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향미였다.
가족은 어찌 보면 착취의 최소단위이기도 하니까.
그 대상이 딸이였거나, 맏이였거나, 못 배우고 마음 약하거나
아니면 그 세가지 다였거나 하면 말이다.
또한, 동백꽃 필 무렵에서 가장 솔직한 캐릭터는 필구였다.
부모가 결혼하는 걸 보는 내 마음을 아냐고..
다 큰 어린 애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이기적인 아빠를 따라가면서
차 뒷자석에서 엉엉 우는 필구를 보면서
나는 젊고, 미숙하고, 힘들고 지친 세상살이로 아이들 앞에서 치고 받았던 내 부모한테 하고 싶은 말들을
대신 들은 듯 마음 아프면서도 속이 시원했다.
필구의 맴을 그리 잘 그리고,
동네 아줌들의 강철대오 연대의식도 잘 그리고,
모든 디테일에 깨알같은 웃음과 쩌는 추리력도 훌륭하고..
그런데, 나는 그 모든 훌륭함이 왜 모성애 깔대기로 흘러 가야하는 지 불편했다.
모성애를 강조할 수록
그런 모성애를 가진 부모를 만나지 못한 불운한 향미가 안쓰러워 지기 때문이다.
제시카한테 너나 나나..한 향미 말이다.
운명은 운빨이 다니께 그리 불렀겠지..노력이 다면 노명이라 불렀을 것이고..
모성애는 타고 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들이 붓는 것도 아니고, 강철같은 신화는 더욱 아니다.
우리도 다 안다.
실상은 오랜만에 나타난 자식 버리고 간 엄마는 대부분 나를 버렸을 때보다 더 가난해져있고,
그간의 형편은 때를 묻혀서, 버리고 간 자식앞에 뻔뻔해지고, 염치와 도리를 잊게한다.
새로 결혼 해서 낳은 너의 씨다른 형제 혹은 자매가 군대를 가거나 진학을 하니
이십만원만 땡겨달라 하고, 이십만원이 성공하면, 묻고 더불로 가는 테크를 타며,
지나 온 과거는 각색된 드라마로, 자신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윤색하여
피해자앞에 더욱 큰 피해자인 것처럼 배 깔고 드러 눕는다.
온 동네 게시판에 숱하게 올라오는 깨알같은 사연은 모두의 경험담이고, 척하면 아는 광 파는 소리다.
작가는 참으로 듣기좋은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했으나,
동백꽃 필 무렵이 남긴 환상이 과연 향미같은 배경, 혹은 향미보다 더 후진 가족을 가진 사람들에겐 어찌 보였을까
내가 대신 맴이 쓰라렸다.
세상을 살다 보니 말이다.
그닥 큰 노력 한 것도 아닌데,
시절따라 눈이 삔 넘을 만나고
세월 따라 엄마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엄마가 되고보니, 모성애가 이리 허접했나 갸웃뚱하다.
(미안하다 내가 부족한 인간이다)
그나마 이게 사랑중에 이게 퀄리티가 쩐다는 거에..참말유? 싶고..
그러다, 필구가 무늬만 아빠 따라갔다가 돌아 오는 장면이 나오고,
엄마의 봄날을 먹고 자랐다는 고백이 나오더라.
아녀, 아녀, 내가 우리 엄마 봄날을 먹은 건 맞는데,
우리 애들은 내 봄날을 먹은 적 없다고! 외쳤다.
옛날 이야기만 나오면 따박따박 잘도 따지는 딸년한테
말문이 막히면 치자썰을 들고 와서 이리 저리 막는 우리 엄마가 있다.
그랬다 치자
내가 그랬다 치자
니가 섭했다 치자
아무리 섭해도, 평생 짝상랑 한 나만 하겠나..
그런 치자꽃 엄마가 내가 엄마의 봄날을 물 말아 먹었다고 말하자 나섰다.
아녀, 아녀, 니가 내 봄날을 먹은 적은 없는디
니 새끼덜은 내 딸 봄날을 슈킹한 거 맞다고!
이거였나?
맞다 칠까?
먹은 것도 같고, 안 먹은 것도 같다 칠까?
우리들 사랑중에 이게 최고라고 칠까?
헷갈릴 수록 짠한 건 향미고..향미 비스무레고..모성애 레전드앞에 나가 떨어질 모두이다.
*또 다른 버젼은 줌인줌아웃에 올렸음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num=2897202&page=1
*동백이를 사랑했던 자게언니들이 생각나서 돌고 돌아 같이 올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