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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

조회수 : 4,067
작성일 : 2019-11-26 17:31:37
Kim Jeongho

오늘(11/26)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서 좀 부연설명을 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오느냐 마느냐에 정도의 이슈만 있었는데 사실 회의 자체만으로도 큰 이벤트였다.

우리가 동남아 국가들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은 '좀 못 살지만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에 호감이 있으며 가성비 좋은 휴가지' 정도일 것이다. 우리를 짝사랑하는 것은 말리지 않겠는데 그렇다고 동등하게 연애를 해야 할 상대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경제와 외교의 측면에서 보면 스토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동남아에 먼저 기반을 닦은 것은 우리보다 북한이었다. 

우리는 7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이미 터를 잡고 있던 동남아 국가들에 부랴부랴 접촉하기 시작했다. 

동남아 10개국이 지역공동체인 아세안을 창설한 것이 1967년이니 한 10년 뒤에 아세안의 문을 두드린 셈이었다. 아세안이 우리에게 보인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던 아세안이 우리나라에 문을 조금 열어준 것은 1989년이었다. 

그해에 '부분 대화상대국'의 지위를 얻었고 2년 뒤인 1991년에는 '완전 대화상대국'이 되었다. 

이것은 외교적인 측면이고 경제적으로는 2004년에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2010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그러니까 아세안과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외교적으로는 20년, 경제적으로는 10년 밖에 안 된다.

아세안은 우리나라를 1997년에 처음 자기들의 논의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끼워주었다. 

그때부터 매년 한국 대통령은 11월 전후로 아세안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연례회의에 참가해왔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그러다가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회의를 했다. 

손님으로 아세안 회의에 참석만 하다가 주인으로서 아세안 정상들을 초대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초대했기 때문에 기존의 명칭인 '한-아세안 정상회의' 대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1차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 제주도에서 손님맞이를 했고, 2차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부산에서 했다. 따라서 현 문재인 정부에서 개최하는 것은 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다.

그런다면 왜 우리나라는 아세안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을까? 

최근의 동북아 정세와 관련이 있다. 

아세안은 2015년 말에 보다 강력한 지역 통합을 이루기 위해 EU를 모델로 하는 '아세안 공동체 ASEAN Community'를 출범시켰다. 

수 년 내에 유로처럼 단일 화폐도 만들것으로 보이는데 동북아 지역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단일 경제 블럭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동북아 국가들은 아세안 공략을 위한 전략을 각자 만들어 경쟁적으로 시행에 옮겨왔다.

다음은 아세안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별 전략과 시작 년도다.
*중국: '일대일로' (2013년)
*일본: '자유와 번영의 호' 중에서 '인도-태평양 구상' (2016년)
*대만: '신남향정책' (2015년)
*인도: '신동방정책' (2014년)
*미국: '아시아로의 전환' (2014년), '인도-태평양 전략'(2017년)

문재인 정부 또한 이런 흐름에 맞춰 '신남방정책'을 2017년에 수립하고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 아세안을 대상으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 년도에서 보다시피 상대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는데 대신 제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아세안을 두고 여러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구애를 하는 상황이다보니 아세안의 몸값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제는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모두 자기 나라로 불러들이는 것 자체가 외교역량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아시아로의 전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 때 수립한 대 아세안 전략이다. 한편 오바마가 한 것은 일단 다 뒤엎어놓고 보는 후임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달 초에 아세안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RCEP'이 전격적으로 맺어지면서 아차 싶었던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세안 정례 회의에 보내서 아세안 10개국 정상 모두를 내년 초 미국으로 초대했다. (펜스 부통령이 초청장을 직접 낭독하는 쇼를 함)

아세안에게 적극적이었던 오바마 대통령 때는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모두 미국으로 날아가서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아세안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잘 아는 지금에는 트럼프의 초청에 3개국 정상만 응하고 나머지 7개국은 외교부 장관을 보내는 것으로 튕기고 있다. 미국의 외교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에 아세안 10개국 정상 모두가 적극적으로 응한 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세안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보다는 오히려 한국과 거래를 하는 것이 실리를 더 챙길 수 있다고 보는 셈이라고 하겠다. 

영양가 있는 거래를 할 수 있으니 먼 길을 왔지 않겠는가.

IP : 61.72.xxx.7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11.26 5:32 PM (61.72.xxx.79)

    원문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218837261535325&set=a.10201361277646...

  • 2.
    '19.11.26 5:39 PM (172.56.xxx.184)

    뿌듯합니다
    쥐닭때는 한국인임이 부끄러워 얼굴도 못들었는데
    기 좀 펼 수 있겠네요

  • 3. ~~
    '19.11.26 5:45 PM (210.96.xxx.247)

    이런 큰 의미가 있는 줄 몰랐네요
    문정부의 큰그림 중의 일부였네요
    우리나라가 아세안의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 4. 그린
    '19.11.26 5:50 PM (121.188.xxx.131)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시니 쏙 들어옵니다.
    겨우 방청권을 얻었던 나라가 연단에서 총 지휘를 하고있는 느낌 !
    뿌듯 합니다.

  • 5.
    '19.11.26 5:51 PM (61.72.xxx.79)

    아세안과의 교역을 더 크게 키워야 중국과 미국의 입김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문통이 그래서 그동안 그리도 열심히 아세안 국가들을 방문 한 거였어요.
    중국의 시진핑과 미국의 도람푸가 어떤 사람들인지는 우리들도 다 알고 보고 있잖아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광화문에선 대통령을 저주하고 하야 주장 하고 국빈 방문 행사 중에도 행사 진행하는 소리가 안들리도록 청와대 코 앞에서 대형스피커로 집회하는 일부 기독교인들...

  • 6. ...
    '19.11.26 6:04 PM (110.70.xxx.133)

    아세안에서 한국 위상이 오르니기분 좋네요

  • 7. 기레기아웃
    '19.11.26 6:05 PM (183.96.xxx.241)

    글 잘 읽었습니다 문대통령이 그동안 안팎으로 시끄러운 정세속에서도 열심히 멀리 다니시며 고생하신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거 같아 뿌듯합니다 서로 윈윈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아세안의 리더로 쑥쑥 성장하길 바랍니다 22222

  • 8. ..
    '19.11.26 6:06 PM (180.66.xxx.164)

    문통은 한 20년 대통령해주심 안될까나요? 아님 10년이라도ㅜㅜ진짜 한국의 국격 제대로 상승입니다. 정상까지 올려놓으실수있을꺼같은데 임기 5년도 안남아 너무 아쉽네요

  • 9. 그런데
    '19.11.26 6:16 PM (211.219.xxx.10) - 삭제된댓글

    언론은 '우리가 뒤늦게 뛰어들었다"에
    포커스를 맞추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국제행사의 리더를 말이죠

  • 10. 아는만큼
    '19.11.26 6:26 PM (112.173.xxx.11)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 맞습니다.

    와~~~자세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많이들 보셨으면...

    이번에 참석해주신 각국 정상모두..감사한맘 전합니다.

  • 11. .....
    '19.11.26 6:32 PM (114.129.xxx.194)

    이명박근혜는 외교에 아무 개념도 없었죠
    이명박은 부시 골프 카트 몰아준게 전부였고....
    박근혜는 참으로 화려한 외교 업적이 있기는 했네요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해서 중국과의 외교 성과 어쩌고 박비어천가 부르게 하더니 그 며칠 뒤에 사드 들여와서 중국 뒤통수 치고....
    정신나간 여편네가 사드를 들여오기로 해놓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는 왜 참석을?
    중국의 뒤통수를 제대로 쳐서 가능한 더 많이 열받게 하려고?
    사드문제에 비하면 오바마에게 불쌍한 대통령이라고 조롱 당한 건 귀여운 애교수준이죠
    동남아에 뒤늦게 뛰어들고도 인도네시아를 얻은 것은 정말 엄청난 업적입니다
    세계 인구 4위의 시장을 획득했다는 거잖아요

  • 12.
    '19.11.26 6:37 PM (175.223.xxx.176)

    배경설명 감사합니다!

    많은분들이 보시게
    이 글이 베스트로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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