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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을 비롯한 경상도 시민 여러분. 어떻습니까?
대구/경북을 향한 날선 말들에 많이 불편하시죠? 그럴 겁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대구/경북 등 경상도발 '혐오/증오 발언'들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경상도 출신 진보로 살면서 정말 오랫 동안 이 말을 하게 될 날을 기다렸습니다. 고향의 고통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 더 늦지 않게 이말을 할 기회가 찾아 왔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많이 거슬리겠지만 꼭 들어주십시오)
나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내뱉던 당신들의 무섭고 표독스러운 말들을 기억합니다.
어디 세월호 뿐이었습니까?
사회적 대형참사가 났을 때마다, 억압받는 소수자들의 피맺힌 하소연이 있을 때마다 유독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날아온 말들은 비수보다 더 날카로왔습니다.
"누가 거를 가라캤더나?"
"사고로 죽은 거를 나라가 우짜라꼬?"
"저것들 전부 돈 좀 더 받아 처묵을라꼬 저란다"
그런말 하셨던 것 기억나십니까?
이제 입장이 바뀌어 보니 어떻습니까?
"할배요, 할매요... 말씀 그리하시는 거 아입니더. 만약에라도 우리가 그런 일 당하면 우짤라고요?" 라고 말할 때마다
"마 됐다. 우리는 그런 일 당해도 암말 안한다" "전라도 빨갱이들이나 그라제 우리는 안그란다"라고 하셨죠?
대구/경북이 뭔 잘못을 했느냐구요?
글쎄요... 그 말은 반만 맞는 것 같습니다.
전염병에 고통을 받는 것을 특정지역의 문제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맞지만,
코로나 초기 "이거는 다 문재인이가 선거전략 쓸라고 괜히 오바하는 기다"라면서 "우리는 하던데로 하면 된다"라고 하셨던 것 생각하면 대구/경북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대형 사고나 참사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사회적 소수자들의 피맺힌 목소리를 우리 경상도 사람들이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게 되었으면 합니다.
대구의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하겠다고 손을 내민 광주시민들... 그런 모습을 우리 경상도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니... 돕지는 못하더라도 아무 이유없이 혐오와 증오로 가득한 말들을 쏟아내는 일들은 사라졌으면 합니다.
아울러, 달을 보면 달을 봐야지 손톱 밑 때가 있는지부터 살피는 비겁한 짓도 이제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