115947 정치성향 테스트 18 ... 2020/09/08 1,870
1115946 방탄팬만)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100에서 2주연속 1위했어요!.. 42 magics.. 2020/09/08 3,422
1115945 인도는 성폭행 14 어어 2020/09/08 6,345
1115944 관상은과학 .... 2020/09/08 1,891
1115943 포레스텔라 좋아하시는분 지금 유튭 ㄱㄱ랜선콘서트 3 ㅇㅇ 2020/09/08 1,448
1115942 PD수첩 보세요 5 ㅇㅇ 2020/09/08 2,289
1115941 핸드폰을 두고 외출했는데... 6 어제 2020/09/08 2,879
1115940 벌써 발이 시렵네요. 2 .... 2020/09/08 1,108
1115939 인덕션 전자파에 관해서.... 10 사과 2020/09/08 6,128
1115938 추석에 시댁 안갈거라니 남편이 열내요 9 ... 2020/09/08 5,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