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3개월 동안인가 사귀었는데 치기어린 동갑나이라 싸우기도 싸웠지만 그만큼 추억도 강렬히 남은 친구인데.
같은과 동기라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려면 하는 사이이고
과친구들 모르게 사귀었지만 나중엔 소문나서 술자리에서 회자되는 웃기는 커플 정도랄까.
헤어지고 서로 결혼이며 직장이며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서.
가끔 만나면 조금 어색하긴해도 안그런척 웃고지내는 사이. 뭐. 그랬네요.
그런데 어제 연락을 해서는 대뜸 미안하고 고맙다고.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사랑이란게 뭔지를 알았다고 그러네요.
다 추억인데 그럴게 뭐 있니, 나도 너한테 미안하고 고맙지- 했는데.
미안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못해줘서 미안하고. 그런데 저랑 사귄 기억이 자기 인생에는 큰 획 같은 것 이었다고.
너, 건축학개론 봤니, 그 영화에서 처럼 나는 ㅆㄴ 이야.
그게 뭔데.
썅년이라고.
니가 나한테 그런 사람은 아니지.
마흔 훌쩍 넘은 친구가 이제 감정이 어땠다는 기억만 남은 그 때를 생각하며 미안하다 하는데...
저는 그 어릴 때도 헤어지는 마당엔
이런저런 사회의 잣대를 비교해보면서 그 친구를 대했고, 그친구도 그런 것 때문에 저한테 미안하다 한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둘 다. 사회에서 주류라고 말하긴 어려운 처지였고, 주류가 되고 싶어서 애쓰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래서. 그 잣대가 알려준 방향의 나는 잘 살고있나 ... 생각해보니.
잘 살지도 못 살지도 뭐라 하기 어렵더라구요.
봄의 어느날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공원 나무 아래서 제 무릎을 베고누워 책을 읽어주던 그 애의 기억만 생생히 살아 있어요.
그 때가 얼마나 눈부시고 행복하고 ...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랬다 한들 그러면 좀 어때... 했던 생각들.
치고박고 싸우고 상처주는 말로 서로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기억보다 그 생각이 먼저 나는걸보면 좋았긴 좋았나봅니다
시국이 이런데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고. 몇몇들은 그러시겠지만.
사는게 퍽퍽할 때, 주저앉고 싶게 힘들 때
추억이란 건 힘이 되어주는것 같아서요.
기억하는 것 만으로도 알약하나 삼키고 아픈게 나아지듯 그런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