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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의 칫솔이 있던 자리.

suddenly. 조회수 : 3,937
작성일 : 2020-05-01 20:47:06

5년정도 우리집에서 지내던 엄마가

이젠 혼자서도 지낼수있다고 용감하게

우리집을 떠났어요.


늘 소파에, 화장실에, 식탁앞에

앉아있던 엄마가,

처음 없던 그 언젠가 저녁날은

유난히 더 조용하고, 마음한구석이

더 허전했어요.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꼭 있을것만 같았어요.

그러나 엄마의 부재는, 늘 정해진 시간마다

보던 드라마도 켜져있지않고, 가끔 개어놓지못한

빨래들이 접혀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늘 여실히 증명되곤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저도 엄마가 없는

우리집이 적응이 되어버렸어요,

엄마는 늘 그렇듯이 잘 지내고,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도 잘 받았고 꽃도 잘 키우고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설거지를 다 마친 저녁, 화장실에서

양치가 다 끝나갈동안 칫솔걸이를 보았어요.

파랗고 노랗고 빨간색의 칫솔들이 다섯개 걸려있어야하는데

네번째가 비어있어요.

엄마가 가고난뒤 얼마간 두었다가, 오지않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슬그머니 버려지고 이젠 빈공간으로 남아버렸어요.


하나,둘,셋,넷..

속으로 저절로 칫솔들의 숫자를 세고 그 칫솔들의 주인들이

떠오르고 빈자리로 남은 엄마의 공간에서 엄마의 모든것들이

떠올랐어요.


뭐든지 잘 버린다고 잔소리가 심했던 엄마.

늙어서는 암투병으로 고생하고 젊은날, 알콜중독이던 아빠를 대신해

직접 돈을 벌어야 했던 날들.

동네에 불이 나던날, 행여 우리들이 죽었을까 걱정되어 달려왔던

엄마의 작업복에 붙은 톱밥들.


5월은, 이래저래 문득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달이군요.

뜬금없이, 갑자기.


IP : 121.184.xxx.13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ㅅㅇ
    '20.5.1 8:49 PM (211.244.xxx.149)

    마음 뭉클한 글이네요
    엄마한테 전화 한통 해야겠어요

  • 2. eofjs80
    '20.5.1 8:52 PM (223.33.xxx.175)

    눈물나네요..엄마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저도 엄마께 잘 못하는 딸이네요ㅠㅠ

  • 3.
    '20.5.1 8:56 PM (210.99.xxx.244)

    얼마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너무 그립네요. 그래도 마음먹음 볼수 있는 원글이 부럽습니다. 계실때 자주뵙고 더 잘해드리세요

  • 4. 글이
    '20.5.1 9:14 PM (218.236.xxx.93)

    수필 같아요
    그래도 건강하신 엄마가 계셔서 너무 부럽네요
    와병중인 엄마가 날로 쇠약해지셔서
    매일 마음이 돌덩이 얹은거마낭 늘 무거운데
    건강하실때 더 못해드린거만 떠올라
    마음이 힘드네요

  • 5. 00
    '20.5.1 9:25 PM (182.215.xxx.73)

    근처에 모시고 사는데
    이젠 목욕하고 싶어도 제 스케줄에 맞춰서 기다리셔야하는,
    혼자선 양치랑 세수만 할 수 있는
    아주 많이 늙어버린 엄마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막 안쓰럽고 애달픈 마음이 항상 들어요

  • 6. ㅡㅡ
    '20.5.1 9:36 PM (112.150.xxx.194)

    어버이날도 명절도 싫어요.
    찾아갈곳이 없거든요.

  • 7. 한편의
    '20.5.1 9:55 PM (211.179.xxx.129)

    짧은 수필 같아요.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칫솔이 아니라 좀 덜 슬프네요.
    엄마와 함께 더 오래 좋은시간을 함께 하시길.

  • 8. ㅇㅇ
    '20.5.2 12:43 AM (175.223.xxx.150) - 삭제된댓글

    너무 멋부리신다
    글에

    그냥 진솔하게 쓰시지

  • 9. ㅇㅇ 참고하세요.
    '20.5.2 12:49 AM (180.65.xxx.51) - 삭제된댓글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반말투. 참 교양없어보여요.

  • 10. 참고는 무슨
    '20.5.2 12:51 AM (175.223.xxx.150) - 삭제된댓글

    반말은 이런 거지요

    그러는 너는 교양있어...?

  • 11.
    '20.5.2 12:59 AM (180.65.xxx.51) - 삭제된댓글

    확실하네요

  • 12. 부럽다
    '20.5.2 9:56 AM (222.97.xxx.219) - 삭제된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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