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업데이트없이 일가친척에게 카톡 보내는 심정으로 몇가지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지인들을 통해 전달받는 카톡을 보면서 한국언론의 붕괴가 참 마음이 아픕니다. 주류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니 시민들이 출처도 알 수 없고 한눈에 생물학이나 미생물학에 대한 기초도 없이 작성된 가짜 뉴스를 자신들이 사랑하는 식구들에게 신주단지처럼 전달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페북에서도 소위 전문가라는 분들이 qRT-PCR와 ELISA를 이용한 진단법의 차이도 모르는 채 막무가네로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맘이 아프고요.
아무튼 이런 푸념을 뒤로 하고 미생물만으로 30년 이상 밥벌어 먹은 제 경험으로 마스크에 대한 생각을 좀 나눠보겠습니다.
연구실에서 새로 테크니션을 고용하면 저는 우선 biosafety cabinet이라고 불리는 생물안전작업대에서 무균조작을 시켜 봅니다. 미국친구들이 평소에는 별로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취직관련 인터뷰를 하면 뻥을 많이 칩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크지만 석사때 어떤 실험실 경험을 했냐에 따라 무균조작 능숙도가 심하게 차이가 나죠. 보스인 제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대도 황당한 실수를 정말 많이 합니다. 실험중에 생물안전작업대에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내서 코나 이마를 긁는 친구들이 정말 많죠. 일반인들이라면 자신이 무의식중에 얼마나 얼굴에 손을 많이 대는지 모를 겁니다. 그렇게 얼굴에서 듬뿍 균을 묻혀서는 천연덕스럽게 무균조작을 지속합니다. ㅠㅠ
손을 자주 꼼꼼히 씻으면 분명히 감염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일상 생활을 하면서 세수직후의 청결함을 유지하기는 힘들죠. 마스크를 썼을 때의 유익은 공기중의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댈때 손에 묻어 있을지도 모를 오염원으로부터 코와 입을 보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안경도 도움이 되겠죠.
두번째로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마스크 세탁입니다. 1회용 마스크를 사용하시고 집에 오셔서 바로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 원칙이기는 한데 요즘 1회용 마스크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미국도 불과 몇주 사이에 마스크 가격이 10배가 올랐습니다. 제는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하는데 연방정부 공식 구매사이트에서도 대부분의 수술용 마스크가 backorder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차피 비말형태의 오염원만 잡아내면 되니 개인적으로는 공구점에서 파는 방진마스크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Walmart나 Amazon에서도 dust mask는 아직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으로된 마스크에 관한 겁니다. 저도 방진효과가 있는 두꺼운 면 마스크를 가끔 사용합니다. 문제는 한국처럼 감염예방 목적으로 하루종일 집밖에서 사용한 후 귀가했을 때 이 천 마스크를어떻게 세탁을 할지 조언을 드리자면....
에틸알콜을 많이들 언급하시는데, 60% 수준의 에틸알콜 구하기가 그렇게 쉽겠습니까? 저는 락스(예전에 유한락스라는 상품이 있었는데 영어로 bleach나 sodium hypochlorite라고 합니다)를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물과 1:80으로 섞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CDC 출처). 한 10분정도 담궈놨다가 세제로 가볍게 빨면 맘 놓고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정도까지 해야되나 싶기도 합니다만 다들 요즘 예민하시니. 저 개인용도라면 그냥 표백제가 들어간 세제로 세탁기에 노멀사이클로 돌릴테지만 말입니다. 대신 미국은 건조기가 있으니 추가로 한번 더 소독 효과를 얻기는 합니다.
참고로 락스와 물을 1:80으로 섞은 이 가정용 소독제는 미국 CDC에서 공식적으로 조언하는 표면 살균제입니다.
한국에서 뜨거운 물 많이 마시라는 카톡 받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국에 식구들에게 보내드릴 목적으로 작성해 봤습니다. 참 어제는 생강차 얘기도 나오더군요. 그냥 귀가하셔서 가글용액으로 입안 행궈주시면 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시민들 챙겨주는 나라 찾기 쉽지 않습니다. 2/27(목) 오전9시 기준으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진단건수가 11,863건 늘었습니다 (질본 링크). 미국 CDC에서 1년간 인플루엔저 바이러스 검사 건수가 4만건 정도 됩니다. 미국 인구의 1/6 수준의 한 국가가 하루에 자국민들에게 11,863건의 qRT-PCR 검사해준다면 정말 복받은 나라에서 살고 있구나 생각해야 맞습니다.
추가로 제글에 나온 락스물로 현관문 손잡이만 정기적으로 닦아줘도 전식구 방역에 크게 도움이 되실거에요.
p.s. 마스크의 가장 큰 효용은 본인이 감염됐는지도 모른 상황에서 타인에게 전염되는 걸 막아 주는 것이 가장 큽니다.
CDC 자료 출처: https://www.cdc.gov/disasters/bleach.html
2/27일 질본링크: http://ncov.mohw.go.kr/tcmBoardView.do?contSeq=353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