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혼 자체보다는 이혼을 다루는 방법이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이혼 그 이후가 더 중요했고요.
부모님이 죽도록 싸우다가
저 초5때 이혼했어요.
저는 싸우는 거 안보니 불안도 가시고, 홀가분했습니다
원래 별거 중이었어서 생활에 큰 변화도 없었고요.
그러나,
이혼 과정, 이혼 사유에 대해서, 그리고 이혼 후 부모자녀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잘 듣지 못했어요. 이건 부모의 책임회피라 생각 되어요.
상대방을 증오하는 이야기들만 쏟아냈죠 서로 남탓만 했고요.
그러면서 같이 살지 않느 부모를 나쁘게 보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비동거 부모님 쪽의 친척들도 하루 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저 학교다닐때만 해도 부모 이혼이 부끄러운 시기이니 나만의 비밀이 생긴 셈이었죠.
끙끙 앓았어요. 누구랑도 이야기를 못했으니까요. 심지어 부모님이랑도.
핑크 엘리펀트처럼..
20대 때에는 그나마 자유로웠고,
30대에 결혼하니 또 다시 새로운 서막이...
결혼 조율부터 해서 모든게 껄끄럽고 엉망이었어요.
물론 남편 쪽에 이야기할 때부터 맞뜩치 않았죠.
예단부터, 결혼 비용, 모든 걸 제가 중간에서 조율해야하는데
둘 사이가 맘이 맞을 리가 없고..죽고 싶었어요.
결혼식에 엄마 아빠 둘이 서로 딴 데 보면서 거기 앉아있는데 맘이 너무 불편해서
웨딩드레스 빨리 벗고 식장에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몇십년 만에 보는 엄마쪽 친척들...반갑지도 않고 남도 아니고,,낯설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신혼여행 비행기에 올라타고서야..한숨을 내쉬었어요.
그 이후로 절대로 이런 어려운 행사(나의 양가가 모이는) 하고 싶지 않았고
아이 둘이지만 돌잔치 한 번 안했어요.
결혼하고 나니,,그 간의 맘 고생이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신혼 몇 달을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울었습니다.
뭔가 내 가정,,스윗 홈이 생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정이 이리 편할 수 있구나 하는 애도가 섞여서요.
한 결혼 후 10년 동안 우울증과 싸웠어요.
전업주부를 하게 되었는데
20대때 밖으로 다니느라 못보았던 내 모습, 아이 모습에서 과거의 가정이 떠오르면서
속이 속이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때마다 오는 명절이며 생신, 집들이, ..등등
엄마 따로, 아빠 따로 해야하는 부담감..
저는 외동이라 더 그랬죠..
모든 걸 두 배로..
일단 맘이 너무 힘들어요
엄마와 만나는 것도 아빠와 만나는 것도..
저 같은 경우 이혼하며 중간에 주양육자가 한 번 바뀐 일이 있어서
둘 다가 편치 않았습니다.
지금요?
전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고
부모님을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분들을 볼 때 가슴에 큰 돌이 얹힌 느낌이에요
버겁고 벅차고 부담스럽습니다.
혼자서 처리하려니 더 그렇고요
여기가 미국처럼 이혼 재혼이 자유로운 곳도 아니고,,
한국에서 정상 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난 가정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건
참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같이 살아서 불행할 바에 따로 이혼해라...가 최선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과정에 신중하시고, 아이의 선택 존중하시고, 최대한 성심껏 설명해 주세요
상대 배우자에 대해서도 아이의 부모라는 관점으로 존중해 주세요.
자녀의 피로도와 슬픔, 상실도 염두에 두시고요.
외동..이라고 얘기했지만
오빠가 하나 있습니다.
원래도 정서적으로 좀 취약한 부분이 있는데
이혼 과정, 재혼과정, 주양육자 바뀌고 어쩌고 하면서
아무도 돌봐주지 못했고
사회 부적응자로,,행불자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전 아빠랑도 아빠지만 아빠같지 않고 (3혼 하셨는데, 따로 가정이 있으시니 내 아빠 같지 않아요)
엄마랑도 엄마같지 않고(중간에 우리 모두 두고 가출하셔서 십수년을 못만나다가 재회)
오빠랑도 오빠같지 않고(이 사람도 가출하심)
엉망진창인 가정에서 이 정도로 잘 살아남은 것도 용하다..하고
스스로 격려하며 살아가요.
참 신기한게요, 부나 모, 한 쪽의 친척들과 다시 만나게 되면요
한 몇십년 못만난 그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막 쏟아내요
그리고 나를 비난하기까지 해요..엄마를 챙겨라, 아빠를 챙겨라 해가면서요.
저는 정말 이 파도에 휩쓸려서 죽다 살아났는데요.
날 언제 봤다고..이렇게 대들고 싶은거 참아요.
게다가 오빠까지 없으니까 저한테 더 합니다. 딸이 다 챙겨야 한다면서.
그 동안 어떻게 살았냐고는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이혼은 당사자에게도 참 힘든 일이지만
자녀에게도 그렇습니다.
제가 학교 잘 나오고, 결혼도 좋은 사람과 하고, 성격 긍정적인 편이라
겉으로 세상 멀쩡하지만
속으로 골병이 많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