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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끔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부모님

달밤 조회수 : 2,889
작성일 : 2019-12-21 00:54:15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 산 적이 있었어요. 몇 년 정도..부모님은 식당을 하셨는데, 저랑 동생은 근처에 주인집에 딸린 방 두 개를 빌려서 방 하나에는 짐만 두고, 다른 방 하나에서 저랑 동생이 지냈어요. 부엌이 있었지만 애들만 있어서 불을 쓰면 안된다고 밥은 가게에서 저랑 동생이 은색 네모난 식당에서 배달할 때 쓰는 쟁반에 밥을 날라서 집에서 먹었어요. 한 번은 제가 뭘 먹다가 남기고 치우질 않아서 벌레가 생겨서 집에 온 아버지가 이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저를 많이 때렸어요.

부모님은 가게 부엌안에 딸린 작은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다락방에서 주무셨는데 천장이 낮았어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을 그 다락방..이상하게 그 방이 가끔 생각나고 가슴이 답답해져요. 그러다 가게를 개조해서 좌식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서 거기서 밤에는 주무셨어요. 
일년에 명절때와 한여름을 제외하고 거의 쉬지못했던 부모님은 언제나 힘들고 부지런하게 일하셨지만 사는건 어려웠어요.

하지만 전 그래도 제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그 때는 별로 하지 않았어요. 제가 넉넉하지 않다는걸 알게 된건 중학교에 들어가서 가정환경 조사서를 파악하는데, 선생님이 집에 세탁기 있는 사람 손을 들게 하는데 전 세탁기를 그렇게 많은 집이 가지고 있는줄 몰랐어요. 

부모님은 결국 부모님 명의의 집 한채를 가지게 되었고, 가게를 접으신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너무 부지런하게 사세요. 힘들어하면서도 항상 몸을 쓰시려고하고, 아버지는 공공근로에 나가 돈을 벌려하시고, 어머니는 고추장,된장 직접 담그시고 TV보고 몸에 좋다는 음식 조리법이 나오면 다음에 꼭 해야겠다며 메모하세요.

얼마전 어머니에게 다시 태어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봤는데, 다시 태어난다면 부자집에 태어나서 아무 일도 안하고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머니가 거친 손으로 제 손을 잡고 어쩌다 이렇게 됐댜며 우시던 모습, 오래전 낮은 천장의 다락방, 나를 주늑들게 했던 기억들과 어렸을 때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며 내가 커서 엄마 꼭 호강 시켜드릴게요 했을 때 어떤 뿌듯함이 퍼졌던 꽉 차 보였던 어머니의 얼굴을 내가 다시 보게 될까 생각하면...지금 이 세계가 꿈이길 바래요.





IP : 218.51.xxx.12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2.21 12:57 AM (117.111.xxx.114)

    원글님, 늘 행복하세요.

  • 2. robles
    '19.12.21 1:04 AM (191.84.xxx.108)

    원글님 부모님 참 존경스러우신 분들입니다. 비록 큰 재산은 못 모았다 하시지만 정말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면서 사셨네요. 글 읽으면서도 참 존경스럽고 저도 그렇게 살고 싶네요. 물론 내 꿈도 다시 환생하면 부잣집 딸이긴 해요. ㅎㅎㅎ

  • 3. ..
    '19.12.21 1:05 AM (58.182.xxx.200)

    수필처럼 아름답고도 먹먹한 글을 읽게 되었네요. 그러고 보면 하루는 길지만 또 한 평생은 참 짧아요..예전 기억이 이렇게 오랫동안 선명한 걸 보면..

    가족들 모두 행복하세요.

  • 4. 저희
    '19.12.21 1:06 AM (65.110.xxx.6)

    엄마도 평생을 일만하시고 고생하셨는데
    제가 어릴때 엄마에게 엄만 밤이좋아 낮이좋아? 물어본적이 있어요. 당연히 어린저는 낮이 좋아서..
    근데 엄마가 밤이 좋다고...밤에는 쉴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던 대답이 평생 기억이 나요.
    지금은 제가 엄마 그 대답했던 나이가 되었는데...전 내가 엄마나이가 되면 밤이 좋아질줄 알았거든요. 근데 전 여전히 낮이 좋아요. 사는게 별로 안 빡세서...ㅠㅠ
    얼마나 사는게 힘드셨으면 밤이 좋다고 하셨을까 이런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 5. 한 평샐
    '19.12.21 6:24 AM (180.68.xxx.100)

    고단함 속에서 근면 성실하게 사셨을 원글님 부모님...
    훌륭하시고 존경스럽네요.

  • 6. ...
    '19.12.21 6:46 AM (117.111.xxx.182) - 삭제된댓글

    가족들 모두 행복하세요222

  • 7. 111
    '19.12.21 7:29 AM (223.38.xxx.106)

    글 참 잘쓰시네요.그느낌이 너무 잘 전해져서 마음이 아픕니다.부모님들 너무 훌륭한 분들이세요.부모님이 쌓은덕을 님께서라도 받게 될겁니다.

  • 8. eofjs80
    '19.12.21 11:47 AM (223.39.xxx.91)

    눈물이 나요. 원글님과 부모님 모두 행복하세요..

  • 9. 지금
    '19.12.21 9:03 PM (211.246.xxx.28)

    이세계가 왜?어떤가요?마지막소절 해석이안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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