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가끔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부모님

달밤 조회수 : 2,936
작성일 : 2019-12-21 00:54:15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 산 적이 있었어요. 몇 년 정도..부모님은 식당을 하셨는데, 저랑 동생은 근처에 주인집에 딸린 방 두 개를 빌려서 방 하나에는 짐만 두고, 다른 방 하나에서 저랑 동생이 지냈어요. 부엌이 있었지만 애들만 있어서 불을 쓰면 안된다고 밥은 가게에서 저랑 동생이 은색 네모난 식당에서 배달할 때 쓰는 쟁반에 밥을 날라서 집에서 먹었어요. 한 번은 제가 뭘 먹다가 남기고 치우질 않아서 벌레가 생겨서 집에 온 아버지가 이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저를 많이 때렸어요.

부모님은 가게 부엌안에 딸린 작은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다락방에서 주무셨는데 천장이 낮았어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을 그 다락방..이상하게 그 방이 가끔 생각나고 가슴이 답답해져요. 그러다 가게를 개조해서 좌식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서 거기서 밤에는 주무셨어요. 
일년에 명절때와 한여름을 제외하고 거의 쉬지못했던 부모님은 언제나 힘들고 부지런하게 일하셨지만 사는건 어려웠어요.

하지만 전 그래도 제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그 때는 별로 하지 않았어요. 제가 넉넉하지 않다는걸 알게 된건 중학교에 들어가서 가정환경 조사서를 파악하는데, 선생님이 집에 세탁기 있는 사람 손을 들게 하는데 전 세탁기를 그렇게 많은 집이 가지고 있는줄 몰랐어요. 

부모님은 결국 부모님 명의의 집 한채를 가지게 되었고, 가게를 접으신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너무 부지런하게 사세요. 힘들어하면서도 항상 몸을 쓰시려고하고, 아버지는 공공근로에 나가 돈을 벌려하시고, 어머니는 고추장,된장 직접 담그시고 TV보고 몸에 좋다는 음식 조리법이 나오면 다음에 꼭 해야겠다며 메모하세요.

얼마전 어머니에게 다시 태어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봤는데, 다시 태어난다면 부자집에 태어나서 아무 일도 안하고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머니가 거친 손으로 제 손을 잡고 어쩌다 이렇게 됐댜며 우시던 모습, 오래전 낮은 천장의 다락방, 나를 주늑들게 했던 기억들과 어렸을 때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며 내가 커서 엄마 꼭 호강 시켜드릴게요 했을 때 어떤 뿌듯함이 퍼졌던 꽉 차 보였던 어머니의 얼굴을 내가 다시 보게 될까 생각하면...지금 이 세계가 꿈이길 바래요.





IP : 218.51.xxx.12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2.21 12:57 AM (117.111.xxx.114)

    원글님, 늘 행복하세요.

  • 2. robles
    '19.12.21 1:04 AM (191.84.xxx.108)

    원글님 부모님 참 존경스러우신 분들입니다. 비록 큰 재산은 못 모았다 하시지만 정말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면서 사셨네요. 글 읽으면서도 참 존경스럽고 저도 그렇게 살고 싶네요. 물론 내 꿈도 다시 환생하면 부잣집 딸이긴 해요. ㅎㅎㅎ

  • 3. ..
    '19.12.21 1:05 AM (58.182.xxx.200)

    수필처럼 아름답고도 먹먹한 글을 읽게 되었네요. 그러고 보면 하루는 길지만 또 한 평생은 참 짧아요..예전 기억이 이렇게 오랫동안 선명한 걸 보면..

    가족들 모두 행복하세요.

  • 4. 저희
    '19.12.21 1:06 AM (65.110.xxx.6)

    엄마도 평생을 일만하시고 고생하셨는데
    제가 어릴때 엄마에게 엄만 밤이좋아 낮이좋아? 물어본적이 있어요. 당연히 어린저는 낮이 좋아서..
    근데 엄마가 밤이 좋다고...밤에는 쉴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던 대답이 평생 기억이 나요.
    지금은 제가 엄마 그 대답했던 나이가 되었는데...전 내가 엄마나이가 되면 밤이 좋아질줄 알았거든요. 근데 전 여전히 낮이 좋아요. 사는게 별로 안 빡세서...ㅠㅠ
    얼마나 사는게 힘드셨으면 밤이 좋다고 하셨을까 이런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 5. 한 평샐
    '19.12.21 6:24 AM (180.68.xxx.100)

    고단함 속에서 근면 성실하게 사셨을 원글님 부모님...
    훌륭하시고 존경스럽네요.

  • 6. ...
    '19.12.21 6:46 AM (117.111.xxx.182) - 삭제된댓글

    가족들 모두 행복하세요222

  • 7. 111
    '19.12.21 7:29 AM (223.38.xxx.106)

    글 참 잘쓰시네요.그느낌이 너무 잘 전해져서 마음이 아픕니다.부모님들 너무 훌륭한 분들이세요.부모님이 쌓은덕을 님께서라도 받게 될겁니다.

  • 8. eofjs80
    '19.12.21 11:47 AM (223.39.xxx.91)

    눈물이 나요. 원글님과 부모님 모두 행복하세요..

  • 9. 지금
    '19.12.21 9:03 PM (211.246.xxx.28)

    이세계가 왜?어떤가요?마지막소절 해석이안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20857 홈텍스 지금 되나요? 5 대기중 2020/01/15 1,234
1020856 계속 통화중으로 신호가게 하고싶습니다 3 ㅍㄷ 2020/01/15 10,617
1020855 방콕 수완나폼 공항 잘 아시는 분....(면세점, 식당 등) 8 공항 2020/01/15 2,034
1020854 다녔던 중소기업에서 다른 업무로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근무한거 .. 3 .. 2020/01/15 972
1020853 벤타 오래 사용하신분들요~~ 9 가습 2020/01/15 1,487
1020852 일산 백석동 아파트 7 ... 2020/01/15 2,613
1020851 펭수 정관장 광고 비하인드 영상이 올라왔네요. 4 ㆍㆍ 2020/01/15 1,494
1020850 방탄, 슈가의 쉐도우 14 이야.. 2020/01/15 2,669
1020849 갱년기 남편에게 와이프가 해줄수 있는건 뭐가있을까요? 14 .... 2020/01/15 4,548
1020848 여초직장 힘드네요 7 000 2020/01/15 4,335
1020847 성당에서 세금공제 서류를 핸드폰 사진으로 받아서 출력해서 7 세금바보 2020/01/15 946
1020846 미레나 시술후 통증 얼마나 가셨어요? 4 ... 2020/01/15 6,039
1020845 주변에 말년복 있는 분들은 어떻게 노후를 보내나요 17 2020/01/15 7,278
1020844 설이 다가오네요. 설과 생신이 겹치는 사람은 어떻게 축하해요?.. 7 듣기싫어라 2020/01/15 1,378
1020843 소파에 둘 쿠션 추천해주세요 1 ㅇㅇ 2020/01/15 933
1020842 아이가 다리를 심하게 떨어요 3 ㅇㅇ 2020/01/15 1,049
1020841 부동산 작전세력 30 ..... 2020/01/15 3,210
1020840 일리 캡슐이 폴리카보네이트라니 유해하겠지요? 9 궁금합니다 2020/01/15 2,966
1020839 성형한 강남미인들이랑 눈 마주치는게 안되고 있어요; 20 ... 2020/01/15 8,089
1020838 커피숍에서 달라는 사람들 9 .. 2020/01/15 4,420
1020837 성경책 읽다가 잠들어 꿈을 꾸었는데요~~ 6 신기해요 2020/01/15 1,750
1020836 금을 매달 꾸준히 사고 싶은데요 48 .. 2020/01/15 6,693
1020835 가스난방아파트 난방팁좀주세요 5 ㅇㅇ 2020/01/15 1,341
1020834 오십견이 뭔가요? 어깨가 아니라 팔 전체가 저리고 아파요..ㅠㅠ.. 9 49세 2020/01/15 2,715
1020833 막스마라 최대 80%행사전이라면 기대도 말아야하나요? 4 ,,,, 2020/01/15 3,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