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친정아빠는 참 남들이 말하길 호인이었어요. 그냥 넘 쉬워보이고 만만해 보일만큼 다 퍼주고 다 도와주고 남들한테 도움도 많이주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자식들한테는 쓸데없이 엄격했어요. 엄마는 아빠를 세워주려 가끔 거들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랑만 있을땐 제약이 많지 않았죠.
이시간 애들이 까르르... 웃는소리 들으니 너무 자연스럽고 아무렇지도 않고 가끔 "빨리자라~~" 정도 말해주는 남편 목소리.
우린 그때 비슷한 상황에서 불러 놓고 혼이났어요. 심하면 매도 맞았죠. 9시면 누워야 했고, 가끔 엄마아빠 주무신거 확인하고 몰래 일어나 조용히 키득키득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아빠가 오면 인사만 하고 아빠 없는곳으로 다 사라졌어요. 가끔 아빠랑 허물없이 친한 아이들이 부러웠고, 특집방송이라고 만화라도 하는 날 아빠가 보고싶은 채널 포기하고 아이들 보게 하는집은 얼마나 좋아보이던지....
우리아빠는 왜 그랬을까요? 그렇다고 손자들한테까지는 그러지 않아서 너무너무 잘해줬어요. 손자들이 숨바꼭질 한다고 하면 옷장의 옷이 다 망가져도 숨을곳 찾아줄 정도로 아이들 눈높이에서 맞춰줬죠.
그래도 아빠랑 함께 어디가고 함께 놀고 그런건 우리도 커서 다 했지만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릴건 없었어요.
아빠 친구분들이 자식들 델고 오면 아빠도 저를 델고 갔는데 그곳에서 늘 저보다 다른애들 챙겼어요. 저보고는 늘 양보하라하고 불편한것도 좀 참으라 하구요. ㅠ
자식들을 엄하게 키워야 남들에게 손가락질 안당한다고 주장했던 아빠~ 그런데 우린 매사에 기가죽어 있었어요. 남들한테도 온순한 아이였지만 자존감이 참 낮았었어요. 그래놓고 자신감있게 살라고 하면 살아지나요?
가끔 아쉬웠던 이야기 꺼내면 사느라, 너네 키우느라 힘들어서 어쩌구 할때 있으셨죠.
어차피 힘들게 사는거 똑같고, 어차피 마주하고 있어야 하는시간 한정되어 있다면 이왕이면 좀더 너그럽고 이왕이면 좀더 따뜻하면 좋았을걸.... 그래도 가끔은 그립고 돌아가시기전까지의 10년정도의 추억은 너무 좋았어요.
아이들이 금방 크는걸 잊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이벤트처럼 행복하게 보내려해요. 좋은 추억은 잊고 아쉬운것만 기억하는 저처럼 아이들도 그렇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