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이 지나간다는 것이

나이 조회수 : 1,357
작성일 : 2020-04-08 14:33:16

효자남편, 효자시누분들.. 오랫동안 공직자비서로 생활하셨던 시어머님.

깡시골 홀어머니에 많은 형제자매와 자라 혼자힘으로 서울에 자리잡고,,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저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셨더랬죠..

제가 몰랐던 자격지심을 깨우쳐주셨고,, 수십번도 더 고민하게 했던 남편과의 관계..

속상하고 힘들었던 일들을 82에 많이도 올리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었어요..

시어머님님 친청이 외국이고 (한국인이심) 시누분들도 다 멀리사셔서 시부모님은 오롯하게 남편에게만 의지하고 사셨어요.

맞벌이에 두 아이 어찌할수없어 동동거릴때도 손한번 안내밀어 주셨고.

시골 친정엄마가 시골살림 정리하고 올라와서 아이들 봐주시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도 많이 하셨지요..


그런데 저도 착한며느리 컴플렉스가 있었던건지,

시골에서 자라 성향과 정서가 그런건지...

모질게 대하질 못했습니다.. 딱 끊어내고 싶다.. 라는 생각뿐..

사소하게는 시아버님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혼자 계실때도 저희집만 밥해먹는게 마음에 걸려

어머님댁까지 늘 반찬배달을 하고 여행도 늘 모시고 다녔어요..

결혼 17년차,, 해외여행 한번 못가봤답니다. ㅎㅎ

그러다가 어머님이 멀리사는 시누와 갑자기 합가를 하신다고 하여 3년정도 함께 사셨었어요.

워낙 사이가 좋았던 모녀사이였고 돌아가시기전 한번 모시고 살고 싶다는 시누분의 의견을 고모부님이 전적으로

수용해서 결정된 일이었지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머님도 시누도 많이 힘드셨던 것 같아요.

만 3년채우고 지난달 어머님이 다시 저희곁으로 올라오셨어요. (같은 단지 다른아파트)

아무래도 대가족에 있다가 혼자 계시는게 마음에 걸려,,

여러가지 신경을 쓰긴했습니다... 현재 장기간 휴직상태라 제가 편한 상황이기도 했고

당장 노인분 식사가 문제였으니 주말엔 모셔와서 같이 식사하고

평일엔 학교 안가는 저학년 아이들이 있어 반찬배달 좀 하고 했는데,,


아까 초인종이 눌러져서,,

나가보니,, 문앞에 봉투가 끼워져 있네요..

어머님이,, 고맙다... 표현을 잘 하지 못해서 그렇지 늘 고맙게 생각했다..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라고 간단하게 편지

를 쓰시고 약간의 돈을 넣어두고 가셨네요......

마음이 참 안좋습니다...

그냥 예전처럼 꼿꼿하게 지금의 삶을 사시는 어머님이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참 서글픈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정말 저에게 곁하나 내어주지 않으셨는데,,,

저 봉투를 넣어두시고 혼자서 부랴부랴 가셨을 생각에 마음이 짠해요...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오후네요....




IP : 39.118.xxx.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0.4.8 2:39 PM (39.7.xxx.84)

    원글님 이글이 왜이리 눈물겨운지..
    원글님 애쓰며 열심히 살면서도
    고운 심성 잃어버리지 않으신것 같아요
    시어머니 차갑고 이기적이게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원글님 좋은 사람이라는거
    알 정도의 상식은 있는분 같구요~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남편도 엄마도 아빠도
    우리 다 힘겹게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
    결국 별볼일없이 늙고 사그라질 존재들이란거
    알면 서로한테 좀 더 따뜻하고
    배려해줄 수 있을텐데 말이죠

  • 2. 언니
    '20.4.8 2:51 PM (223.39.xxx.247) - 삭제된댓글

    간만에..내 인생에 대해서도 뒤돌아보게 하는글
    감사합니다

  • 3. 쓸개코
    '20.4.8 3:13 PM (218.148.xxx.86)

    나이들고 죽기전까지 거듭 깨닫게 되는게 사람인가봅니다.
    어머님도 오랜세월 이런저런 상황 겪고 느껴진 바가 있으시겠죠.

  • 4. 에고..
    '20.4.8 4:09 PM (118.33.xxx.246)

    시모들이 맨날 하는 얘기 있잖아요.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이라고. (아니 며느리가 그럼 며느리지 딸입니까?)
    근데 정말 사랑하고 잘 통한다 여겼던 딸과의 합가 3년으로 인해 그 며느리일 뿐인 며느리가 얼마나 나를 위해 애써줬는지를 깨닫게 되셨나봐요. 원글님이 그만큼 어머님께 잘했다는 방증이겠지요. 그간 고생 많이 하셨고, 또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겠지만 지금 마음으로 어질고 현명하게 잘 대처하실거 같아요. 원글님 앞날을 축복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69585 데워먹는 삼계탕 어디꺼가 맛있나요? 5 영계 2020/04/29 2,178
1069584 김희재라는 가수 23 11나를사랑.. 2020/04/29 6,402
1069583 디스크는 아니라고하는데요, 자꾸아파요 10 모모 2020/04/29 2,080
1069582 저는 동서인데요..형님한테 그냥 선물하고픈데 뭐 받고싶으세요? .. 24 2020/04/29 6,306
1069581 고양이 배변은 하루에 몇 번 치우나요? 14 크하하하 2020/04/29 4,887
1069580 윤석열 총장 장모 의혹 보도, 방송기자상 수상 3 압색해보시던.. 2020/04/29 1,365
1069579 엄마의 남친에 대한 반응 12 악몽 2020/04/29 5,128
1069578 도대체 우리엄마는 자식을 어떻게 키운걸까요 7 ㅇㅇ 2020/04/29 5,273
1069577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 가보신 분 계신가요? 8 2020/04/29 3,968
1069576 80대 노모가 50대 아들에게 맞아서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아니라.. 34 .. 2020/04/29 15,178
1069575 고등 딸이 엄마가 자랑스럽대요 17 엄마 2020/04/29 5,817
1069574 구스이불 두겹으로 덮는분 계시죠? 4 처음 2020/04/29 1,988
1069573 인스타에 가방만드셨던 판교 그분 인스타 없어졌네요 8 God 2020/04/29 5,669
1069572 일본 차기 총리래요 27 00 2020/04/29 7,172
1069571 매트리스를 바꾸려고해요. 3 고민녀 2020/04/29 1,429
1069570 편의점 택배 대박~ 12 .. 2020/04/29 7,582
1069569 초등 저학년 개학 7 답답 2020/04/29 2,343
1069568 대기업 40대면 연봉 13 ㅇㅇ 2020/04/29 9,361
1069567 유럽에 아이들 괴질 3 .... 2020/04/29 2,954
1069566 시부모님과 돈거래 22 쑥쑥 2020/04/29 5,857
1069565 고3 문과 3모에서 올백이라고 수능은 장담 못하나요? 20 은지 2020/04/29 3,395
1069564 월세계약 집주인과 직접 해도 되나요? 4 .. 2020/04/29 1,601
1069563 조여정 53 ㅇㅇ 2020/04/29 32,877
1069562 중형차 조수석 크기 어때요? 5 ㅇㅇ 2020/04/29 747
1069561 맹장수술 부위 통증이 2달 넘게 갈수 있나요? 13 .. 2020/04/29 4,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