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네요. 수시로 얼굴이 떠오르고 어떻게든, 그렇더라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싶더니.. 시간과 상관없이 그를 향한 마음이 늘 붙박이처럼 있을 줄 알았는데..
우연한 재회 후 타인이 된 서로간의 거리를 확인하고 마음을 텅 비우고 그런데도 멍한 것처럼 실감을 많이 못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아는 사람과 통화하다 그 사람 얘기가 나와 근황을 들었는데..얼굴이 퍼뜩 떠오르질 않았어요.
이야기하면서도 그 사람 얘긴데 참 남 얘기처럼 들렸어요. 잘 지낸다니..여전하다니.. 그렇구나 했고요.
얼굴이 떠오르긴 하는데 너무 젊은 얼굴, 청춘같은 모습으로 떠올라요. 마치 이삼십년 전 헤어졌던 누군가처럼.
오래 전 졸업앨범의 흑백 사진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전에는 그렇게도 어제 헤어진 것 같더니..이젠 수만년 전 사람같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닌데..그간의 내가 너무 달라진 건지. 응 그랬지 하면서도 참 낯선 건. 내가 그 사이 훅 하고 늙어버린 걸지도요..
이런 게 이별의 유효기간이란 걸까요. 비로소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들과의 애도의 기간이 끝난 걸까요.
이대로 추억이 되면 너무 슬플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네요.
머릿속의 사진첩을 닫은 느낌입니다. 이제 책장 속 어딘가로 넣어버리면,사라져 한동안은 찾기 어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