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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 2

청소 조회수 : 3,634
작성일 : 2019-11-26 07:21:35
집에 손님들이 오시면 궁색하고 초라한 우리집의 허물들이 왜 그리 더 잘보였을까요? 고만고만 나이비슷해 같은 초중고 다녔던 우리 4형제는 20년 넘게 우리집에 살면서 단한번도 학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지 않았어요 그누구도..

아파트 사는 친구집 놀러갔다 동네에 들어서면 더 눈에 들어오는 삐뚤삐뚤 틀어진 골목.판자지붕들. 그속에 더 초라하고 옹색해 보이는 우리집 낡은 검정나무대문

겨울이면 부엌에 들이치는 찬바람을 김장용비닐로 막고 엄마는 음식하시고 그옆 작은 수도에서 우리가족은 씻어야 해서 등교시간

얼마나 분주하고 복잡했었는지..4형제가 나이순으로 한명씩 부엌으로 들어가 씻고 나오면서도 그누구하나 불평불만이 없었드랬죠

가난은 참 아이들을 눈치 빠르고 일찍 철들게 하나봐요

방에도 바람 막느라 문풍지 바른 창호문에 얇은 이불하나 걸어두고 
빙둘러 앉아 식사를 했어요

지금생각해 보면 그때는 외식도 배달음식도 없던시절

매일 식사 준비에 도시락 4개..이른 아침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찬물에 손시려워 엄마손에는 늘 고무장갑이 끼여 있었죠
앉아 있으면 콧등이 시리고 손이 곱아 글씨도 쓰기 어렵던 방이라
겨울이면 아랫목에 큰이불 덥고 엎드려 공부했던 시절
부모님 누구한분 공부해라 잔소리 없었지만 그추위에도 오빠는 좁은방 피해 난방도 전혀 안되는 다락방 천장은 쥐들이 돌아다녀 소리가 들리는데도 솜으로 귀막고 공부하고 동생들과 저역시도

동화책 한권없던 집에서 서로의 교과서를 소설책 삼아 돌려읽고

서로 공부봐주며 오빠 문제집 지우개로 지워 내가 쓰다 또 지워 동생들이 쓰고 ..그렇게 허름하고 낣고 궁색한 집에서 참 오래 살았어요

사춘기 여학생이 사용하기 너무 불편하고 싫었던 공중화장실

철들기전 어린시절에는 형제중 한명이 늦은밤 화장실가면 다른 형제들이 공중화장실앞에서 촞불들고 서 있었줬지요

지금도 생생한 추우니까 빨리 끝내라고 다그치고 혼나고 투덜거리고..춥고 어둡고 힘들어 따라가 서 있기 싫어 짜증냈다 부모님께 야단맞고 그거 싫고 밤 화장실 가기 싫어 먹는것도 참았던 기억들

명절에 같이온 나이대 비슷한 사촌들이 그화장실 가기 싫어 울고불고 난감하게 굴면 괜히 내가 죄인인양 죄스럽고 부끄럽고 그랬어요

20살이 됐을때 동네가 재개발이 되면서 하나둘씩 그판자촌을 이웃주민들이 떠나게 됐지요

평생 못떠날줄 알았던 우리집을 떠나 tv에서나 보던 반듯한 주방과 거실과 안방 화장실 각자 아이들방이 있는 콧등 시리지 않는 그런집에서 살게 된다니..이사날짜가 다가올수록 꿈인것 같아죠

그런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더욱 빈곤하고 초라하고 보고 싶지 않던 우리집

내 손이 가장 많이 가고 어린시절 가난하고 초라한 아픈기억과 그런 삶속에서도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들
IP : 112.154.xxx.3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1
    '19.11.26 7:41 AM (49.168.xxx.102)

    글을 참 잘 쓰시네요
    그 상황이 다 상상이 되는건 저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죠
    지나고 나니 참 행복했다 싶어요
    지금 저희 삼형제도 참 우애있고 다들 잘지내요~~

  • 2. ㅇㅇ
    '19.11.26 7:47 AM (174.82.xxx.216)

    가난해도 형제들끼리 우애 있었을 것 같아요.

  • 3. ㅇㅇ
    '19.11.26 7:49 AM (49.142.xxx.116)

    아이고 좋은 글인데 폰으로 작성 수정을 해서 그런지 줄간격사이가 너무 떨어져있네요 ㅠㅠ
    그거 수정만 다시 해주세요 ㅠ

  • 4. ,,,,
    '19.11.26 8:36 AM (115.22.xxx.148)

    원글님이 우리형제인가 싶을정도로 사는 환경이 비슷했네요..우린 단칸방에 홀어머니와 6남매가 다닥다닥 붙어살았어요..도시락 쌀형편도 못되어서 도시락 쌀일은 없었지만 고단하고도 고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지요..그렇게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한명씩한명씩 공부해서 독립해나가고...지금은 회사대표도 있고 교직에 있는 형제도 있고 대기업다니는 형제도 있고 그렇게 어느 한명 낙오되지 않고 잘살고 있네요..지금은 다들 결혼해서 자주는 못보지만 전우애같은 느낌과 함께 애틋함이 있어요

  • 5. 111
    '19.11.26 8:56 AM (175.208.xxx.68)

    1, 2편 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3편도 써주세요.
    그 후의 이야기.

  • 6. 좋은글
    '19.11.26 12:01 PM (211.220.xxx.118) - 삭제된댓글

    잔잔하게 잘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 7. ....
    '19.11.26 1:21 PM (118.176.xxx.140) - 삭제된댓글

    그래도 배 깔고 누울 집이라도 있으셨잖아요

    저희집은 가게를 했는데 딸린 방도 없어서
    가게 문닫고나면 바닥에 이불깔고 잤어요
    그래서 저녁이 되면 꾸벅꾸벅졸면서
    가게 문닫기만 기다렸는데
    항상 자정까지 문을 안 닫았어요
    그래서 항상 작은 방이 달린 가게랑
    창있는 방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 8. ....
    '19.11.26 1:26 PM (175.223.xxx.2) - 삭제된댓글

    그래도 배 깔고 누울 집이라도 있으셨잖아요
    저희집은 가게를 했는데 딸린 방도 없어서
    가게 문닫고나면 가게 바닥에 이불깔고 자야했어요
    그러니 당연히 배깔고 숙제할 공간조차 없었죠
    저녁이 되면 꾸벅꾸벅졸면서
    가게 문닫기만 기다렸는데
    항상 자정까지 문을 안 닫았어요

    그래서 항상 작은 방이 달린 가게랑
    창 있는 방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부모님은 항상 고마운줄 알라고 하는 바람에
    어린나이에도 저게 부럽다는 말을
    차마 입밖으로 못 했던거 같아요

  • 9.
    '19.11.26 8:39 PM (223.62.xxx.81)

    어린시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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