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중년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젠 더 이상 옷입기가 나이로 구분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지요.
제가 오랫동안 일했던 의류 업계에서도 더 이상 나이에 따른 타겟소비자 구분 보다는 그냥 나이를 무시한 컨셉 구분이 더 중요하게 자리 잡은지 오래 되었구요..
예전엔 이 의류 브랜드의 타겟 소비자는 이십대에서 삽십대 초반의 프로페셔널로 자기 주장이 강한 여성 뭐 그런 류 또는 TPO 개념을 강하게 강조하는 컨셉을 만들곤 했지만 이천년대 들어서면서 그런 구분은 사실 무의미하게 되었어요.
나이나 객관적인 환경 탓 보다는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더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각설하고.. 저는 이십몇년 넘게 의류 업계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출신 50대로 제 동년배 여러분들의 옷입기 관련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볼까 하여 글을 올려 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옷입기 고민 되시죠..
예전엔 고민 없이 내 눈에 이뻐 보이는 것들을 골라 입으면 되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게 나이에 맞는지 안 맞는지 나는 좋은데 보는 사람들이 뭐라 하지는 않을지 은근 신경이 쓰입니다.
기분전환으로 빨간 립스틱 하나 바르고 나오면 남편이나 자식들이 엄마 쥐잡아 먹었냐고 핀잔을 주고 아이샤도우 한번 칠하고 나가면 눈탱이 어디 맞았냐고 하고 잔소리 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남들은 별 관심이 없는데 오히려 스스로 이게 나이값 못하는 옷차림은 아닌지 스스로 더 위축되기도 합니다.
동년배 여러분들, 위축되지 마세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제 파카 모직 코트는 세탁해서 넣어둘 시기가 오고 이럴때 옷입기가 참 어렵습니다.
의류 브랜드도 간절기 기획이 제일 어렵습니다.
판매 시기는 짧고 기온이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트랜드도 민감하게 변하는 시기라서요.
자 일단 중요한 아우터를 봅니다.
이 시기에 입을 만한 대표적인 아우터로는 트렌치 코트, 가디건, 가죽자켓, 야상점퍼또는 바람막이,적당한 두께감의 자켓이 있겠지요.
아우터는 투자를 좀 합니다. 파주나 김포 아울렛에서 가격대도 좀 있는 좋은 브랜드에서 가장 기본 스럽고 소재가 좋은 아우터를 선택합니다. 기본 스타일을 갖춘후에 추가로 같은 아이템을 구입할 때는 트랜드에 맞는 오버핏이나 약간 변형 된 스타일로 사도 되지만 하나만을 산다고 했을때는 가장 기본 스타일로 삽니다.
물론 아우터의 칼라도 블랙, 카키, 네이비, 베이지등 기본 칼라로 합니다.
아시죠?코튼 100%의 베이지 트렌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양가죽의 블랙 가죽자켓, 고밀도 코튼의 넉넉한 카키 칼라 야상 점퍼, 울 100% 이상의 부드럽지만 두껍지 않은 블랙칼라의 자켓등 입니다.
다음 하의는 보이프렌드핏 청바지, 약간 통이 넓은 와이드핏 청바지 단 너무 워싱이 많이 된 것 보다는 적당하게 중간 칼라에서 진한 인디고 칼라가 좋습니다. 그리고 블랙 슬랙스가 있어야지요. 슬랙스도 기본 슬림핏 하나 와이드 핏 하나 정도는 있는 것이 좋아요. 추가로 더한다면 약간 배기핏 까지 있으면 좋습니다. 바지는 어디서 사냐고요? 물론 여유가 되시면 좋은 브랜드에서 사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자라나 cos정도만 되어도 핏 좋은 바지 고를 수 있습니다.
기본 바지들을 구비한 다음에는 추가로 플리츠나 펜슬 스커트 아니면 스팽글 스커트나 샤 스커트 같은 기분전환용 아이템을 추가로 구입합니다.
기본 블랙 가죽자켓에 단아한 화이트 이너 티셔츠에 스팽글이나 샤 스커트 하나만 매치해도 완전 멋져 보이거든요. 이때는 스커트에 포인트를 주었기 때문에 신발은 깔끔한 흰 운동화나 심플한 블랙 가죽 단화 정도로 힘을 빼 줍니다.
자 이제 아우터와 하의를 갖추었으니 이너를 볼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화이트 코튼 셔츠를 오버핏과 좀 핏티드 된 두가지 정도 준비 합니다. 추가한다면 무릅 위까지 오는 긴기장 화이트 셔츠도 있으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좋은 품질의 화이트 코튼 라운드 티셔츠 필요합니다. 특히 목 부분의 마감이 깔끔하고 단단하게 올라와 있는 것이 좋아요. 한두번 빨면 막 목 늘어나고 그런거 안되요.
사실 화이트 칼라의 종류만 해도 수십수백가지가 있는데요, 가을 겨울에는 약간 아이보리 기가 있는 화이트나 크림 칼라가 어울리고 봄여름에는 그야말로 새하얀, 그렇다고 형광빛 도는 푸르딩딩한 거 말고 스노우 화이트라고 순백생의 깨끗한 화이트 칼라가 어울립니다. 뭐 옛날 스케치북 도화지 칼라 생각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화이트 셔츠, 화이트 면티 성애자 입니다.
철마다 삽니다. 그래도 모자랍니다.
변색이 잘되므로 너무 비싼 거 보다는 중고가 소재와 핏이 좋은 셔츠 한두벌, 중저가로 트랜디한 핏-요즘에는 오버핏과 롱기장 셔츠겠지요-으로 사고 흰티도 자켓안에 받쳐입을 퀄리티 좋은 쫀쫀한 놈 하나, 레이어드용으로 기장이 좀 긴 넘 몇개 씩 항상 삽니다.
여기에다가 캐시미어나 모직 혼방의 얇으면서 따뜻한 가디건을 엉덩이 반정도 가리는 기본 기장으로 하나, 요즘 추세 반영해서 무릅정도 까지 오는 긴기장으로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아주 요긴 합니다. 칼라는 물론 그레이, 베이지, 블랙을 기본으로 하지요. 그레이도 밝은 그레이 보다는 차콜그레이라고 좀 짙은 그레이가 여기저기 코디 하기 좋습니다.
아, 그리고 맨투맨티도 필요합니다. 봄이니까 그레이, 베이지, 누드핑크, 스카이블루등 뉴트럴하거나 톤다운된 파스텔 톤의 맨투맨 몇개 있으면-기본은 솔리드 칼라로 사시고 그 중 몇개는 가슴팍에 로고나 프린트 같은게 적당히 있으면 스타일에 활기를 줄 수있고 젊어보일 수 있어요- 하이트 면티 위에 맨투맨 입고(면티 기장이 좀 길어서 레이어드로 보여야 해요) 오버사이즈 자켓이나 트렌치 코트 입고 하의는 슬랙스나 와이드핏 청바지에 화이트 스니커즈 발목 보이게 입으면 나이 상관없이 완전 상큼해 보인답니다.
자 이정도면 얼추 기본은 갖춘것 같아요.
근데 좀 심심하다고요?
그러면 얇은 머플러 스카프등을 이용 합시다. 칼라는 버건디, 그린, 오렌지, 머스터드, 그리고 요새 너도나도 떠들어 대는 올해의 칼라 라는 클래식 블루도 좋아요. (참 언제부터 우리가 외국기업 팬톤사가 정하는 올해의 칼라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연예인들도 티비에 나와서 그런 주제로 이야기 하고 그러는 거 보면 좀 씁쓸합니다. 그게 다 상술 인데 말이지요... 올해의 칼라가 어딨습니까,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이제 패션 업계도 뚜렷한 한가지 트랜드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어요..뭐하나 강조하는건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아 그게 유행이라는데 나한테 그게 없네? 하고 사기를 바라는 거죠..)어쨋든 칼라감있는 소품을 고를때는 되도록이면 칼라가 깊이감이 있는 걸 고릅니다. 왜 같은 칼라라도 좀 동동 뜨는 느낌이 드는게 있고 묵직하면 선명하면서 그런 이쁜 칼라들 있잖아요? 좀 값이 나갈수록 칼라감이 이쁜 건 사실 입니다..ㅜㅜ
하지만 중저가 SPA브랜드에서도 충분히 색감 좋은 머플러들 찾을 수 있습니다. 고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목표를 세웁니다. 난 쨍한 그린계열 스카프를 구해야겠어 라고 맘먹고 돌아다니다 보면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할 확률이 큽니다. 보통 국내 브랜드 보다 외국 브랜드에서 색감이 좋은 스카프나 머플러를 발견할 확률이 더 큽니다.
여기에 시계를 메탈, 가죽, 그리고 칼라풀한 면밴드 시계등을 가지고 있으면 돌아가며 매치하면 의외로 효과가 좋습니다.
거기에 반지, 목걸이, 가끔 귀걸이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좋지요.
가방은..나이 드니까 이제 무거운 가방 부담스러워서 못들겠잖아요?
전 체인 줄도 어깨 아파서 그냥 다 얇은 가죽줄로 바꾸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방 안들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그냥 작은 미니백, 가벼운 쇼퍼백 정도로 마무리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기본 블랙 칼라는 있어야 하구요 가방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으면 베이지, 버건디, 브라운, 화이트 정도? 가방을 너무 레드,핑크 이런류로 드는 건 아니라고 보입니다.
아...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와인 마시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