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낙연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글머리에 고향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고향은 뭣 찢어지게 가난했던 충남 당진 송악 가학리라는 충청도에서는 직선거리로 서울과 가장 가까운 곳이고, 8살 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울로 올라와 왕십리 무허가 움막집을 시작으로 60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으니 이제는 어엿한 서울사람이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9년간 서울은 물론 전국의 밤하늘을 촛불이 훤히 밝힐 때였다.
촛불시위에서 출석을 불러 개근상을 준다면 나도 개근상은 못 되어도 정근상 정도는 탈 수 있을 만큼 자주 나갔다.
확실치는 않지만 이명박 시절로 기억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길을 수많은 시민들이 꽉 채우고 촛불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뒤편을 무심히 보니 TV뉴스에서 가끔 보아 낯이 익은 이낙연의원이 인도보다 조금 높은 길옆 돌로 쌓은 화단위에서 혼자 촛불을 들고 시위하는 시민들을 근심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른 “이의원님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건네고, “여기로 내려오시지 왜 거기 혼자계십니까?”하였더니 “여기가 더 좋습니다.”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뒤로도 청계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더러 이의원이 나온 것을 보았지만 항상 그런 뒷발치 모습이었다.
이낙연은 그랬다.
대개 그런 자리에 정치인 특히 유권자들에게 표를 애걸해야하는 국회의원들이 나오면 반드시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두 주먹 불끈 쥐고 흔들어대며 사회자가 정해진 시간이 지났다고 귀띔을 해도 못 들은 척 하고 열변을 토로하고 그랬는데, 내가 못 보았는지 몰라도 이의원이 스스로 단상으로 올라가 혼자 연설하는 것은 보지를 못했다.
이의원은 항상 그렇게 표 나지 않게 조용히 뒷발치를 지켰다.
그랬던 이이원이 총리가 되자 얼마나 매끈하게 총리 직무를 수행하는가?
그렇다고 악을 쓰고 달려드는 야당의원들과 입씨름을 하는 경우도 없고, 벼르고 덤벼들었던 야당의원이 스스로 멋쩍어 뒤통수를 긁적이며 마이크를 내려놓게 한다.
웬만한 성격의 총리라면 화가 나서 마이크를 집어던지거나 야당의원을 향해 욕설이라도 퍼 부을 듯 한데 이낙연은 그런 경우에도 웃음으로 끝내게 했다.
문대통령이 행한 인사 중 가장 탁월한 발탁이었다.
윤석열과 어떻게 그렇게 정 반대의 사람을 골랐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윤석열한테는 문대통령뿐 아니라 전 국민이 속았으니, 그를 검찰총장으로 고른 문대통령만을 탓 할 수도 없다.
각설하고!
이제 이변이 없는 한 이총리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종로에 민주당후보로 출마 할 것이 확실시 되고, 여당후보로는 황교안이 거론되지만 황교안이 하는 꼴을 보면 어쩌면 이총리가 무서워 꼬리를 뺄 듯도 하다.
종로구 유권자들이여!
만약 이총리와 황교안이 맞붙으면 정치1번지 유권자 수준이 이렇다는 것을 전 국민과 황교안에게 똑똑히 보여주실 것을 신신당부합니다.
황교안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놓아 아예 정치판에서 보따리를 싸게 하십시오.
이총리의 종로구 당선은 크게 걱정이 안 되는 데 그 다음 대선이 문제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나 여론으로 보아 다음 여당 대통령후보로 이낙연총리가 후보로 나설 것은 분명한데 아무래도 종로의 국회의원 선거와 같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5.15쿠데타 이후 치러진 한국의 대선이 어디 후보의 인품이나 자질이나 능력을 보고 뽑는 선거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저 칠푼이가 되었던 이완용이 되었던 내 고향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붓 뚜껑을 눌러 주었다.
김대중대통령은 예외가 아니냐고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박정희의 죄상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지만 가장 악랄하고 영원히 국가에 해악이 되는 죄상이 지역감정의 창조다.
5.16쿠데타 전 까지는 고향사랑은 있었어도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 증거가 5,16 훨씬 전 전남광양출신인 조재천이라는 분이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내리 3번 당선된 것이 이를 증명하며, 지금 같았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얘기다.
그랬던 것을 박정희가 날치기로 3선개헌을 하고 나서 세 번째 대통령후보로 나섰을 때 당시 까지는 무명에 가까워서 말랑한 상대인줄 알았던 야당의 김대중후보가 유세가 시작되자 그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유권자들을 미치고 팔짝 뛰게 하자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가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효상이라는 백발을 내세워 당시까지 대구역사상 최대인파가 운집했다는 대구 유성천변 유세에서 “이번에 호남사람 김대중이 당선되면 경상도 사람은 씨를 말릴 것이다.”라는 극악의 연설을 하게 했다.
바싹 마른 장작에 휘발유를 뿌리고 성냥불을 그어댄 꼴 이었다.
이게 지역감정의 효시다.
그러니 이낙연총리가 여당후보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다음 대선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그 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이 다음 대선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나.
영호남 인구비가 3:1을 넘으니 지역감정이 본색을 드러내면 이낙연이 아니라 호남후보로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장순이 나서도 영남출신의 이완용에게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망국병인 지역감정이고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영호남 유권자의 현격한 차이다.
그럼 그런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김대중은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느냐고요!
예-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김영삼과 이인제에게 감사해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대중후보가 대선에서 내리 3번 낙선을 하고 마지막으로 야당후보로 4선에 나섰을 때 김영삼정권의 집권여당의 후보는 이회창이었습니다.
헌데 여당 내에는 이회창말고도 이인제가 후보로 나서려다 이회창에게 후보자리를 빼앗기고 말았고, 이회창과 이인제는 서로가 철천지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당내경선에서 밀려난 이인제는 뛰쳐나가 혈혈단신으로 출마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회창에게 갈 표를 500만 표 이상 빼앗아 갔으니 이회창이 아무리 지역감정의 덕을 본다 해도 무슨 재주로 김대중을 이길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런 조건에서도 김대중은 이회창을 30여 만 표 차이로 간신히 누르고 4수 끝에 대통령이 되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와 민주주의를 펼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이인제에게 감사해야 할 것은 이회창의 표를 500만 표나 뺏어가 김대중에게 당선을 안긴 공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고, 김영삼은 imf를 불러들인 대통령으로서 식물대통령이나 다름없었지만 독불장군으로 출마하려는 이인제에게 눈만 한 번 흘겼어도 출마를 포기했을 것이니 이회창이 땅 짚고 헤엄치는 대선이 되었을 것입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한때는 동지였지만 여/야로 갈라선 뒤로는 서로 앙숙이나 다름없는 관계였는데 이인제가 출마를 하면 김대중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현직대통령인 김영삼이 이인제의 출마를 막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김영삼에게도 대인다운 풍모가 풍기고, 다른 한편으론 이회창이 속이 좁아 주변사람들로부터 것과 달리 속으로는 존경은 고사하고 비판과 저주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무언으로 반증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두절미하고!
이낙연 총리여-
아니, 이낙연 전 총리인가?
부디 자중자애 하시라.
그리고 총리 매끄럽게 잘 했던 것과 같이 종로구 국회의원이 되어 의정활동 아주 잘 하시고 다음 대선에서 5.16쿠데타이후 처음으로 지역감정의 벽을 허무는 대선후보가 되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 못다 한 민주주의를 100%완성시키고 평화통일의 열쇠를 여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나신 다음에 어는 집회자리에서 또 뒷발치에 조용히 홀로계신 전직대통령 이낙연을 반갑게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실 수 있으시지요?
잘- 되어야 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