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오브크라이스트 영화를 몇달전에 처음 봤다. 진짜 얼마나 나이롱 신자였으면 그 영화를 이제사 보다니..;;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영화에서 예수님이 붙잡혀 가시면서 유다에게 한번 눈길을 주시고.. 또 나중에 베드로에게 눈길을 한번 주시는 장면이 있다. 솔직히 어떻게 그 눈길을 해석해야 하는지 몰랐었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자꾸 기억에 남았었다. 원망이나 미움 질책 분노.. 뭐 이런 의미의 눈길은 분명 아니었고(그런 눈빛이면 내가 귀신같이 알아봤을테니..) 뭔가 내가 모르는 낯선 의미의 눈빛.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래서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런 무언의 뭔가 들어있는 그런 눈길이었다. 그게 도저히 잊혀지지 않아서 계속 마음속에 물음표로 남아있었는데 지난번에 신부님이 강론시간에 말씀해주셔서야 나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 얘야 그래도 괜찮다.. 인간이란 너무 연약하여 극의 상황에 달하면 그럴 수 있느니라.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지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난 그거면 된다." 예수님의 그 눈빛은 그런 의미이지 않았을까요? 하면서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아.. 잊혀지지 않았던 예수님의 그 눈길이 그런 의미였구나! 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그 순간에 눈물이 나는거다. 아. 저게 바로 진짜 용서라는 거구나.. 나는 저런 용서를 받아 본 적이 없는데.. 또 저렇게 용서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의 용서란 내 속에 엄청난 화와 분노가 들끓어도 그냥 꿀떡 삼키고 상대에겐 점잖게 넘어가기로 하는거. 나에게 용서란 바로 이런 것이었고 내가 받아본 용서도 아마 그런 종류였던 듯 하다. 그래서 자꾸만 꿀떡 꿀떡 삼키곤 했었는데 근데 그게 이제 40대를 넘어가면서 인간의 최고 한계에 도달한건지 이제 아무리 노력해도 용서라는게 도통 되지가 않고 그 인간이 미워지기만 하고..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지지가 않는거다. 그리고 한번 그런 모드로 바뀌니 세상사람 모두에게 이제 나는 용서라는것을 관용이라는것을 할수가 없게 되었다. 아무리 머리로 지혜로운 답을 내놔도 가슴은 당췌 받아들이지 않았고 나는 도대체가 답이 없는 상황에 빠져버렸다. 옴쭉달싹 하지 못한 그물에 걸린것처럼 그 미움과 원망은 나를 사로잡았고 기나긴 절망에 빠뜨렸다. 그런데 저날 신부님의 저 강론 말씀이란.. 내가 알고 있는 세계 밖의 그런 생소한 언어였다. 아.. 사람이 저럴수도 있는거구나.. 저렇게 말할수도 있는거구나.. 저런 말도 존재하는 구나.. 그 생경함과 놀라움이란..아마 전에는 저런 말을 들었더라도, " 뭐 말은 좋지 뭐.. 근데 내 맘이 저렇게 되지 않은데 어쩌란 말인가" 아마 이랬을거다. 그런데 내가 진짜 코너에 몰리고 바닥에서 헤매다보니 본의 아니게 내 부족하고 작은 모습,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나머지 감출수 없이 초라하게 드러난 나의 모습을 많이 봐버렸다. 그리고 첨으로 성경을 읽었는데.. 읽을까 말까 했던 구약은 정말 내게 나의 인간관 세계관을 바꾸어버린 소중한 경험이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참 어찌나 어리석은지..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보는것이 협소하고 자기중심적인지.. 를 잘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인간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고 평생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나에겐 세상이 뒤바뀌는 그런 큰 충격적인 변화였다. 어쨌거나. 그런 새로운 생각이 자라나는 시기에서 신부님의 저 강론말씀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래 내가 만약 내가 용서를 해야한다면 저렇게 하면 되는 거겠구나. 예수님의 저 멘트대로 나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 처한 내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도 바로 저 멘트라는걸 알수 있었다. " 얘야 괜찮다.. 원래 인간이란 그럴수가 있는거야. 그만큼 연약하단다.. 네가 어쩔수 없는 극한 상황에 몰려서 그랬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내가 널 만들었거든.. 그러니 괜찮다 얘야. 근데 내가 궁금한것은..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여전히 사랑하느냐? 나는 오로지 그것만이 궁금하구나" 아.. 이런 말을 내가 들었다면 정말 눈물콧물 다 쏟고 다시는 다시는 절대 저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대상에게 잘못을 하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가득했었을 것 같다. 아마도 베드로의 마음이 그랬겠지. 하며 알수 있었다. 내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용서하지 않는 리스트 중에 엄청난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와 결혼하기로 했던 남친과 내 최고의 베프. 이 둘이 나의 뒤통수를 때리고 배신한것. 아직도 이 얘기는 참 마음이 아프다.. 벌써 수십년 된 일인데 생각하면 어제일처럼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그런데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 예수님의 저 멘트를 이 사람들에게 할 때가 온것 같다. 아직도 가슴이 아픈게 신기하기만 하지만.. 어찌됐건 지금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평생 이렇게 주님께 의지하고 주님과 매 순간을 나누며 살아본적이 없는데.. 지금 이렇게 주님과 가장 가까이 있을때가 기회인것 같다. 그분께 이 가슴속의 멍울을 모두 드리리라.. 그리고 이제 내 가슴속에서 이제 내보내리라. 이제 나의 주님 그분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응어리진 마음은 모두 내보내고 싶다. 내보내고 싶어도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그대로 그 불덩어리를 안은 채 살아왔는데 이제 내보내는 방법을 알게 된 듯 하다. 물론 이거 말고도 불덩어리는 또 더 있다. 이제 하나씩 하나씩 내보내면 된다. 이제 방법을 찾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