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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회성 없는 거 아주 힘들어요

.... 조회수 : 5,316
작성일 : 2019-12-03 13:36:30

전 입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사회성인 것 같아요
이 세상 모든 것은 거의 관계에 대한 건데
저는 이게 잘 안되어 있어서 삶이 매 순간 지치고 힘들어요

막 활발하고 사교성 있고 모든 이들과 친구과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 관계가 좀 쉽고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해야
물 흐르듯이 살아갈 수 있는 건데

저는 겉으로는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여도
그건 정말 내 안의 에너지 쥐어짜서 해내는 거고
실제로는 사람들 마주할 때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하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적절하고
부적절한 건지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너무 지쳐버린달까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내가 이 감정이 들고 그걸 표현하고 싶은데 이게 맞는건지
이 상황에 적절한 사회적 매너가 뭐고 뭐가 적절한 반응인지
근데 난 그렇게 안 하고 싶은데 그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막 혼란이 와요

그래서 사람들 틈에 섞여있으면
그냥 빨리 내 침대 속으로 들어가 쉬고 싶고
할 수만 있으면 그냥 히키코모리로 살고 싶어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갈등들을
다룰 줄도 모르고 못 견디니까 결국 다 끊어내게 되고
남친 부모님 뵙는 자리나 어색한 사람이 있는 자리
이렇게 좀 어렵고 힘든 자리나 어색한 자리는 회피하게 되고요

제 친구는 사람들하고의 관계에서 큰 스트레스 안 받으며 사는데
스펙은 조금 부족한지 몰라도
친구들이나 이성친구 가족 직장사람들하고
모두 원만하게 지내니까 항상 행복하게 지내요
때 되면 온 가족들이랑 놀러가서 고기 구워먹고 놀다오고
친구들하고도 오래 인연 유지하면서 갈등 있어도 쉽게 잘 풀어가고
이성친구랑 헤어져도 조금 슬퍼하다 금방 회복하고 곧잘 만나고
직장에서 갈등이 있어도 그 순간은 조금 스트레스를 받아도
결국 잘 이야기해서 풀어가요 어려운 자리도 좀 긴장되더라도
금세 편안하게 잘 받아들이고요 그래서 전 그게 제일 부럽네요

저는 모든 걸 서열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밑에서 억압받으며 자랐고
한번도 제 감정 제 생각 제 관점 제 방식이 존중받아 본 적이 없어요
화, 미움, 서러움, 슬픔 등의 부정적인(그러나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도
당연히 안전하게 수용받아 본 경험이 없고요
무조건 화내고 때리고 찍 소리 못하게 누르고 사랑 박탈하고
나와 엄마는 분명 다른 인간인데도
엄마랑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으면
웃기고 있네 / 너는 도대체가 어떻게 된 게 /하여간에~ /
어떻게 생겨 먹은게/ 니가 그럼 그렇지/ 그럼 그게 맞냐?
이런 식의 악플 같은 비웃음 비난 조롱 모욕 질책만 당하고
자란 지라 (그 외에는 전부 무관심, 방치)

기본 정서발달도 건강하게 잘 안 되어 있고
내 감정에 확신도 없고 그걸 표현하는 건 더 어렵고...
그러니 갈등 상황에서 무조건 참고 속으로 부글부글 하지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나가는 법을 모르니까 다 끊어내고..
인간관계가 너무 어렵고 그게 젤 어렵네요

지금 차근 차근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상대에게 표현하는 법
나의 경계선을 넘어오는 부탁들에 거절하는 법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도 적절히 다스리고 좋게 표현하는 법 등을
이제와서 서적을 뒤져가며 하나 하나 다시 배워나가는데
자기 분화/ 정서 분별 /정서 조절과 표현 / 갈등의 해결
이런 걸 머리로 배운다는게
거의 다리 하나 없는 사람이 달리기를 배우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과정이예요

그래서 저는 자녀 양육에 있어서 공부 공부 하는 것보다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서 발달을 포함한 큰 틀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게 해주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네요 ㅠ





IP : 175.223.xxx.21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기가천국
    '19.12.3 1:38 PM (175.116.xxx.158)

    맞아요
    그래야 건강하게 살수있죠

  • 2.
    '19.12.3 1:46 PM (223.39.xxx.50)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그어떤것보다 사람들하고 두루편안히 지낼수있는 사람이 부러워요
    사람만나면 늘 긴장이되고 저사람이 날 싫어하지않을까 조바심나고
    나랑친구둘이있다 다른친구가 끼어들어 둘이 더 친하면 질투나고
    님이나 저나 어릴때 부모에게 무시당하고 인격을 억압받아서 생긴 병같네요
    일단 병이 있으니 싫타고 아무리 떠나가라해도 안가더라구요
    육체적인장애인들이 본인의 장애를 받아들이듯이ᆢᆢ다리하나없는 사람이 두다리 있는사람과 똑같이못걷듯
    정신적인 장애도 받아들여야하나봐요
    내가 이런 약점이 있구나 남들과는다른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고싶어 태어난것도 아니고 어릴적부터 학습되어온거라 나를 너무나 따라붙어다니지만 이런성격의나를 인정하고 보둠어 주는건 어떨까싶어요

  • 3. ...
    '19.12.3 1:47 PM (121.161.xxx.197) - 삭제된댓글

    맞아요. IQ보다 EQ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4. ..
    '19.12.3 2:00 PM (115.40.xxx.94)

    나름 다 힘든점이 있죠

  • 5. 맞아요
    '19.12.3 2:10 PM (112.165.xxx.29)

    타고나기도 예민한데 부모의 억압이나 방치로 더 어렵고 더디게 자랐죠.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법도 배워야 알아요. 스스로 터득한 건 낯설음 불안함 불편함이구요.
    그래도 보듬어주고 다독여주는 것도 익혀야해요. 몸에 배어들게 마음에 뿌리내리게. 그런 교육을 바라지만 어째 더 어려워지기만 하는 세상이라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 6. ..
    '19.12.3 2:26 PM (222.120.xxx.177)

    돈도 사회성앞에 생각보다 무기력 합니다.
    사회성이 없다는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요. 항상 불안하고요.

  • 7. ...
    '19.12.3 4:32 PM (223.62.xxx.50)

    실제로는 사람들 마주할 때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하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적절하고 
    부적절한 건지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너무 지쳐버린달까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내가 이 감정이 들고 그걸 표현하고 싶은데 이게 맞는건지 
    이 상황에 적절한 사회적 매너가 뭐고 뭐가 적절한 반응인지 
    근데 난 그렇게 안 하고 싶은데 그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막 혼란이 와요 2222222
    그런 약점을 파고들어 이용하는 사람들때문에 한번 더 상처받게 되기도 하죠

  • 8. 일부로 로그인
    '19.12.3 5:06 PM (175.223.xxx.62) - 삭제된댓글

    어쩜 이렇게 하고자하는 말을
    글로 잘 표현해서 적으셔요?

    다리 하나 없는 사람이 달리기 배우는 듯 하다 식의 표현등
    글이 간결하면서도 그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효율적으로 쓰는 능력이 있으신 분이네요

  • 9. 공감
    '19.12.3 7:09 PM (121.167.xxx.189)

    저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항상 참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기는데 어떨땐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속상하네요

    사회성도 없는데 다음달부터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힘드네요ㅠㅠ

  • 10. 아공
    '19.12.3 10:57 PM (222.114.xxx.136)

    저도 그랬는데...
    지금은 조금 어색한 티 나도 많이 극복했어요
    비폭력대화라고 책도 있고 워크샵도 있는데 도움 많이 되었어요

  • 11. 참나
    '19.12.8 11:27 PM (118.42.xxx.226)

    사회성없는것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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