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캐논 변주곡을 들으며 옛 추억에 잠겨봅니다.

파람 조회수 : 666
작성일 : 2019-11-27 16:42:42
대학4학년때 여러가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부모님께서사업에 실패해 늘 어둡고 불안불안했던 집안 분위기와 취업걱정 등등 학교에 가면 집에 오는것이 두려웠던 시기였지요.
끊이지 않던 부모님의 격정적인 싸움에 집에 들어가는것이 너무 싫어 집앞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멍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교 내내 누군가 사귀어본적도 없었어요.
지금 말로 하면 그저 썸타는 정도... 근데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어요. 늘 제가 먼저 피하고 도망다녔거든요.
상대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모르는척 했어요.
그 당시의 제 삶에 연애는 사치같이 느껴졌고 우리집 사정을 알게되었을때 혹시 도망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늘 점심값을 걱정했지만 겉으로는 안그런척 굉장히 유쾌한 척 ... 오죽하면 친구에게서 " 넌 좋겠다. 걱정이 없어보여" 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같이 다니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너무 잘사는 친구들이었고 그러지 않으려해도 자꾸만 위축이 되었던 시기였어요.
그렇지만 마음속 깊은곳에서는 나도 좋은 사람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4학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를 만나보고싶어하는 선배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에이 마지막인데 나도 누군가를 한번 만나보자 싶어 그러겠다고 했어요. 왜그랬는지 저도 몰라요.
그때 만났던 선배는 그냥 생긴것도 마음씨도 제 이상형이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제앞에서 많이 수줍어하고 허둥지둥하고 하는 모습도 좋아보였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준비하던때라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가끔 만났어요.
조심스러워하는 제모습도 좋아해주고 이해해주고 여전히 날 좋아해주는 모습이 참 고마웠지요.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하나 직접 녹음해서 선물하는게 유행이었는데 그 선배가 어느날 제게 그 테잎을 수줍게 내밀었어요. 선곡에 많이 신경쓴듯한 음악들... 그중 한곡이 조지윈스턴의 캐논변주곡이었어요.
테잎이 늘어질때까지 듣고 또 듣고 나도 이렇게 행복할수 있구나 생각했더랬어요.
저는 좋업을 하였고 취업이 바로 되지는 않아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가끔 선배와 만나긴 했지만 커피값도 내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서 여러 핑게를 대면서 전화통화만 하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만난날은 같이 영화를 보았는데 나오면서 선배가 웃으며 한마디 하더라구요.
" 너는 영화보다가도 몸이 약간 닿기만 하면 피하고 그러니.. 휴, 너 안잡아 먹어."
이러면서 그냥 헤어졌는데 그 이후로 몇달간 연락이 안되었습니다.
네 차였습니다.
하지만 그당시엔 그게 차인줄도 몰랐고 그냥 공부가 바쁜가부다 생각했었죠.
근데 차인거 맞았습니다. 이후에 집사정이 더 안좋아져서 다른곳으로 이사를 갔고 전화번호도 바뀌었어요.
굳이 전화해서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도 몇년을 미련이 남았었죠. 혼자만..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 왜그랬을까...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어요.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 그사람과 잘 될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아닌것 같아요. 나는 아마도 그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했었나봐요. 내가 상처입고 다치는것이 무섭고 싫었나봅니다.

오늘 캐논변주곡을 우연히 들었는데 마음이 좀 찡하니 아프네요.
살다보니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그리 바보처럼 살았을까... 
사는게 쉽지 않다고 느껴질때 그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좀 더 강하게 살았다면 지금 나는 달라졌을까 생각해봅니다.

 

IP : 203.142.xxx.24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파람
    '19.11.27 4:42 PM (203.142.xxx.241)

    https://youtu.be/tMBxTukgBco

  • 2. ....
    '19.11.27 5:42 PM (118.44.xxx.152)

    저도 아는 언니에게 그 음악 테잎을 받았었어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랑이 그 감정이 그 누군가의 존재가 인생의 축복이자 선물이며 어쩌다 다가온 행운이었음을 느낍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오신 만큼 분명 멋진 삶을 사실거 같아요

  • 3. ///
    '19.11.27 7:14 PM (58.238.xxx.43)

    캐논변주곡 얘기하셔서 마룬5의 메모리즈란 노래 추천해봐요
    그냥 옛생각 날때 좋을것 같아서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1429 모임에서 상처받은마음 추스리는중이예요 음... 01:14:04 97
1631428 제이홉 한달후에 제대한대요! ㅇㅇ 01:06:19 115
1631427 나르 수작에 안말려 들기 힘드네요. 2 ㄴㄴ 01:04:35 288
1631426 초대 음식 01:01:14 96
1631425 엄마가 아빠 자꾸 혼외자식 아니냐고... 3 ㅡㅡ 00:48:25 824
1631424 제가 예민한 건지 좀 봐주세요 3 00:31:52 710
1631423 시누이, 올케 둘 다인 입장이지만 50 00:21:19 1,849
1631422 꽉 막힌 아이 사고에 화가 나요 11 달달 00:19:56 1,121
1631421 곽튜브 옹호하는건 아니고요 19 .... 00:19:04 1,577
1631420 동서 간에 쌩하고 싶어요 1 관계 00:16:28 689
1631419 지금 tvN 추석영화 2 ?? 00:11:47 1,312
1631418 김건희는 주가조작이 업이었네요 2 너희가벌받을.. 00:11:17 704
1631417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해결하며 사시나요 ㅠㅠ 11 답답 00:04:38 1,067
1631416 곽튜브는 자기가 이나은 구원자라도 된 줄 알았다는 게 웃김 포인.. 7 ..... 2024/09/17 2,034
1631415 추석 연휴 응급실 이송 거부 잇따라…의료정상화 요원 4 00 2024/09/17 659
1631414 애들 재우다가 또 악지르고 난리쳤어요 ㅠㅠ 21 .. 2024/09/17 3,005
1631413 유과와 약과. 냉동보관되까요? 3 냉동보관 2024/09/17 435
1631412 오래전 물리 모기자국이 계속 간지러워요 3 2024/09/17 528
1631411 손석구 누구 닮았나했더니 강인봉 닮았어요 1 작은별가족 2024/09/17 505
1631410 큰시험전 장례식장 가나요 14 ㅁㅁ 2024/09/17 1,148
1631409 류필립 미나 커플요...그래도 진짜 잘사는 느낌이 드는게.?? 11 .... 2024/09/17 3,188
1631408 모임에서 제가 열이 완전히 받았어요..ㅠㅠ 19 .. 2024/09/17 3,932
1631407 50대 이후 가장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은? 16 부부 2024/09/17 3,863
1631406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6 . 2024/09/17 1,829
1631405 결정사 조건 5 …. 2024/09/17 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