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학생들 얘기예요 ㅋ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어 한동안은 휴원도 하고. 지금은 원장님 의지 플러스 학부모님 성화에 학원 오픈해 돌아갑니다.(제 의지 아니에요, 뭐라 하지 마세요ㅠ) 다행히 원장님이 심하게 꼼꼼한 분이라,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거 같아요.
하려던 얘긴 이게 아니지만 말 나온 김에 좀더 해 보면. 모든 아이들은 학원 등원시 체온 재고 손 소독하고 2미터 이상 떨어져 앉혀요. 그래서 큰 강의실에 휑하게 소수가 앉아 수업하고 있고요.
강의실마다 출입자 명단이 있어서 다들 그걸 써야 하고 체온과 연락처, 입퇴실 시간을 기록해요.
수시로 원장님이 방역 기계 같은 걸 들고 학원 내부 소독합니다. 실장님이 따로 있는데 이 분은 한 시간에 한번씩 학원 돌며 손잡이마다 다 닦아요. 학원 층에 엘리베이터 내리면 전 층에 소독약 냄새가 쏴.......
강사와 학생 모두 마스크 쓰고 있고 절대 안 벗어요. 가끔 물 마실 때만 내리고. 그리고 강사는 출퇴근시의 체온을 모두 적어야 함.
마스크가 귀를 당겨서 머리가 아프지만... 저는 강의 몇 개만 하니 그나마 나은 거겠죠. 매일 가는 분들도 있는데.
각설하고
제가 쭉 보아 온 곳과는 동네 분위기가 약간 달라서, 거기서 본 귀여운 모습을 말해 보고 싶었어요 ㅋ
수업하다 보면 애들이 졸려 하기도 하고 집중력 흐트러져 할 때도 있는데 그래서 저는 비상용 간식을 거의 늘 들고 다니거든요. 초콜렛, 사탕, 젤리 이런 거. 그런데 원래 있던 곳에선 그것도 신경 많이 쓰이는 일이었어요...
일단 애들이, 뭘 준다고 하면 속으론 원할지 몰라도 첫 반응은 약간 코끝으로 보는 반응이 많아요. 뭔데요, 한번 줘 보시든가요. 이런 식. (말을 ‘줘 보라’고 하진 않는데 시선이... ㅋㅋ 그리고 ‘뭔데요’라고는 합니다)
그리고 브랜드나 맛을 따져요.
그거 어디 건데요. 아니면, 전 무슨 맛은 안 먹어요. 그런 식.
주면 잘 먹기도 하지만. 고학년일수록 튕기는 경우도 많고요. 안 먹을래요, 하고.
내가, 일부러, 신경써서, 유기농, 백화점 구입, 나름 괜찮은 브랜드, 나도 잘 안 사먹는 거(예를 들어 초콜렛이면 고디바), 그런 것만 갖고 다니는데도 반응이 저런 식이니; 그런데도 약간의 당분이 필요할 때가 딱 보이긴 하니 참 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답니다ㅜㅜ
얼마 전에 버릇처럼 가방에 사탕을 넣어 갔어요. 그냥 보통 사탕, 깡통에 든 독일 캔디 있죠. 그 날 수업은 덩치 크고 말없는 고등 남학생들이라 수업 분위기도 무겁고... (아직 애들도 저도 서로 낯설어서 그런지, 수업 분위기 진짜 안 편했어요 ㅋㅋ 제가 분위기 풀어 보려고 농담을 해도 어찌나 무게를 잡고 앉아들 계신지 웃지를 않음ㅠ) 뭐 이런 거 줄 일 있겠나 하면서 그냥 가져간 거예요.
그런데 봄이 와서 그런지 애들이 축축 처지더군요. 쉬는 시간 되니까 몇 명은 바로 엎어지고. 아 사탕이라도 먹여야겠다... 하고 꺼냈는데 좀 긴장도 됐어요! 이거 먹을래? 했는데 만약 코끝으로 보며
아뇨
이러면 난 얼마나 무안할까 ㅋㅋ
그러나 선생은 무안함도 감당해야죠.
사탕이 한 깡통 뿐이니 몇 알씩 나눠 줘야겠다 하고 일회용 비닐 장갑 끼고 애들 사이를 돌며
얘들아 졸린데 당분 보충하자~ 무슨 맛 먹을래?
했더니...
무표정하게 폰을 보던 이 침묵하는 덩치들이
폰을 놓고
아무거나요,
하면서 두 손을 모아 내미네요??
어떤 녀석은 자기 자리 쪽에 제가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그 커다란 손을 곱게 모아서 내밀고 있어요. 다리를 달달 떨며.
제일 덩치 큰 녀석은 엎드려 자고 있어서 책상의 노트 위에 사탕을 놓아 뒀는데
조금 이따 일어나더니(이마가 눌려서 뻘검) 그 사탕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냠냠 먹어요 ㅋㅋ와 어찌나 순진한 아기들 같던지; 뒤돌아서 몰래 웃었어요 ㅋㅋ 푸하하하
너네 좀 귀엽구나 ㅋㅋ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한 단원이 끝나서, 제가 늘 하던 대로 시험을 보려다가, 얘네들은 어쩌면 학원에서도 시험을 본다는 사실에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걸 퀴즈로 대체했어요(애들이... 저쪽 동네와 학력 차이가 많이 나긴 나요...ㅠㅠ). 제가 퀴즈 룰을 짜고 한 단원 전체에 걸쳐 문제를 내고 서로 다르게 배점을 하고 몇 가지 상품을 걸었죠.
퀴즈로 한다는 걸 예고하고 당일이 됐더니
여학생 하나가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해 왔는지 눈이 반짝반짝 ㅋㅋ 퀴즈를 하는데 의자에서 그 아이가 튕겨오르는 줄 알았잖아요 ㅋㅋ
배점 높은 문제가 나오자 얼굴이 분홍빛으로 상기가 되어 저요! 하고 손을 드는데
마스크로 가렸어도 뺨이 붉게 물든 게 보이더라고요. 아는 문제여서 그랬나 봐요, 결국 맞혔음.
뭐... 이쪽 동네든 저쪽 동네든 애들은 다 애들다운 특성이 있고 귀엽죠. 열심히 하려는 애들이라면 더더욱 예쁘고.
그런데 제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도 받고 있었나 봐요- 제가 늘 보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니 얼어붙은 마음이 좀 녹는 거 같아서 ㅋ 귀여운 마음에 써 봅니다.
지금은 처음보다 아주 약간 더 친해진 거 같아요. 여학생이고 남학생이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더니 요즘은 생글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네요.
개학하고 시험을 봐서, 저의 낯선 수업이 자기들 학업 성취에 큰 보탬이 된다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됐음 좋겠어요 ㅋ 그럼 수업을 지금보다 더 즐거운 맘으로 열심히 잘 듣겠죠!
1. 777
'20.4.28 4:48 PM (1.242.xxx.253)좋은 선생님이시네요 저도 배우고 갑니다
2. ....
'20.4.28 4:51 PM (118.220.xxx.209)이런 선생님이 계시다면 학원 보내는거 안심이네요...
3. ㅇㅇ
'20.4.28 5:10 PM (1.225.xxx.151)학생들 너무 귀엽고 선생님도 귀여우세요.
제 애가 고딩일때 여름방학에 대학생 선생님들이 팀짜서 고등학교에 와서 며칠동안 캠프같은걸 진행해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었는데, 프로그램 막바지에 대학생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써준 롤링페이퍼 같은게 있었던걸 나중에 발견해서 읽어보니, 첫 수업할때 퀴즈할때 네가 눈 반짝반짝하며 열심히 듣고 맞춰줘서 고마웠다고 그때부터 잘 맞을것 확신했다고 써줬더군요. ㅎㅎㅎ 어린 선생님들 말고 진짜 선생님도..고마워 하시다니 귀여워요.4. ㅇ
'20.4.28 5:13 PM (175.116.xxx.158)아웅
귀염귀염
훌륭한.선생님이시네요
학원 측.관리도 철저하고요5. ..
'20.4.28 5:16 PM (49.1.xxx.190)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요.
너무 귀엽네요. 덩치는 산 만해도 아직은 애기들..6. ㅋㅋㅋ
'20.4.28 5:20 PM (223.62.xxx.189)다리를 달달떨며 양손내미는거 상상이가네요
허벅지 손가락 두껍고 몬생기고ㅋㅋ7. ..
'20.4.28 5:53 PM (180.230.xxx.161)우리아이 학원 선생님도 원글님 같으면 좋겠어요^^
8. ㅎㅎ
'20.4.28 5:59 PM (223.62.xxx.149)좋은선생님에 예쁜 학생들이네요~
원글님 글도 너무 잘쓰세요^^9. 나무
'20.4.28 6:07 PM (114.200.xxx.137)좋은선생님에 예쁜 학생들이네요22222~
10. 선생님이
'20.4.29 5:35 AM (89.241.xxx.84)친절하시네요. 그리고 아이들도 그걸 알아보는 눈도 있고..글을 읽으면서 그 아이들이 막 상상이 되고
웃음 짓게 되네요. 좋은 선생님 아이들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좋은 선생님들 만나기 힘들다고 다들 말하는 데..11. 좋은 어른
'20.4.29 7:57 AM (219.115.xxx.157)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순간에 큰 도움을 주신 어른들도 기억나지만, 스쳐 지나가듯 한 순간을 즐겁게 또는 신선하게 해주었던 선배님들, 선생님들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그런 어른, 선생님으로 기억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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