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기본적으로 매너좋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연구하고 가르치는 직업이다보니 늘 집에서도 개인 원고를 붙들고 있고
자기 직전까지 노트북과 씨름하죠
가정적이라 바깥활동은 최소한으로 하고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일을 하는 만큼,
아이들과 작은 집에서 부대끼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신경이 날카롭죠..원고에 쫓기는 때가 대부분이기도 하니.
예민하고 까칠한 부분도 있지만 한번 마음 먹으면 충성을 바치는 타입.
그런 만큼, 한번 분노를 품으면 잘 풀지 않아요.
부모와 자기 누나에 대한 원망이 엄청 커요
들어보면 좀 통제적이고 괴팍한 어머니와 누나였어요
옆에 사람들 스트레스 좀 받았겠다 싶은...
그래서 그들에 대한 분노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나이 50에도 거의 생각나게 될때마다 이를 갈아요
어제일처럼 반복하고요..
제가 거의 20년 가까이 들으니 나가 떨어질 정도.
이제는 누나와 캐릭터가 겹치는 큰아이를 보고 분해서 어쩔줄을 몰라요.
자기가 누나에게 들었던
"바보야" "넌 이것도 못해?" "알지도 못하면서" 에는 거의 알러지 반응인데요.
이런 이야기 하면 안돼죠 물론.
저희 큰 애가 둘째에게 가끔 저러는데 제가 매번 주의를 줍니다.
용납되는 말이 아니라고..
그래도 그 다음에는 마음을 풀어야지 않습니까...
오늘 남편은 도로를 달리던 중 뒷자리에서 저런식의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는
중간에 멈췄답니다. 둘 다 내리라고..
입닥치라고 소리치고..
불같이 화를 내고 오늘 집에 안들어올거라고 그래서
둘째가 무서워서 엄청 울고 매달렸대요
전 일 때문에 늦게 귀가했더니 첫째가 절 보고 막 우네요.
그 뒤로도, 아이들은 사과고 화해고 없이 다시 시시덕 거리고
꼭 껴안고 뒹굴기도 하고 그러는데
남편만은 세상 죄를 모두 지고가는 사람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저녁 내내 인상쓰고 있어요
저에게 계속 '저런 말을 하는 걸 어떻게 그냥 두냐고'
그냥 두긴요, 다 혼냈고,,다시 안아주고,, 달래주고,,다 그랬죠 제가.
남편에게 너무 그 둘 사이의 관계에 개입하지 마라
둘이 말 거친거 고쳐주고 있지만 당장 싹 좋아지지 않는다 시간 걸린다 ..
자기가 감정이입을 하여 둘째보다도 어린 상처입은 막둥이 7살이 되어서는
혼자 아파하고 혼자 분내고 온갖 스트레스 섞인 표정으로 저러는데
저 사람도 제 명에 못죽겠고
나도 명이 단축되는 것 같아요.
트라우마고 뭐고 다 좋은데 너무 과해요
아이가 1,2 밖에 잘못 안했는데, 자기 분노로 아이에게 7,8의 죄명을 씌우고
막 아이의 존재 자체를 밀어내요..
넌 못된 아이, 넌 싸가지 없는 아이.라는 메시지를 무언으로 계속 보내요.
우리 첫째 사춘기라 싸가지 없는 말도 하고, 버릇없어 클났다..혀찰때도 많지만
그냥 평범한 아이예요. 쌍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남편은 자기가 약자인 둘째를 보호해야 한다네요.
큰 애는 아빠가 늘 둘째편만 든다고 불만이에요.
제가 봐도 편애 성향이 보이고요.
부모로서 편애는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거 아닌가요
저도 더 이상 남편 편을 들어줄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