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이 지나간다는 것이

나이 조회수 : 1,318
작성일 : 2020-04-08 14:33:16

효자남편, 효자시누분들.. 오랫동안 공직자비서로 생활하셨던 시어머님.

깡시골 홀어머니에 많은 형제자매와 자라 혼자힘으로 서울에 자리잡고,,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저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셨더랬죠..

제가 몰랐던 자격지심을 깨우쳐주셨고,, 수십번도 더 고민하게 했던 남편과의 관계..

속상하고 힘들었던 일들을 82에 많이도 올리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었어요..

시어머님님 친청이 외국이고 (한국인이심) 시누분들도 다 멀리사셔서 시부모님은 오롯하게 남편에게만 의지하고 사셨어요.

맞벌이에 두 아이 어찌할수없어 동동거릴때도 손한번 안내밀어 주셨고.

시골 친정엄마가 시골살림 정리하고 올라와서 아이들 봐주시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도 많이 하셨지요..


그런데 저도 착한며느리 컴플렉스가 있었던건지,

시골에서 자라 성향과 정서가 그런건지...

모질게 대하질 못했습니다.. 딱 끊어내고 싶다.. 라는 생각뿐..

사소하게는 시아버님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혼자 계실때도 저희집만 밥해먹는게 마음에 걸려

어머님댁까지 늘 반찬배달을 하고 여행도 늘 모시고 다녔어요..

결혼 17년차,, 해외여행 한번 못가봤답니다. ㅎㅎ

그러다가 어머님이 멀리사는 시누와 갑자기 합가를 하신다고 하여 3년정도 함께 사셨었어요.

워낙 사이가 좋았던 모녀사이였고 돌아가시기전 한번 모시고 살고 싶다는 시누분의 의견을 고모부님이 전적으로

수용해서 결정된 일이었지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머님도 시누도 많이 힘드셨던 것 같아요.

만 3년채우고 지난달 어머님이 다시 저희곁으로 올라오셨어요. (같은 단지 다른아파트)

아무래도 대가족에 있다가 혼자 계시는게 마음에 걸려,,

여러가지 신경을 쓰긴했습니다... 현재 장기간 휴직상태라 제가 편한 상황이기도 했고

당장 노인분 식사가 문제였으니 주말엔 모셔와서 같이 식사하고

평일엔 학교 안가는 저학년 아이들이 있어 반찬배달 좀 하고 했는데,,


아까 초인종이 눌러져서,,

나가보니,, 문앞에 봉투가 끼워져 있네요..

어머님이,, 고맙다... 표현을 잘 하지 못해서 그렇지 늘 고맙게 생각했다..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라고 간단하게 편지

를 쓰시고 약간의 돈을 넣어두고 가셨네요......

마음이 참 안좋습니다...

그냥 예전처럼 꼿꼿하게 지금의 삶을 사시는 어머님이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참 서글픈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정말 저에게 곁하나 내어주지 않으셨는데,,,

저 봉투를 넣어두시고 혼자서 부랴부랴 가셨을 생각에 마음이 짠해요...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오후네요....




IP : 39.118.xxx.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0.4.8 2:39 PM (39.7.xxx.84)

    원글님 이글이 왜이리 눈물겨운지..
    원글님 애쓰며 열심히 살면서도
    고운 심성 잃어버리지 않으신것 같아요
    시어머니 차갑고 이기적이게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원글님 좋은 사람이라는거
    알 정도의 상식은 있는분 같구요~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남편도 엄마도 아빠도
    우리 다 힘겹게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
    결국 별볼일없이 늙고 사그라질 존재들이란거
    알면 서로한테 좀 더 따뜻하고
    배려해줄 수 있을텐데 말이죠

  • 2. 언니
    '20.4.8 2:51 PM (223.39.xxx.247) - 삭제된댓글

    간만에..내 인생에 대해서도 뒤돌아보게 하는글
    감사합니다

  • 3. 쓸개코
    '20.4.8 3:13 PM (218.148.xxx.86)

    나이들고 죽기전까지 거듭 깨닫게 되는게 사람인가봅니다.
    어머님도 오랜세월 이런저런 상황 겪고 느껴진 바가 있으시겠죠.

  • 4. 에고..
    '20.4.8 4:09 PM (118.33.xxx.246)

    시모들이 맨날 하는 얘기 있잖아요.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이라고. (아니 며느리가 그럼 며느리지 딸입니까?)
    근데 정말 사랑하고 잘 통한다 여겼던 딸과의 합가 3년으로 인해 그 며느리일 뿐인 며느리가 얼마나 나를 위해 애써줬는지를 깨닫게 되셨나봐요. 원글님이 그만큼 어머님께 잘했다는 방증이겠지요. 그간 고생 많이 하셨고, 또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겠지만 지금 마음으로 어질고 현명하게 잘 대처하실거 같아요. 원글님 앞날을 축복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62891 빌게이츠의 실체글 생각 나시나요? 8 ㅇㅇ 2020/04/11 3,621
1062890 밀회 후 부부의 세계 10 그냥즐거운얘.. 2020/04/11 4,630
1062889 화장실에서 찬바람이 ... 환풍기 교체 해 보신분 계실까요? 1 ... 2020/04/11 1,003
1062888 부부의 세계 보다가 이 인간만 나오면... 5 부르르 2020/04/11 3,772
1062887 선거 3 선거 2020/04/11 450
1062886 배달음식 뭐가 제일 맛있으세요~ 13 .. 2020/04/11 4,757
1062885 만세! 저희 집 투표 완료 11 **** 2020/04/11 1,379
1062884 청와대의 빌게이츠 사주설/펌 26 허걱 2020/04/11 5,028
1062883 사회적 거리두기 무색.. 서울 도심 한복판서 열린 태극기집회 7 뉴스 2020/04/11 2,068
1062882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것 같나요? 18 .... 2020/04/11 4,687
1062881 세상에나.. 미국 하루 사망자 2천명 넘었대요. 9 ㅇㅇ 2020/04/11 3,671
1062880 알릴레오 듣다가 엉뚱한 생각 8 ㅋㅋㅋ 2020/04/11 1,508
1062879 임종석, 내가 대권 잠룡? 여론 신뢰 안해 2 ㅇㅇ 2020/04/11 1,440
1062878 머리좋은 정치인들이 엉뚱한 소리하는 이유가 6 ㅇㅇ 2020/04/11 1,134
1062877 15일 선거날 누구나 마스크 구매 가능..약국 공급량 2배 늘려.. 8 ㅇㅇㅇ 2020/04/11 1,632
1062876 23세 딸내미 선거 운동 5 카라멜 2020/04/11 2,200
1062875 부모와의 관계로 괴로우신 분들 꾸준히 글 올라 오네요 4 책팔이 2020/04/11 2,424
1062874 눈썹 반영구를 했는데 눈썹 사이가 너무 좁아요...ㅠㅠ 4 눈썹 반영구.. 2020/04/11 2,369
1062873 어릴때 고아원에 갖다버리지 않은걸 다행으로 알라던 엄마 24 ㅇㅇㅇ 2020/04/11 7,522
1062872 강아지 이런 습성 9 궁금 2020/04/11 1,819
1062871 때를 안밀면 피부가 찢어질것 같이 당겨요 5 대중탕 2020/04/11 1,818
1062870 정준희의 해시태그 명강의 꼭 시청하세요 5 .. 2020/04/11 848
1062869 상속포기각서 30 결단 2020/04/11 5,653
1062868 아내가 의식불명인데 예금인출을 못하는군요. 15 금융실명제 2020/04/11 11,587
1062867 열무로 김치? 아니면? 4 도와주세요 2020/04/11 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