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직도 어떻게 백인들의 잔치인 오스카에서 각본,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휩쓸었는지 믿어지지 않아요. 제가 이런데 당사자들은 더 얼떨떨하고 꿈같겠지요?
아카데미의 알짜배기 상을 다 가져온 셈이고, 남녀주연상을 못 받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고요... 잠시 국내 청룡영화제 시상식인 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는 걸 영화를 좋아해서 꾸준히 봐 온 편인데, 이번에
한국인들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비현실적이더군요. 워낙 오스카의 벽이 높았으니까요.
월요일엔 보는데 살짝 눈물도 나더군요... 봉준호 감독과 영화 제작자들이 큰 일을 해냈는데,
개인의 경사이기도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인과 한국영화를 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질 테니
한국의 경사이기도 하고요...
피겨스케이팅도 1980년대부터 올림픽 중계를 꾸준히 봐 왔었는데, 여자 피겨가 제일
재미없는 종목이었습니다. 힘있는 점프와 박력넘치는 남자 싱글 피겨, 여성파트너를 들어올리기도
하고 때론 얼음 위에 던지기도 하는 기술이 볼 만한 페어, 남녀 두 파트너의 일체감이 중요한
아이스댄싱 에 비해 여성 싱글 피겨는 우아함이 있긴 했지만 기술이나 힘이 떨어져서 지루한
편이었죠.
점프도 그 자리에서 살짝 뛰어서 도는 게 다였고요.
그런 여성 싱글 피겨에 혜성처럼 나타난 별이 척박한 피겨 환경의 한국 김연아였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얼음판을 먼 거리에서부터 질주해서 높이 뛰는 점프부터 음악과 하나가 된
예술성, 팔과 다리동작의 우아함 등 여성피겨가 표현할 수 있는 기술성과 예술성을 한 몸에 지닌
김연아를 보고 어디서 저런 인물이 한국에서 나타났을까? 놀라웠고 올림픽에서 일본 자본판인
피겨계에서도 기죽지 않는 대담함과 배짱에도 인물이다 싶더라고요..
한국은 인구수에 비해 인물들이 계속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다이나믹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큰 기쁜 일들이 생길지 오래 살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