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의 칫솔이 있던 자리.

suddenly. 조회수 : 3,934
작성일 : 2020-05-01 20:47:06

5년정도 우리집에서 지내던 엄마가

이젠 혼자서도 지낼수있다고 용감하게

우리집을 떠났어요.


늘 소파에, 화장실에, 식탁앞에

앉아있던 엄마가,

처음 없던 그 언젠가 저녁날은

유난히 더 조용하고, 마음한구석이

더 허전했어요.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꼭 있을것만 같았어요.

그러나 엄마의 부재는, 늘 정해진 시간마다

보던 드라마도 켜져있지않고, 가끔 개어놓지못한

빨래들이 접혀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늘 여실히 증명되곤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저도 엄마가 없는

우리집이 적응이 되어버렸어요,

엄마는 늘 그렇듯이 잘 지내고,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도 잘 받았고 꽃도 잘 키우고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설거지를 다 마친 저녁, 화장실에서

양치가 다 끝나갈동안 칫솔걸이를 보았어요.

파랗고 노랗고 빨간색의 칫솔들이 다섯개 걸려있어야하는데

네번째가 비어있어요.

엄마가 가고난뒤 얼마간 두었다가, 오지않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슬그머니 버려지고 이젠 빈공간으로 남아버렸어요.


하나,둘,셋,넷..

속으로 저절로 칫솔들의 숫자를 세고 그 칫솔들의 주인들이

떠오르고 빈자리로 남은 엄마의 공간에서 엄마의 모든것들이

떠올랐어요.


뭐든지 잘 버린다고 잔소리가 심했던 엄마.

늙어서는 암투병으로 고생하고 젊은날, 알콜중독이던 아빠를 대신해

직접 돈을 벌어야 했던 날들.

동네에 불이 나던날, 행여 우리들이 죽었을까 걱정되어 달려왔던

엄마의 작업복에 붙은 톱밥들.


5월은, 이래저래 문득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달이군요.

뜬금없이, 갑자기.


IP : 121.184.xxx.13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ㅅㅇ
    '20.5.1 8:49 PM (211.244.xxx.149)

    마음 뭉클한 글이네요
    엄마한테 전화 한통 해야겠어요

  • 2. eofjs80
    '20.5.1 8:52 PM (223.33.xxx.175)

    눈물나네요..엄마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저도 엄마께 잘 못하는 딸이네요ㅠㅠ

  • 3.
    '20.5.1 8:56 PM (210.99.xxx.244)

    얼마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너무 그립네요. 그래도 마음먹음 볼수 있는 원글이 부럽습니다. 계실때 자주뵙고 더 잘해드리세요

  • 4. 글이
    '20.5.1 9:14 PM (218.236.xxx.93)

    수필 같아요
    그래도 건강하신 엄마가 계셔서 너무 부럽네요
    와병중인 엄마가 날로 쇠약해지셔서
    매일 마음이 돌덩이 얹은거마낭 늘 무거운데
    건강하실때 더 못해드린거만 떠올라
    마음이 힘드네요

  • 5. 00
    '20.5.1 9:25 PM (182.215.xxx.73)

    근처에 모시고 사는데
    이젠 목욕하고 싶어도 제 스케줄에 맞춰서 기다리셔야하는,
    혼자선 양치랑 세수만 할 수 있는
    아주 많이 늙어버린 엄마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막 안쓰럽고 애달픈 마음이 항상 들어요

  • 6. ㅡㅡ
    '20.5.1 9:36 PM (112.150.xxx.194)

    어버이날도 명절도 싫어요.
    찾아갈곳이 없거든요.

  • 7. 한편의
    '20.5.1 9:55 PM (211.179.xxx.129)

    짧은 수필 같아요.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칫솔이 아니라 좀 덜 슬프네요.
    엄마와 함께 더 오래 좋은시간을 함께 하시길.

  • 8. ㅇㅇ
    '20.5.2 12:43 AM (175.223.xxx.150) - 삭제된댓글

    너무 멋부리신다
    글에

    그냥 진솔하게 쓰시지

  • 9. ㅇㅇ 참고하세요.
    '20.5.2 12:49 AM (180.65.xxx.51) - 삭제된댓글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반말투. 참 교양없어보여요.

  • 10. 참고는 무슨
    '20.5.2 12:51 AM (175.223.xxx.150) - 삭제된댓글

    반말은 이런 거지요

    그러는 너는 교양있어...?

  • 11.
    '20.5.2 12:59 AM (180.65.xxx.51) - 삭제된댓글

    확실하네요

  • 12. 부럽다
    '20.5.2 9:56 AM (222.97.xxx.219) - 삭제된댓글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04219 와... 인간들 못됐네 20 DOeh11.. 2020/08/11 6,643
1104218 카메론 디아즈 노화가 너무 빨리 왔네요 17 dd 2020/08/11 8,542
1104217 시부모님 잠자리 31 hakone.. 2020/08/11 20,829
1104216 매운 꽈리고추 어떻게 해야 하나요 7 애플이야기 2020/08/11 1,603
1104215 게임이 재미있나요? 6 때인뜨 2020/08/11 894
1104214 OECD "한국 정부의 부패 척결 노력 높이 평가&qu.. 10 ㅇㅇㅇ 2020/08/11 901
1104213 패딩도 입고 싶고 백화점 여성복매장에서 옷 사고 싶어요 ㅠㅠ 1 ㅜㅜ 2020/08/11 1,598
1104212 BBC가 꼽은 한국 해수욕장이 코로나19에도 안전한 이유는? 4 ann 2020/08/11 3,130
1104211 최근 이것저것 많이 샀어요 10 2020/08/11 2,905
1104210 중학생 영어학원 어디로 다녀야 할까요?(귀국학생) 3 ... 2020/08/11 1,358
1104209 샀다치고 재테크 1 ㅋㅋㅋㅋ 2020/08/11 1,800
1104208 영어 발음이 학교에서 배운대로 안하고 ㅠㅠ 7 efg 2020/08/11 1,430
1104207 8월 15일에 문통님 탄핵 하자는 유듀브를 봤다는데 11 못찾겠어요 2020/08/11 1,300
1104206 못된 사람이 무식한데 권력이 있으니까 최악이군요 9 나르시시스트.. 2020/08/11 2,292
1104205 더반찬을 쓱배송으로하면 소스가 빠지는군요. 1 당황 2020/08/11 1,362
1104204 조금씩 일찍 끝내고 가시는 악기샘 12 ㅇㅇ 2020/08/11 3,580
1104203 일본 오늘 40도 넘겼네요. 4 ... 2020/08/11 3,391
1104202 호남 수해 피해놓고 '오뎅탕·미숫가루' 비하…경찰 내사착수 7 ㅇㅇㅇ 2020/08/11 1,305
1104201 오늘 트레이더스 복숭아 별로예요 14 잉잉 2020/08/11 2,305
1104200 발바닥 통증이 있어요 13 발바닥 2020/08/11 2,109
1104199 윤은혜 라는 배우 여리고 성격 좋을것 같아요. 22 신박한 정리.. 2020/08/11 6,913
1104198 코로나 또 퍼질 듯 11 박물관 관람.. 2020/08/11 6,793
1104197 주식도 공부하면 될까요? 26 아하 2020/08/11 4,093
1104196 신과 나눈 이야기. 책 읽어보신 분~~ 3 영성서적 2020/08/11 1,519
1104195 상해랑 암보험 신청했는데 다리 다쳐서 치료받고 있는거 고지 해야.. .. 2020/08/11 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