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정부가 교회에 지나친 억압" 성명 잇달아
일부 교회 현장 예배 진행..서울시 "현장점검 시행"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유로 종교시설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개신교계가 반발에 나섰다. 일부 개신교 단체는 “한국 교회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이 가운데 이번 주말 서울 시내 일부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와 함께 현장 예배를 진행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주에 이어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정부가 종교 집회 등 밀집 행사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으나 지난 22일 예배를 강행한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앞에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서울·경기 등에서 종교 행사를 통한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는 종교시설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단 감염 위험이 큰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등은 보름간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시설 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개신교계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교회를 억압·위협하고 있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실제 감염위험이 있는 여타의 시설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마치 정통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하고 있다”며 “총리는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와 불공정한 행정지도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같은 날 “총리는 교회 폐쇄, 예배 금지, 구상권 청구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살벌한 용어로 한국 교회를 겁박했다”며 “한국 교회를 범죄 집단으로 둔갑시켜 전체를 매도한 행위”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가가 국민의 신앙행위를 강제하고 억압할 권한은 없다”고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게다가 그동안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역시 26일 “한국교회를 방역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관리하며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교회를 지역사회 방역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더 가까이 대화하고, 과학적 예방 정보를 나누며 공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고 나선 일부 개신교 단체도 등장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26일 “한교총과 한교연이 얼마나 사회적 현실을 외면하고,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단체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일부 교회가 집단 예배를 강행해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종교의 공공성을 망각한 우리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신도들이 예배에 참석하고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서울시는 이번 주말 현장 예배 개최를 계획 중인 교회들에 대해선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현장 점검을 시행해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일부 교회들이 현장예배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시는 교회 현장점검을 시행해 282곳에서 384개 미이행 사항을 적발해 행정 지도했다.
현재 구속 중인 전광훈 목사가 담임을 맡은 사랑제일교회도 이번 주 일요일 예배를 강행할 방침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교회를 상대로 예배드리는 것을 막는 심각하고도 중차대한 행위”라며 “정부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하는 조치는 부당하며, 심각한 종교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서울시는 사랑제일교회에 방역수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난 23일부터 내달 5일까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랑제일교회가 이를 어기면 집회에 참석하는 개개인에게 1인당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시는 이 교회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시행하고,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행정명령 위반 상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사랑제일교회의 예배를 금지해달라는 진정을 두 차례 제기했던 성북시민사회연석회의 측은 27일 다시 서울시와 성북구 측에 “사랑제일교회가 예배를 강행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점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교회 인근 주민의 불안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행정명령을 이행하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