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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말하는 엄마 vs 말하지 않는 엄마

낼모레가 선거지만.. 조회수 : 2,489
작성일 : 2020-04-09 12:34:33
82님들 이 시국에 잘 챙겨 드시고 계시죠
저도 미역국에 잘 익은 배추김치로 한끼 넘겼네요
입에 밥넣고, 화장실 가는게 또한 삶이니
82님들 이야기도 들어볼까 하고 일상글 올려봐요

친정 어머니가 옛날 분이지만 솜씨가 유별난 분이셨어요
그렇다보니 제게도 하나하나 엄하게 지적하고 가르치셨죠
이제 연세 지긋하고 움직임이 불편하시니
자식들이 만들고 사서 여러가지를 나릅니다
제가 신신당부하죠
엄마 나한테 하듯 하면 안돼
무조건 잘먹겠다 고맙다 수고했다 그 세마디면 돼
엄마 그러십니다
내가 그거 모를까봐 항상 그러고 있다
그런데 자식들이 해나르는 걸로만 드시다보니
좋아하던 음식을 그리워하십니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대요
밥을 내손으로 끓여먹을 때까지 인격이 있다
내손으로 숟가락질 못하는 순간 내 의견도 말하기 힘든 것
그게 도움 받아야 하는 사람의 예의?랄까요

제가 엄마의 평가를 무릅쓰고 가끔씩 직접 만들어드리면
맛있더라 잘먹었다
그런데 말이다..
저 정말 그 말 서두부터가 이제 정말 듣기가 싫어졌어요
그게 그래서 다시 소금을 넣고 간장을 넣고.. 손보았다..

물론 제가 엄마의 솜씨를 못 따라가죠
하지만 이제 그냥 드셨으면 좋겠어요
제 속이 좁은 거겠죠
수많은 평가와 질책을 떠나 독립해 살고픈게 어릴적 꿈이었죠
이제 저도 중년이 되었고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여도 될 나이건만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죠
기죽지 않고 할 말 하는 부모 vs 눈치?를 보는 부모
82님들은 어느 부모를 추천하시나요

제 생각은 이래요
어느 하나 못하던것 없던 엄마가 무기력한 노인이 되었고
이제 하나부터 열까지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당신 입에 맞는 반찬 이야기조차 꺼내는걸 조심스러워 하게 되어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자식의 마음도 편치 않지만
나이들면 젊은이의 의견을 따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말할수 있지만 사소한 것은 대부분 못본척 한다
그냥 그것이 세상의 순리다..

동방예의지국에 경로사상까지 사람의 도리를 찾는 나라지만
할말 다하는 별난 노인이라면 어찌 쉽게 보살필수 있을까요
그래서 숟가락을 못들면 인격도 내려놓아야 하는
우리도 언젠가 그날이 올것이고
할 말 하던 습관도 조금씩 내려놓아야 겠죠

제가 수술병동에 입원해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간병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노인이 할말 하는 고집 센 노인들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은 겉으로 얼른 보이지 않는 방치로 그 습관을 차단하더군요
젤 환영받는 어르신은 조용히 계시는 분들..
그러니 답은 나오는 거죠
우리도 언젠가 꼭 하고픈 말조차 가슴에 조용히 묻어야 하는
그런 날이 올줄 알면서도
할말 하는 엄마가 힘들어지는 자식이 되었네요..
82님들은 내 친엄마가 어떤 모습이길 원하시는지요
IP : 180.226.xxx.5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ㅡ
    '20.4.9 12:51 PM (222.109.xxx.38)

    엄마의 말이 엄마가 힘이 없어졌으니 그만 해야하는 말이 아니라
    힘이있었을 때조차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었던 거죠
    누군가 자신을 위해 뭘 하면 그냥 감사해야하는 겁니다.
    그동안 화를 참아오셨으니 이제 서두만 꺼내도 올라오는 거죠 이제, 엄마가 한 번 붙어볼만 하니까요.
    그러니까. 사람이 힘이 없어졌을 때 하고싶은 말을 참아야하는게 아니라.
    늘, 상대에게 하는 말을 가려야하는 겁니다. 그게 자식일지라도. 아니 특히 자식이라면.

  • 2. ㅇㅇ
    '20.4.9 1:03 PM (175.207.xxx.116)

    그 철학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말이다.. 정말 듣기 싫었을 거 같아요

  • 3. 최악
    '20.4.9 1:04 PM (39.118.xxx.120) - 삭제된댓글

    할말이 많지만, 내가 늙어 힘이 없으니 그저 참는다.... 이렇게
    엄청 강조하고 사는 사람이 있어요.
    진짜... 최악...ㅠㅠ

  • 4. ..
    '20.4.9 1:52 PM (180.226.xxx.59)

    제 마음이 힘들지만
    이제 대부분 남의 것으로 대신합니다
    마음 한자락을 알아보는 자가 되도록
    나자신도 항상 경계하고 살아야겠습니다ㅎ

  • 5.
    '20.4.9 2:12 PM (220.121.xxx.194)

    요즘 나이드신 분을 모시는 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일인듯합니다.
    보면서 어떻게 나이들어 처신할지 배우지만 실상에서 제 아이에게는 안되는 부분이 있네요.
    그래도 조심하게 됩니다.

  • 6.
    '20.4.9 2:21 PM (122.36.xxx.14)

    보살펴줘야 될 분들이 아이가 아니라 연세가 있다면 어렵지요
    그런데 유독 아이처럼 순하고 귀여운?분들은 말한번 더 붙여보고 관심가는 거 사실이에요
    반면 고집세고 말 많으면 할말도 안 하게 되고 그렇지요

  • 7. ..
    '20.4.9 2:36 PM (180.226.xxx.59)

    자녀를 대하며
    잔소리보다 사는 모습으로 보여줘라
    삶이 교육이다

    두마디는 줄이고 한마디는 참게 됩니다ㅎ

  • 8. ..
    '20.4.9 3:07 PM (14.52.xxx.3)

    음식이 정 싱거우시면 고맙다 잘먹을께 말하시고 조용히 소금 더 넣어 드시면 되지 않을까요?

    제 친정엄마가 음식 정말 잘하셨는데
    칠십 중반정도 되시니 음식 간이 점점 이상해지세요.

    본인 미각이 무뎌지셔서 싱겁게 느껴지시는 걸수도 있는데 그걸 하나하나 지적하시면
    음식 두번해갈걸 한번 해가게 되죠.
    그것도 본인이 감내하셔야 할 부분이고요.

    글쓴님도 맘 가는대로 하세요.

  • 9.
    '20.4.9 4:01 PM (121.167.xxx.120) - 삭제된댓글

    저희 엄마도 그러셨는데 전 받아 줬어요
    자기 성격인데 못하게 하면 스트레쓰 받아 치매 걸리는것 보다 낫다 생각 하면서요
    엄마로 보지 말고 내 딸이다 하고 생각하면 귀엽기까지 해요
    내가 늙으면 저러지 말아야겠다 결심 하고 칠십 다 됐는데 자식에게 싫은 소리 못해요
    고맙다 감사하다 좋다 즐겁다 행복하다 하는 소리 주로 해요
    옆에서 남편이 둘이 있을때 자식에게 그러는게 부모의 권위도 없고 또라이 같다고 하네요
    요지음 느끼는게 사람은 죽을때까지 자식에게도 가면 쓰고 감정 속이고 이미지 관리하다 가는거구나 싶어요
    늙으면 자식 상대하고 머리 쓰기도 버거워요
    눈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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