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추미애 법무장관을 위한 변론

좋은글강추 조회수 : 1,041
작성일 : 2020-02-12 23:23:54
추미애 법무장관을 위한 변론
한상훈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2112042015&fbclid=IwAR3uNEZR-YUhMzC...

오래된 습관과 같이 오랜 관행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한 관행이 설령 잘못된 것이어도 그렇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야당 국회의원이 요청한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길 거부하고 공판 개시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것도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형사재판에서의 정당한 방어권, 명예, 인격권을 고려하면 공판절차의 개시 이전에 공소장의 전문을 무조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임에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공소 제기 이전에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심지어 형법 제126조는 피의사실 공표죄라고 해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를 처벌하고 있다. 작년에 겪었던 조국 전 법무장관과 관련한 각종 보도로 인해 우리 국민은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이와 유사한 처벌규정은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형법 제353조d 제3호에서 공소장, 기타 형사소송절차에서 공문서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을 공판에서 낭독 또는 소송절차 종료 이전에 공연히 공개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공판절차 개시 전 수사서류를 공개하면, 시민법관(배심원)과 증인의 공정하고 편견 없는 심리나 진술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에 이를 처벌하는 것이다. 영국, 미국 등 다른 선진국도 유사하게 공소사실을 상세하게 공개해 배심원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금지하고, 금지명령을 위반하면 법정모욕죄로 처벌한다.
우리는 검사의 공소 제기만 있으면 공소사실의 공개를 처벌하지 않지만, 선진국은 공소 제기 이후에도 공판절차가 개시되기 전까지는 공소사실의 공개를 처벌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우리는 국민참여재판(배심제)의 경험이 일천해 이러한 차이를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2008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해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한다. 법원이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 93% 정도의 사건에서 판사는 배심원의 평결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 배심원단이 구성되기 이전에 공소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검찰의 주장인 공소장의 세세한 내용이 공개되어 버리면 피고인은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겨를도 없이 진범으로 둔갑되어 비난받는다. 이것은 우리가 꿈꾸는 법치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국민의 알 권리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공소장을 언제까지나 비밀로 한다는 것이 아니다. 공판절차가 시작되면 공판정에서 공소장을 낭독하게 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공개된 법정에서 알려지는 것이다. 한 달가량 후에 국민의 알 권리는 얼마든지 충족된다.

지난 촛불혁명을 경험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면서,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느낀다. 수십년 길들여진 잘못된 관행도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결정은 타당하지만 낯설 뿐이다. 비공개가 아니라 제출 유예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잠시의 혼란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IP : 121.129.xxx.18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습니다
    '20.2.12 11:27 PM (39.125.xxx.230)

    낯설다고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두는 건
    법치주의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 2. ...
    '20.2.12 11:29 PM (110.70.xxx.238) - 삭제된댓글

    알 권리가 아니라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

  • 3. ...
    '20.2.12 11:30 PM (110.70.xxx.238) - 삭제된댓글

    알 권리가 아니라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

    나는 지금까지 국민은 알 권리를 가진 줄 알았지 뭐에요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가 아니라.

  • 4. ..
    '20.2.12 11:33 PM (223.33.xxx.223) - 삭제된댓글

    잘못된 관행은 지금이라도
    바꿔야죠.

  • 5. ..
    '20.2.12 11:35 PM (223.62.xxx.204)

    이제 세월호수사나 삼성수사같은것도 공소장내용 전혀모르게되는거짆이요. 이게 뭔가요

  • 6. ....
    '20.2.12 11:36 PM (121.129.xxx.187)

    피고인이 공소장을 받아보기도 전에, 외부에 먼저 공개하는 건 문제가 있다___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

  • 7. 223.62
    '20.2.12 11:37 PM (121.129.xxx.187)

    조금만 기다리면 되죠.

  • 8. ..
    '20.2.12 11:41 PM (1.229.xxx.132)

    알 권리가 아니라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22
    도리어 국회나 언론에서 정치화 하는 걸 막음.

  • 9. ....
    '20.2.12 11:45 PM (110.70.xxx.238) - 삭제된댓글

     추 장관은 “공소장의 비공개가 왜 지금 시점부터냐”는 취지의 질문엔 답변을 하기 전 잠시 숨을 가다듬기도 했다.

    추 장관은 ‘왜 국회에 있을 때는 공소장 공개 관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제 기억으로는 유죄의 예단을 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2&oid=020&aid=0003269118


    이 말은 이번 공소장은 유죄의 예단(미리 판단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뜻?

  • 10. 국민이바보니?
    '20.2.12 11:56 PM (223.62.xxx.121)

    추미애가 오자마자 검사들 다 좌천시키고 공소장막아가며
    수사 방해하는거 모르는 사람이어딨다고.
    애들도ㅠ다아는데 헛소리는.

  • 11. ..
    '20.2.13 12:15 AM (106.102.xxx.183)

    그것이 그리도 잘못된 관행이라, 애초에 그 법안을 만든 노통을 탄핵했던 건가요?
    소신인 갑소잉~~~

  • 12. ㅇㅇ
    '20.2.13 1:04 AM (182.224.xxx.153)

    무리수라 노무현대통령까지 욕되게 하는걸 왜 몰라요? 반대쪽이 공격하는게 그거잖아요. 추미애 인정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된 관행 밀어붙인것밖에 안되는데 왜이렇게 생각이 짧을까.. 오히려 지금 정권에 누가되고 욕먹을 빌미 제공하는 걸로박에 안보여요

  • 13. 법과 원칙에 따라
    '20.2.13 7:24 AM (106.102.xxx.211)

    가열찬 행보 해주실것을 강력히 주문합니다
    추미애 장관님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검찰개혁 반드시 완수해주십시오

  • 14.
    '20.2.13 8:35 AM (1.225.xxx.224)

    추미애가 오자마자 검사들 다 좌천시키고 공소장막아가며
    수사 방해하는거 모르는 사람이어딨다고.
    애들도ㅠ다아는데 헛소리는.2222222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37019 이연복 쉐프가 유명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23 지나다 2020/02/19 6,264
1037018 작은아씨들 내용 질문(스포) 6 ㅇㅇ 2020/02/19 2,109
1037017 훤들리쥐 앙넌 표난함 시몬스침대 6 ... 2020/02/19 1,788
1037016 사해소금 세안용으로 괜찮나요? 3 사해소금 2020/02/19 831
1037015 자궁선근증 10 있는가요 2020/02/19 2,595
1037014 병원에 입원시키고 왔어요... 50 .... 2020/02/19 25,633
1037013 명바기는 그래도 행복할 듯 7 돈만 아는 .. 2020/02/19 2,003
1037012 숏커트 했는데 정말 너무 좋아요. 29 .. 2020/02/19 7,451
1037011 연말정산 아이 어린이집 보육비? 3 나는야 2020/02/19 1,434
1037010 유치원 수료 선생님 선물 해피 2020/02/19 1,203
1037009 소개팅 추세는 어떤 식이에요? 13 요즘 2020/02/19 4,085
1037008 수영 권태기 왔나봐요. 6 ㅇㅇ 2020/02/19 2,377
1037007 웬지 웃고 있는거 같죠? 4 교활해 2020/02/19 1,485
1037006 임신이나 여러이유로 가슴커지신분들 ㅇㅇ 2020/02/19 1,212
1037005 오랜만에 변비탈출 3 시원 2020/02/19 1,701
1037004 왜이렇게 덥죠? 2 덥다 2020/02/19 1,412
1037003 공포의 일본 크루즈선 ㅡ격리없이 하선 후 귀가 시작 14 2020/02/19 3,948
1037002 사과가 그것도 부사가 이렇게 맛없는거 처음 먹어봐요 9 ... 2020/02/19 1,695
1037001 평영 웨이브 13 ... 2020/02/19 1,573
1037000 윤짜장이 BBK 부실 수사로 대통령 만들어준 쥐ㅅㄲ 다시 구속.. 11 엠비쿨! 2020/02/19 1,969
1036999 연회색 사파리 안에 어떤색이 어울릴까요? 7 코디 2020/02/19 1,036
1036998 [속보]정부 "코로나19 검사 거부 시 경찰 출동.. 14 ... 2020/02/19 5,199
1036997 변상욱 기자-31번 고위급 강사일지도 8 ㅇㅇ 2020/02/19 3,194
1036996 (이와중에) 이 벌레가 뭔지 좀 알려주세요ㅠ 5 궁금 2020/02/19 1,151
1036995 만만한 때가 아닙니다. 20 지금 2020/02/19 3,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