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심인보기자. .한만호비망록

ㄱㅂ 조회수 : 1,125
작성일 : 2020-05-15 17:39:18


#뉴스타파_심인보_기자님의_글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 무려 1,200페이지의 노트에 손으로 갈겨 쓴 기록을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한만호는 그 안에서 계속 절규하고 있었다.

검찰은 한만호가 출소하기 며칠 전 감방을 압수 수색해 비망록을 모두 빼앗아갔다. 자기들이 독점한 뒤 분석해 필요한 부분만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장이 그렇게 하지 말고 모두 제출하라고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기록은 영원히 검찰청 캐비넷에서 잠들었을 거다. 검찰에 유리한 내용만 알려진 채.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그의 사적인 인생이었다. 땅부자의 아들, 금수저로 태어나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은 검찰을 만난 뒤 완전히 꺾였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도 사실상 버림받았다. 그가 지인들에게 쓴, 애절하고 안쓰러운 편지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한명숙과 무관한 그의 잘못 때문이다.)

출소해 재기할 날을 그렇게도 기다렸건만 출소 이후에는 검찰에 괘씸죄로 낙인찍힌 업보가 그의 남은 인생을 집어 삼켰다. 그가 위증죄로 두 번째 구속을 당하자 연로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자신도 홧병을 이기지 못해 다시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숨졌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봤지만 사진 한 장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두 님께 의뢰해 몽타쥬를 그렸다. 고맙게도 재능기부를 해주셨다.) 비록 한 때 비겁했지만, 검찰과 맞서 싸운 사람의 처참한 말로다.


비망록 가운데 일부는 한만호의 법정 진술로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 나온 내용도 많다. 검찰은 이 비망록 전체가 한만호가 자신의 진술 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 낸 거짓말이라고 봤다. 그러나 전체를 다 읽어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두 장도 아니고 무려 1,200페이지의 글을 손으로 눌러 쓰면서 그걸 다 거짓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매우 드물 것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손으로 쓴다는 행위의 속성상 그렇다고 믿는다. 특히 비망록 가운데는 진술 번복 이전에 쓰여진 부분도 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진술 번복 이전의 기록에서도 한만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뇌한 흔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한만호의 비망록이 진짜라고 해서 그것이 곧 한명숙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 시즌2의 목적지도 거기까지는 아니다. 다만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남아 있다. 그 사실들이 어쩌면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
IP : 175.214.xxx.2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0.5.15 5:40 PM (223.62.xxx.171)

    어제 방송보고 너무 가슴아팠어요.
    나쁜인간들

  • 2. 다음주에
    '20.5.15 5:42 PM (175.117.xxx.127)

    중요한 부분이 나올꺼같아요~~

  • 3. 명박이한테
    '20.5.15 6:03 PM (119.70.xxx.20)

    쥐박이놈한테 어이없게 당하신것 같애요, 쓰레기 검찰놈들, 천벌받을거다 이죽일놈들아

  • 4. 참기자
    '20.5.15 6:03 PM (221.154.xxx.186)

    심인보 기자님, 응원합니다.

  • 5.
    '20.5.15 6:07 PM (121.160.xxx.94)

    이렇게 오늘 역사가 새로 쓰여지네요
    응원 합니다

  • 6. 2심
    '20.5.15 6:08 PM (211.219.xxx.81)

    유죄 때린 판사는 그 유명한 정형식

  • 7.
    '20.5.15 6:21 PM (210.99.xxx.244)

    한만호씨는 돌아가셨는데 시시타파기자가 증인찾았다고

  • 8. 상상
    '20.5.15 7:24 PM (118.220.xxx.224)

    이런 기자님이 계시다니 , 심인보 기자님 , 응원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14419 사람없어 외로운데도. 11 애기해바라기.. 2020/09/05 2,352
1114418 언제쯤 말실수 안할까 8 ㅠㅠ 2020/09/05 1,603
1114417 팽현숙이 재테크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나봐요 4 ... 2020/09/05 4,549
1114416 영어 질문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4 열공 2020/09/05 789
1114415 목디스크있는분, 얼마만에 좋아 지셨나요? 6 질문 2020/09/05 1,944
1114414 40대 초반 미혼인데 주변 애엄마들의 안타까운 시선.. 51 .... 2020/09/05 20,921
1114413 가난한데 가난이 안무서워요 28 ㅇㅇ 2020/09/05 8,517
1114412 이제 가을이나까 더위는 간건가요? 1 에어컨 2020/09/05 1,107
1114411 피부와 옷 중. 어떤게 더 중요할까요? 9 uf 2020/09/05 2,758
1114410 정수기에서 물이 새서.. 마루 바닥이 들떴어요 ㅜ 3 ㅇㅇ 2020/09/05 1,610
1114409 끈적축축한 마늘빵. 오븐에 데워도 될까요? 4 마늘빵 2020/09/05 1,098
1114408 지랄 지랄 하고 나니.. 10 기분 2020/09/05 3,495
1114407 우연히 제 은행 계좌를 보니 20년 된 연금이 있어요. 17 .. 2020/09/05 7,842
1114406 전자렌지 대용품 뭐가좋을까? 4 고고고 2020/09/05 1,585
1114405 '전광훈 보석 취소' 심리 지연..경찰, "8일까지 소.. 7 법원 일하시.. 2020/09/05 1,630
1114404 의사분들 착각마세요 공공의대 별 관심 없어요 53 의료4대악법.. 2020/09/05 3,036
1114403 자식 경제금융세법 교육은 조국 처럼 16 점점 2020/09/05 940
1114402 터닝도어를 설치했는데요 3 oo 2020/09/05 1,165
1114401 결혼과 비혼을 비교해보면 23 .... 2020/09/05 5,403
1114400 의사,약사분들 약 질문요~~ 4 2020/09/05 724
1114399 자가격리자에게 음식 사다주면 부담느낄까요? 15 .. 2020/09/05 3,087
1114398 밥맛이..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9 꿀맛! 2020/09/05 1,816
1114397 때 늦은 입학선물? 이런거 어떨까요? 3 선물 2020/09/05 746
1114396 서민이 검사 아들인가 봐요... 19 ... 2020/09/05 5,556
1114395 층간소음 복수중.. 5 흠흠 2020/09/05 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