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과 치료 예약이라 거의 보름만의 외출을 해야 했습니다.
덥진 않았지만 새로 봄옷 꺼내 입을 정도는 아니라서 잘 입고 다니던 (작년 새로 구입한)패딩를 선택해 세탁도 할 겸
일부러 골라서 입고 나갔어요.
횡단보도를 걷는데 왠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저를 툭 쳤는데 어깨 부분이 퍽! 소리가 나면서 'ㄱ'자 모양으로 찢어졌어요.
당연히 뒤로 돌아 아저씨! 하고 불렀고
영문을 모른다는듯 쳐다보는 그 사람의 어깨에는 짐을 둘러메고 있었구요.
건너던 길을 되돌아가 그 사람을 붙들고 가까이 가서 보니 포장재 밖으로 뾰족뾰죡한
세모모양의 쇠붙이가 나와 있더라구요.
이거 보라고, 어떻게 할거냐
이렇게 위험한 거면 손 아래로 내려서 들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따지니
사람이 어버버버 말도 흐릿하게 하고 땅만 쳐다보면서 침도 질질 흘리네요.
아...속터져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 동네는 원단 시장통이라 지게꾼이며 짐을 수레에 싣고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원단 메고 툭 치고 그냥 가는건 한 두번 겪는일이 아니라 정상적인걸 기대하지도 않지만
장애인 코스프레라니 정말 화가 밀려 오더라구요.
그냥 가면 어떻하냐 하니 귀도 안들리는 척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가까이에 경찰이 있어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 남자 상태를 보고는 저보고 그냥 참으라 합니다.
어떻하겠냐고, 말도 안통하는 눈친데 자기는 교통경찰이니 정식으로 가까운 경찰서에 접수하라하고 가네요.
경찰도 그리하니 슬금슬금 뒤로 내빼더라구요. 잡으러 갈 수도 없고,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물건 내려 들고가라고 한소리만 던지고 너덜너덜해진 패딩 어깨를 붙들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미안하다 죄송하다 한마디 말정도는 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모자쓰고 마스크쓰고 장갑끼고 보름만의 외출.
이래서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검진 갔던 치과치료도 다시 해야하고, 사서 석달도 못입고 패딩 수선해야 하다니...
운수 된통 없는 날입니다. ㅠㅠ
PS: 패딩 수선 잘 하는 곳 아시는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