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2019.11.26.
민주당, 정의당, 바미당, 평화당이 패스트 트랙으로 올린 ‘지역구 225, 비례대표 75 50% 연동제’가 자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본회의를 통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니까 민주당에서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 100% 연동제’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말이 협상안이고 대안이지 지역구 의원들을 달래 본회의 통과를 시키려는 꼼수이고, 민의에 반한 의석 배분이 일어나게 하는 개악일 뿐이다.
<'지역구 250에 비례 50 100% 연동형' 선거제 협상 대안 부상>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1235854&...
심상정(정의당)의, 심상정(정의당)에 의한, 심상정(정의당)을 위한 선거제도라고 불리우는 ‘연동형 비례제’는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다당제보다 양당제가 어울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무엇보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 현실에서는 오히려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의사와 다르게 정치공학적 투표를 하도록 강제하게 된다.
만약 50% 연동제든 100% 연동제든 연동제를 실시할 경우, 이념적으로 정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이 심화된 우리 정치지형에서는 필연적으로 진보(좌파)/보수(우파) 각 진영은 전략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
좌파 진영 정당간에는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비례대표는 정의당(혹은 평화당)에 투표하는 전략적 연대를 할 것이고, 우파 진영은 지역구는 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비례대표는 우리공화당(혹은 바미당)에 투표하려 할 것이다. 어차피 민주당과 한국당에 정당 투표하는 것은 두 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하는데 아무 소용없는 사표가 될 것임으로 각각의 진영(좌/우)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정당의 지시나 선동이 없더라도 이런 전략적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게 되고, 진영 간의 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다. 현재 정의당의 지지율은 8% 정도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린다면 정의당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한 총 의석 수는 300명*8% = 24명이 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좌파 진영 유권자들의 전략적 정당 투표에 의해 정의당이 정당투표율이 15%까지 치솟아 300명*15% = 45명까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은 실제 지지율보다 거의 2배 정도 많은 의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100% 연동제’는 패스트 트랙에 태운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50% 연동제’에는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50% 연동제’는 총 의석이 300석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당 득표율의 50%만 먼저 반영하여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반면, 100% 연동제는 비례대표 의석이 기 배정된 50석을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여 총 의석 300석을 넘어 자연스럽게 국회의원 수 증원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야 3당은 이런 점은 국민들에게 절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여야 4당이 어떤 꼼수를 부리는지 표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현행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 정당득표율 3% 이상 혹은 지역구 5명 이상 당선자 배출 정당에 대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정하고 있다. 현재(11월 3주차) 각 정당별 지지율에 근거하여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치르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얻을 각 정당별 의석수를 추정해 보았다. 지역구 당선자는 필자가 임의로 설정하여 현실과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C 정당(정의당)의 경우는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였음으로 그 결과도 필자가 예상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C(정의당)는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 정당이고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정의당의 경우만 유심히 살펴보면 될 것 같다.
<표1 : 현 정당 지지율 기초, 현행 선거제로 총선이 실시될 경우 각 정당별 의석수 예상>
정당 지역구 당선자(①) 정당득표율 비례대표 의원(②) 합계(① ②)
A 125 44% 21 146
B 115 35% 17 132
C 3 8% 4 7
D 3 7% 3 6
E 2 3% 2 4
F 1 1% 0 1
G 1 2% 0 1
무소속 3 0% 0 3
계 253 100% 47 300
* 리얼미터 조사 11월 3주차 각 정당별 지지율 : 더불어민주당 37.3%, 자유한국당 30.3%, 정의당 7.2%, 바른미래당 5.8%, 평화당 2.1%, 우리공화당 1.6%, 기타 정당 1.8%, 무당층/무응답 13.9%. 무당층/무응답 13.9% 고려하여 각 정당별 득표율을 계산.
다음은 현(11월 3주차) 정당별 지지율을 기초로 여야 4당의 협상안으로 부상한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100% 연동제’가 실시될 경우, 각 정당별 의석수가 어떻게 변할지 알아 보자. 현 선거제가 3% 이상 정당득표율이나 5명 이상의 지역구 당선자가 있는 정당에게만 비례대표를 할당하는 것과 달리 비례대표 100% 연동제는 이런 제한 없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표2 : 현 정당 지지율 기초,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 100% 연동제 실시>
정당 지역구 당선자(①) 정당득표율 비례대표 의원(②) 합계(① ②)
A 125 44% 0 125
B 115 35% 0 115
C 3 8% 21 24
D 3 7% 18 21
E 2 3% 7 9
F 1 1% 2 3
G 1 2% 5 6
계 250 100% 53 303
이 결과를 보면 비례대표가 53명으로 정원 50명에 3명만 초과해 총 의원수가 303명이 되어 원래 총 의석수(300명)와 차이가 없다. 이 정도의 증원은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선거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고, 그 결과는 (국민들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여야 4당은 이미 알고 있었던) 기상천외하게 나올 것이다.
진보(좌파)/보수(우파) 각 진영은 100% 연동제로 변화하게 됨에 따라 각 진영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진영별로 전략적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여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 정당과 비례대표 투표 정당을 다르게 투표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가령 좌파(진보) 진영의 유권자는 지역구는 A 정당 후보에게, 비례대표는 C, E 정당에게 투표하고, 우파(보수) 진영의 유권자는 지역구는 B 후보에게, 비례대표는 F 정당에게 투표할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 정의당, 평화당은 전략적 연대를 공식적이든 암묵적이든 할 것이 분명해,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에게, 정당 투표는 정의당이나 평화당에게 하도록 유도할 것이고 이들 정당지지 유권자들도 자발적인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우파(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지역구는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정당 투표는 우리공화당(혹은 바미당)에게 하게 될 것이다. 이 전략을 선택하지 않는 진영은 비례대표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각 진영이 이런 정치공학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필연이고, 또 이런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도 없게 된다. 제도 자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진영주의 전략을 강제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할 수 있겠나?
현재 민주당(A) 지지율은 44%지만, 이 중 7%의 민주당지지 유권자가 전략적으로 정의당(C)에게 정당 투표를, 2%는 평화당(E)에게 표를 준다고 가정하고, 자유한국당(B) 지지자 중에 2%가 우리공화당(F)에게 정당 투표를 하는 것을 가정하면 그 결과는 아래와 같이 나오게 될 것이다.
<표3 :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 100% 연동제’ 하에서 전략적 투표를 할 경우>
정당 지역구 당선자(①) 정당득표율 비례대표 의원(②) 합계(① ②)
A 125 35% 0 125
B 115 33% 0 115
C 3 15% 42 45
D 3 7% 18 21
E 2 5% 13 15
F 1 3% 8 9
G 1 2% 5 6
계 250 100% 86 336
각 진영의 전략적 투표로 인해 비례대표는 86명으로 늘어나 원래 정원(50명)보다 36명을 초과하게 되어 국회의원 총 수는 33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만약 이런 결과가 나오면 늘어난 36명에 대한 처리 대책을 여야 4당은 내놓아야 하지만 이에 대해 언급이 없다.
(참고로, 독일은 이런 경우가 발생할 때, 무조건 정당득표율 100% 연동한 의석수를 보장함으로 원래 비례대표 정원수(50명)와 관계없이 비례대표 86석을 인정하여 총 의석수가 336석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 더욱 더 큰 문제다.
현 정당지지율이 그대로 총선에 반영된다면 <표2>에서 와 같이 정의당은 총 의석이 24석(300석*8%)이 되는 것이 정상인데, 각 진영의 전략적 투표에 의해 정의당은 45석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의당 지지율(8%)보다 훨씬 많은 의석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여야 4당이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완책으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효과가 나오는) 비례대표 의석은 50석으로 고정하고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비례대표를 배정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으로 고정하여 배분하면 다음과 같이 각 정당별 의석이 나온다.
여전히 정의당은 실제 정당지지율에 의한 의석수(300*8%=24)보다 3석이 많은 27석이 나오고, 우리공화당 역시 3석이 많은 6석이 된다. 반면에 바미당은 실제 지지율에 의한 의석수(300*7%=21)보다 훨씬 적은 13석으로 줄어들어 손해를 보게 되고.
<표4 : 표3에서 비례대표 50석으로 고정하여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정할 경우>
정당 지역구 당선자(①) 정당득표율 비례대표 의원(②) 합계(① ②)
A 125 35% 0 125
B 115 33% 0 115
C 3 15% 24 27
D 3 7% 10 13
E 2 5% 8 10
F 1 3% 5 6
G 1 2% 3 4
계 250 100% 50 300
각 정당별 의석수를 각각의 케이스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당 <표1> <표2> <표3> <표4>
A 146 125 125 125
B 132 115 115 115
C 7 24 45 27
D 6 21 21 13
E 4 9 15 10
F 1 3 9 6
G 1 6 6 4
무소속 3 0 0 0
합계 300 303 336 300
위 표에서 보면, C(정의당), F(우리공화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실제 자신들이 받는 지지율을 상회하는 의석수를 가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만약 이보다 진영 간의 세대결이 격화될 경우 더 전략적 투표가 이루어져 정의당과 우리공화당 정당득표율이 각각 20%, 10% 이상으로 치솟게 되면, 비례대표 의원 수는 폭증하게 되고, 민의의 왜곡은 더욱 심각하게 일어날 것이다.
첨예하게 양 진영이 대립하게 되면 정당득표율에서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우리공화당이 한국당보다 높게 나타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당 투표를 없애고, 지역구 후보가 받은 득표수를 각 정당의 득표율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 역시 문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자신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타 후보에게 표를 주고 정당 투표는 자신의 지지 정당에게 하려는 경우는 낭패를 보게 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지역구 후보 투표와 정당 투표를 따로 할 수밖에 없어 각 진영의 전략적 투표 행태를 막을 방법이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동형 비레대표제가 필연적으로 각 진영의 전략적 투표를 유발함에 따라 이 제도에서 수혜를 받는 정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위성 정당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정의당은 당세나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기보다는 전적으로 정당득표율에 의한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획득할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정당 투표에서 정의당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데는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따라서 정의당은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으며, 민주당에 비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 정의당 지지자들의 요구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기를 살피기 바쁠 것이고, 정의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민주당의 정책에 비판하기를 주저하고 민주당의 협조요청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이 높다. 의석수는 많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위성 정당 역할 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각 진영의 정치공학적 전략 투표를 강제할 수밖에 없고, 민의의 왜곡은 물론 진영간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소수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뿌리 내리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이런 괴물 같은 선거제도는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 100% 연동제를 적용해도 독일은 문제 없지만, 우리나라는 해서는 안 되는 이유.
독일과 우리나라는 정치문화가 다르고, 국정 최고 책임자(국가 수반)와 국정운영 방식이 다르다. 독일은 정당들이 대부분 진성 당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자신의 정당 이념을 지지하고 충성도도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진성 당원보다 페이퍼 당원이 대부분인데다 소속 정당의 정강도 보지 못한 당원들이 많다. 각 정당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지지하는 정당의 정강을 읽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정당이 시행하는 정책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단지 감성적 차원에서 지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 진영주의에 쩔어 상대 진영을 혐오하는 것을 넘어 척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한 당이 다수당이 되어 독주하는 경우가 드물고 이념적으로 유사한 정당들끼리 연합하여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를 추대하는 형식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에 연립정부를 구성한 경험도 없다.
이런 정치문화 차이 때문에 독일은 자신이 몸담거나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게 되어 정당득표율에 따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의를 어는 정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당 투표가 전략적으로 흘러 실제 정당지지율과 엄청나게 다른 의석수를 가질 개연성이 높아 대표성이 왜곡되기 쉽다.
* 심상정은 국민들은 선거제 개편 내용을 알 필요도 없고 결과만 알면 된다는 오만방자한 괴설을 내뱉었다. 패스트 트랙에 올라온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석패율제가 포함되어 있어 심상정은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당선이 100% 보장된다. 이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심상정을 위한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위한 선거제로 개악을 하면서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적이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제도인 것처럼 설레발을 까는 것이 역겹기 그지없다.
한 때 심상정을 지지하고 진보신당에 매월 후원금을 냈던 것이 이런 결과로 되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상정은 더 이상 진보, 민주, 정의를 입에 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