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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검찰과 언론의 민낯-김옥영(작가,교수)

다큐멘터리 작가 조회수 : 974
작성일 : 2019-10-13 14:13:00
다큐멘터리를 업으로 하려면, 여러가지 기술적 측면 이전에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몇 가지 있다고 믿는다. 아, 물론 이건 내 기준이다. 내가 다큐멘터리를 가르칠 때 반드시 강조하는 사항 가운데 기본 중의 기본 두 가지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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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의견을 가져라.
의견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정보적이든 미학적이든 시사적이든 정서적이든 그 무엇이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감독의 ‘의견’을 내포하고 있는 장르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견이란 아무거나 선택해서, 혹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골라서, 혹은 다수가 가는 쪽을 따라서 ‘그게 제 의견입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의견을 갖게 된 확고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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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거를 획득하기 위해서 전방위적인 탐색과 길고 끈질긴 탐구와 논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도출된 근거들을 가지고서야, 그 근거를 무기로 현실을 ‘해석’할 수 있게 되고, 현실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만 나름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거’는 ‘팩트’와, 팩트와 팩트를 연결하여 의미망을 형성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에 의해 구축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기의 ‘의견’을 가진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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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의심하라.
의견을 가진 인간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능력은 의심하는 능력이다. 근거를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텍스트를 일단 의심하라. 전문가를 의심하고 인터뷰이를 의심하라. 하나의 텍스트, 일방의 주장을 맹신하는 것은 절대적 금기사항이다.
어떤 ‘팩트’가 진실로 ‘팩트’가 되기 위해서는 출처가 분명해야 하고, 그것도 반드시 크로스체크를 해야 한다. 특히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에는 반대편의 주장을 확인하고 자신의 두뇌로 진위를 판단해야 한다. 전방위로 따져본 뒤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 사용된 팩트는 누가 말한 것이든 종국적으로 그 ‘책임’은 발언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의심하지 않는 자는 현실의 중층적 구조를 꿰뚫어볼 수 없고,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을 감지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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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좋은 다큐멘터리스트는 곧 좋은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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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국면에서 이 조건이 다큐멘터리 제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편향된 ‘의견’을 남발할 뿐 아니라, 놀랍게도 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삼은 편향된 ‘의견’을 또 자신의 ‘근거’로 삼아 앵무새같은 의견을 되풀이하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삼아 편향된 ‘의견’을 제출하면 각 개인들은 그 기사를 링크하고 그 위에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식이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은 현직 언론 종사자나 혹은 과거 언론에 종사했다는 사람들에게조차 빈번하게 드러난다. 심지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개인적 ‘추측’을 근거로 대상을 매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한다. 정말 모르는 것인가? 모르고 싶은 것인가?
기사는 당신의 근거가 아니며, 당신의 의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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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그냥 당신 입맛에 맞는 기사를 골라잡았을 뿐인 것이다. 당신에겐 어차피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엊그제 한겨레가 보도한 윤석열 접대설 기사는 이러한 대중의 모순을 또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있어서는 ‘비리덩어리’라며 조국의 단죄를 주장해온 분이 이 기사에 맞닥뜨려서는 이것은 윤석열을 찍어내려는 ‘이 정권의 음모론’이라며 기사가 제시하는 혐의를 길길이 뛰며 부인하는 것이다.
그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국의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는 기사에 분노했던 분들이 이 기사에는 환호를 터뜨리기도 한다.
언론의 의혹 제기를 믿지 않는다면/믿는다면 조국이든 윤석열이든 일관된 태도를 취하는 게 맞다. 혐의를 사실로 확인하기까지 최종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 왜 그렇게 날씨에 따라 변하는가? 심지어는 자신이 그런 모순된 존재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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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기 싫었던 거다.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 이 구석 저 구석을 뒤지며 찾아다니고 대조해보고 논리의 아귀를 맞추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그 노력이 하기 귀찮았던 거다. 사람들이 많이 줄 서면 맛집이고 ‘옳은’ 곳이라는 미신에 정신줄을 맡긴 거다. 언론은 검찰을 ‘근거’로 삼고, 대중은 그 언론의 기사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니 미운 놈은 그냥 미운 거고 이쁜 놈은 그냥 이쁜 거다.
우리의 이런 속성 때문에 확증편향을 밥으로 하는 ‘선동’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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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몇몇 칼럼은 이 시대의 대중이 왜 ‘선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단서를 던져준다. 고고학자인 강인욱 교수는 오늘날의 사회를 ‘디지털 원시사회’라 진단한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사회의 특성상 유사한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진위를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다. 그 결과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고 믿으며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원래의 취지 대신에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공유하는 쪽으로 발달하고 있다. (중략) 극히 제한된 정보를 믿으며 고립돼 살아간다는 점에서 원시사회의 모습과 비슷한 ‘디지털 원시사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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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120030009&wlog_tag3=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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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칼럼은 경제 이야기지만 또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여기서 김준기 경제부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제시한 ‘관념전쟁’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관념전쟁은 어떤 정책이 국민 대다수에게 가장 유익한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데, 그 목적은 열성적 지지층을 동원하는 것과 부동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관념전쟁에서는 장황하고 치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단순하고 왜곡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고,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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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296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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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언론이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기득권과 검찰과 언론의 민낯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우리 각자의 민낯 또한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직위나 학벌, 소유의 정도로 가려지지 않는 민낯 말이다.
이 스스로의 민낯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야말로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검찰과 언론과 어떤 정파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의심할 줄 알고, 주체적으로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 지금, 이곳에 필요하다.
IP : 59.13.xxx.6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0.13 2:25 PM (106.102.xxx.86)

    조국의 민낯이나 똑똑히 보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만?

  • 2. ...
    '19.10.13 2:27 PM (122.36.xxx.24) - 삭제된댓글

    원글님, 좌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3. ..
    '19.10.13 3:11 PM (58.143.xxx.82)

    기자들과 검사들이 꼭 봐야하는 글이네요..
    그리고 이건 일반적인 대중들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거.. !!!

  • 4. 122님
    '19.10.13 6:25 PM (59.13.xxx.68)

    페북에서 김영옥으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제 폰에서 링크를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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