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장이었던 46살 A 씨는 5년 전, 대장 용종을 제거하기 위해 평택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A씨는 이후 대전의 대형병원 두 곳에 갔다가 메르스 전파자가 됐습니다.
A씨로 인해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25명, 이 중 11명이 숨지면서, A 씨에게는 16번 환자, 또는 '슈퍼전파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A 씨/메르스 16번 환자] "(병원 치료 도중) '당신 때문에 메르스에 걸려서 죽은 사람도 많고, 감염되어서 다 이렇게 큰 난리가 났는데'(라고 듣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속 슬픔에 많이 울었어요."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고 퇴원했지만, 일상은 엉망이 됐습니다.
3년 동안 운영하던 사업장은 '메르스 슈퍼전파자'네 가게라고 소문 나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고, 후유증인 팔다리 통증 치료에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A 씨/메르스 16번 환자] "그때는 악몽이죠, 진짜. 제가 죽을 생각까지 갔던 터라 아내도 많이 힘들었죠. 계속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메르스 사태라는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이면서도 A씨는, 남에게 죽을 병을 옮겼다는 죄책감에 메르스 백신 연구에 피실험자로 3년이나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제,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 씨/메르스 16번 환자] "정부에서는 해주는 것도 없고, 보호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라 정책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5년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를 키웠던 정부의 무능함도, 환자들의 아픔도, 기억 너머로 희미해졌지만, 메르스 전파자들의 무너진 삶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