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콩나물 맛있게 하는 법 묻는 글이 올라왔었는데
답글이 다들 맛소금 써야한다 연두 참치액.... 그런 조미료 쪽이더라고요
저도 뭐 조미료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시어머니께 배운 나물 비법은 공유하고 싶어서요
저도 나름 제사 지내는 집안에서 자라서 늘 나물을 먹었습니다만
나물이 맛있다, 나물을 먹고싶다, 이런건 한번도 못느꼈거든요
나물이란 보릿고개 가난할때 뜯어먹던 풀떼기, 제사용 음식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혼해서 시가에 갔더니, 경남 시골출신 우리 시어머니 나물이 기절 맛있더라고요
나물이 건강을 위해서 또는 구색갖추느라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정말로 먹고싶고 과식하게 되는 반찬이란걸 처음 깨달았어요
근데 곁에서 배워보니, 시어머니의 나물 비법이랄것도 별다른게 없더라고요?
시어머니는 물론 저보다 훨씬 찬란한 손맛을 가지고 계십니다만
그럭저럭 서울에서 제가 따라해도 그맛의 90%는 재현할수 있는 기술이더라고요
재료빨이더라고요
소개하는 기술은 콩나물 시금치나물 유채나물 취나물 비름나물 참나물....
나물의 종류를 가리지않고 모두 사용하는 공통기술입니다
시어머니표 나물에서 제일 중요한거!
마늘을 찧는다!
마트에서 파는 찧은 마늘 no!
냉동실에 얼려놓은 마늘 no!!!
나물 무칠땐 무조건 통마늘을 칼 손잡이로 콩콩 찧어서 무칩니다
새로 찧어서 신선한 마늘을 넉넉하게!
두번째 중요한거!
좋은 참기름을 쓴다!!
마트에서 파는 참기름 아니라 방앗간에서 짜서 파는 참기름!!!
저는 결혼하기 전에는 참기름 안먹던 사람이거든요
근데 결혼하고 시어머니 음식 먹어보고 참기름이 맛있는 기름이라는걸 처음 알았어요
뚜껑 열면 향긋함이 푸악 퍼지는 진짜 오리지날 참기름을 써야합니다
세번째 중요한거!
소금 넉넉히!!!
일부러 짜게 할필요는 없지만 슴슴하면 안돼요
나물은 싱거우면 안된다 - 시어머니 말씀
맨입에 먹었을때 짭쪼름해야 밥반찬할때 맛있어요
소금은 그냥 마트에서 파는 소금 아무거나 써요 요새는 구운소금 써요
하나쯤 더 꼽자면, 푸른 채소는 살짝 데친다!
뜨거운물에 채소를 넣고 다시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게 아니라
냄비 테두리에 기포가 한두개 보인다 싶으면 바로 꺼내 찬물에 헹궈서 꽉 짭니다
이전에 제가 데치던 것보다 훨씬 살짝 데치세요 아직 안익은거 아닌가 싶은데 다 익었더라고요
아작아작한 채소의 식감이 살아있어요
마늘, 참기름, 소금, 겨우 요 세가지 간단한 규칙으로
옛날 시골할머니 손맛나는 나물이 되더라고요
무칠때 대파, 풋고추나 홍고추, 깨소금 다져 넣습니다
고춧가루는 넣을때도 있고 안넣을때도 있고,
조미료나 고추장이나 액젓, 국간장은 안쓰시고
바닷가 분이라서 나물에 생새우나 조갯살 넣어서 같이 무치실때도 많은데
이러면 더 맛있지만 더 어려우니까 저는 그냥 나물만 무쳐요
어머니는 된장으로 나물 무치실때도 많아요
소금 대신 집된장으로 간을 하면 그것도 별미더라고요.
소금쓸때나 된장쓸때나 똑같아요. 역시 짭쪼름하게.
재래시장에서 소주병에 넣어 파는 참기름 만나시면 한병 사서
생마늘 꽁꽁 찧어서 나물 무쳐보세요
나물에 맛소금 넣을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는걸 깨달으실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