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단편 다큐멘터리 기대작이었던 '부재의 기억' 은 아카데미상 수상에 실패했다.
나는 '기생충' 오스카 4관왕의 기염에 기뻐하고 고무되면서도, 그만큼이나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하였던, "부재의 기억"이 수상하지 못한 데엔 못내 아쉽게 생각한다.
두 영화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기생충은 온 세계의 관심사인 '양극화'를 스릴러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겐 쏟아지는 비가 하룻밤 분위기 있는 정사나 아이들 놀이의 배경에 불과할 수 있으나, 누군가에겐 삶의 기반이 철저히 파괴되는 위협일 수 있으며 그 두 계층은 단지 바닥과 벽을 사이에 두고 너무나 가까이 밀착하여 같은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는 점을,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표현한다.
지금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미국을 위시해 전 세계가 '양극화'에 대한 저항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기생충은 바로 이런 세태를 비틀어서 표현한 작품이다.
'기생충'은 단 한 발자국도 한국에서 벗어나지 않은 영화이며 모든 사건이 다 한국적이고 한국인들의 언어의 유희, 한국인들의 유머와 위트, 한국적인 질서와 파괴, 한국적인 은어와 욕설로 맛을 낸 한국적 비빔밥같은 작품이다. 그 한국적인 드라마가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유명하고 텃세 있는 오스카 4관왕을 달성했다는 사실에 한국인들은 월드컵 4강 진출 만큼이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이 영화가 지독한 패러독스(역설)인 것처럼,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이라는 이 현실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굉장히 진중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양극화'를 이처럼 잘 표현했다는 점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그만큼 처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전쟁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전쟁을 그만큼 겪은 사람일 것이며, 마피아 영화를 잘 표현하려면 그만큼 마피아가 설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처럼, 한국은 지독한 양극화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사회가 아닌가?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어 한편으로는 씁쓸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통적인 문제를 소화해서 잘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이 문제를 가장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또한 한국이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영화 '부재의 기억'은 한 마디로, 시커면 바닷 속으로 300여명이 가라앉는 동안, 그것이 게다가 TV로 온 국민들에게 생중계되고 있는 동안 국가 행정과 권력은 그 어떤 역할도 하고 있지 못했던 기막힌 사건을 맨살 드러내듯 보여준 작품이다.
지금껏 세월호를 주제로 여러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것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불온하다고 하던 고전적 주류 사회에 대한 고발이며, 국가 권력이 국민이 아닌 권력자의 사유물이 되고 말 위험성에 대한 경고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린 국가라는 걸 대체 왜 만드는지에 대해, 국민으로서 항상 사유해야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부재의 기억'은 https://www.youtube.com/watch?v=Mrgpv-JgH9M 여기에 나와 있으니 한번씩 꼭 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옛날 남사당패와 풍물패, 판소리로부터 지속되어 온, 우리 민족 특유의 신랄한 풍자, 날카로운 고발과 혁명적인 현실 개혁 의지. 이 모든 것을 우리 한국인들이 정확하게 또 예술적으로 훌륭히 표현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깊숙이 각인시켰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함께 나누고 싶다.
ㅡㅡㅡ
페친글펌입니다.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생충과 부재의기억
ㄱㄴ 조회수 : 1,052
작성일 : 2020-02-10 19:50:22
IP : 175.214.xxx.20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20.2.10 7:55 PM (210.0.xxx.24)한국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한국의 가장 슬프고 비극적인 장면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면으로 교차한다는 것이..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이 커다란 스크린으로 비춰지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수상을 바랐지만 그 장소에 같이 노미네이트되어 함께 있었다는 것도 크게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리스트로 찍혀 세월을 보냈던 시절과 가만히 있길 강요받았던 어떤 시간들이 다 부재처럼 그러나 현존처럼 드라마틱하고..무엇보다 아프고 슬펐어요. 세월호를 잊지 않고 다시 기억할 수 있어 뜻깊었어요. 오늘 이 시간들은.
2. ...
'20.2.10 9:16 PM (218.236.xxx.162)좋은 글 고맙습니다
세월호의 진실도 어서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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