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서문표(西門豹) 일화

조회수 : 941
작성일 : 2020-04-12 08:31:48


서문표(西門豹) 일화


진(晉)나라가 분열하고 위나라가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업(鄴) 땅에 유수(留守) 자리가 비자 모사 적황은 문후에게 서문표를 적임자로 추천했다.
업 땅은 조나라, 한나라 옆에 있던 곳이라 위나라의 중요한 요충지였으나 별로 개발되지 않았다.

서문표가 업에 도착해 우선 치수 사업을 벌이려고 하였으나 민심이 엉망진창이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매년 하백(河伯)이 장가를 들어서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등골이 빠집니다."라고 했다.
하도 해괴한 대답이라 자세히 알아보니, 가뭄이 들지 않고 물길이 잔잔하도록 하기 위해 매년 처녀를 인신공양하는 풍습이 있었다.

무당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하백에게 바칠 처녀를 물색하면,
관리들은 세금을 왕창 걷어 행사를 거하게 치르고 남는 돈을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 것이었다.
돈 있는 집은 딸을 바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몸값을 바쳐 겨우 모면했고,
그 바람에 가난한 집의 딸들만 희생되는 해괴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매년 이렇게 쥐어짜대니 당연히 백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딸자식을 둔 부모는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인구가 감소하여 세금도 줄어드는 처참한 상황에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서문표는 다음에 하백이 장가들 때 자기도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관리들과 지역 유지들을 비롯한 구경꾼이 수천 명이나 몰려들었다.

곧 늙은 무당이 위풍당당하게 선두에 서고 젊은 무당 10여 명이 뒤를 따랐다.
서문표는 '하백의 신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부터 보자.'고 했다.
처녀를 보더니 얼굴이 못 생겼다며 트집을 잡고는 "하백께는 다른 예쁜 처녀를 보낼 테니 기다리시라 전하여라."
하고는 부하를 시켜 무당을 냅다 강물에 집어던졌다.
누구도 예상 못한 행동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잠시 뒤 서문표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무당이 늙어서 설득이 길어지는 것 같구나. 거기 젊은 무당이 가보아라." 하고는 곧이어 젊은 무당을 강물에 던졌다. 그래도 돌아오지 않자, 다시 제자 한 명을 강물에 던졌다. 그래도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서문표가 말했다.
"무당들은 계집들이라 하백을 설득하기 힘든 것 같소. 번거롭지만 삼로(三老)께서 가셔서 설득해보시오."
하고는 그들까지 강물에 집어던졌다.

이쯤 되자 구경꾼들은 놀라워하고 또 충격을 받아 수군거렸으나, 서문표는 의관을 정제하고 허리를 굽힌 채 공손한 자세로 있었다.
진심으로 하백이 강물에 집어던진 자들을 다시 뭍으로 돌려보낼 것이라 믿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백의 답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서문표는 "무당들과 삼로들도 돌아오지 않는구려.
이번엔 제사를 주관한 관속들이 전부 설득하러 가보시오." 하고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내던질 듯 굴었다.
그동안 하백을 장가보낸다는 구실로 백성을 괴롭힌 관속들은 이마가 깨지도록 절을 하며 살려달라고 빌었다.
비로소 서문표는 "앞으로 하백을 장가를 보내고 싶으면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서 중매부터 서시오.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내가 도와주겠소." 하고 천연덕스럽게 선언했다.

이후로 업 땅에서 산제물을 바치는 풍습은 사라졌으며, 흩어졌던 사람들도 다시 모여들었다.
이후 서문표는 대규모 관개사업을 벌여 보 12개를 쌓았다. 당시 노역에 동원된 백성들은 불평했지만, "당장은 나를 원망해도 100년 뒤에는 고맙게 여길 것이다." 하면서 밀어붙였다. 과연 물길이 잡히며 수해가 줄었고 풍부한 수량을 바탕으로 농업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후로 업은 황하 부근의 유력한 대도시가 되어 번창했다.


조조도 존경에 마지 않던 인물

조조가 남긴 유언은 "업(鄴)의 서쪽 언덕 서문표(西門豹) 사당 부근에 묻어달라."
(클리앙 펌)

,,,,,,,,,


늙은 무당.젊은 무당.삼로(三老),관속같은 무리들이 여전하다는.
특정 계층,특정 지역,특정 종교 등등에서.



IP : 110.35.xxx.6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4.12 8:38 AM (220.118.xxx.157)

    좋은 말씀이나
    늙은 무당, 젊은 무당, 삼로(三老)같은 무리들은
    모든 계층, 모든 지역, 모든 종교에 다 있사옵니다.

  • 2. ㅋㅋㅋ
    '20.4.12 8:41 AM (61.253.xxx.184)

    저도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네요.
    참 뻔뻔하면서도 능글맞고도 잘 처신했지요
    무당들을 하백에게 던진거 ㅋㅋㅋ

    지금 봐도 통쾌하네요. ㅋㅋㅋㅋ

    어느시대나 나쁜 관리들이 있어요
    지금은 핑크당하고 개독,신천지가 제일 나빠보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85484 옷 똑같이 만들어 주는곳 있을까요? 8 ㅇㅇㅇ 2020/06/17 5,870
1085483 우리나라 코스트코에 냉동생지 파나요 13 숙이 2020/06/17 18,398
1085482 가족입니다 4 가족 2020/06/17 1,735
1085481 독일 언론, 연락사무소 폭파에 김여정 주목..트럼프 압박용 4 ... 2020/06/17 1,705
1085480 최근 들어 제일 황당한 댓글. 25 ,. 2020/06/17 5,623
1085479 혹시 따로 개인연금 드신분 9 82cook.. 2020/06/17 2,379
1085478 밤마다 라면 먹는 습관 어찌 없앨까요?? 23 애둘엄마 2020/06/17 3,387
1085477 제가 본 최강 학벌차이 부부 35 분위기 탐 2020/06/17 29,249
1085476 남편이 간수치가 정상의 3배라는데..... 8 건강 2020/06/17 4,237
1085475 최근에 전세대출 받으신분들 어디은행에서 받으셨어요? 4 .. 2020/06/17 1,567
1085474 우리 멍멍이 고구마 먹고 코 자요 8 귀요워 2020/06/17 1,814
1085473 메모리폼 매트리스 고르기 어렵네요 ㅠ 8 ... 2020/06/17 1,550
1085472 생리가 나흘이나 늦어져서요 7 휴휴휴 2020/06/17 1,116
1085471 미열과 몸살기운..출근하시나요? 3 ㅇㅇ 2020/06/17 1,763
1085470 오리 싫어하시는 분 계신가요? 26 오리 2020/06/17 2,620
1085469 반찬가게에서 4천원 카드결제하니 뭐라 하는데요 42 쭈꾸미 2020/06/17 5,325
1085468 다이어트시작하려구요 식재료추천해주세요 5 전수 2020/06/17 1,098
1085467 실업급여로 세금이 미친듯이 줄줄 새네요 43 2020/06/17 5,845
1085466 나의 아저씨, 남의 아저씨-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의 남편 별로에.. 9 남의편 2020/06/17 2,384
1085465 코스트코에서 일반 식료품 장으로 100만원 넘게 쓰는 아저씨를 .. 4 코슷코 2020/06/17 2,727
1085464 주식 오르네요. 7 활활 2020/06/17 3,252
1085463 좋은 가사 도우미는 어데서 알아보나요 12 1004 2020/06/17 2,199
1085462 토지 매입시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 3 근저당 2020/06/17 695
1085461 윤미향이 윤미향에게 16억 국가 보조금 셀프지급 49 ... 2020/06/17 2,000
1085460 초등학생 수학 과외 일줄2회 두시간씩 얼마정도죠? 6 초등 2020/06/17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