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크게 봐서는 같은 얘기입니다만...)
1.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저는 생각하곤 합니다. 나도 수많은 의사중 한 명일 따름이니, 저 스스로를 평가해 보고, 주변의 동료 의사들을 나도 모르게 평가해 보기도 합니다.
수술하는 의사는 너무 겁이 없고 용기백배만 해선 안 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서 "이건 이렇게 가자" 그렇게 해서 용감하게 막 들어갔다가 수술을 망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너무 소심하고 따지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그럼 수술에서 막상 해결해야 할 것을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의사라면 신중한 가운데 과감성과 결단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체는 신비롭습니다. 아직도 현대 의학이 그토록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인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경우는 이렇게 하면 개선된다. 이 경우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몇몇의 노하우를 갖고 환자 몸에 칼을 대고 차근 차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결코 "이 환자는 이렇게 수술하면 100프로 돼" 그렇게 호언 장담해선 안 되는데 실상, 환자를 보고선 직감에 의존해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만들고, 나의 스토리에 맞춰 끌고 가고 싶은 그런 충동을 많은 의사들이 갖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허나 환자와 의사는 서로가 같이 인체의 신비함을 공유하고 더 좋아지기 위한 방법을 손잡고 함께 걷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환자가 모르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그런 드높은 위치에서 환자에게 말을 하고 명령하는, 그런 것이 명의가 아니다, 명의란 환자에게 있어 한 명의 동반자의 위치에서 진실을 나누며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20년이 넘게 환자를 봐 오며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명의'의 요건입니다.
왜냐하면, 환자는 전부 다 다르며 제각각 특수성이 있는데 환자의 입장에 서서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어야만 더 좋은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것이 다른 직종들, 예컨대 언론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그랬으면, 내 머리로 얼른 '스토리'를 구성하고 싶은 유혹에 휩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SNS같은 걸 쓰면서 저조차도 그렇게 되곤 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달할 의무를 가진 언론인들이 다들 그렇게 해 버리면 큰일 납니다.
클릭수 경쟁에 밀릴까 두려워하는 건 언론인들의 일상입니다. 구독수 조회수가 높은 기사를 쓰려면 '스토리'가 있어야만 하겠죠. 조각 조각 흩어져 있는 사실들을 모아서 하나의 완결된 결론을 내려면 사실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동안에 특종을 타사에 뺏긴다면? 그런 조바심도 떨쳐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언론사의 신뢰성을 결정적으로 해쳐버리니까요. 아마 해당 방송국과 신문사들에서도, 이 사건을 겪은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2.
제가 노무현을 존경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껏, 자기가 권력을 잡기 전까지는 권력자를 비난하다가 막상 자기가 권력자가 되면 똑같이 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권력의 핵심적인 힘은 사정권이었습니다. 국정원, 검찰청, 국세청, 감사원. 그 외 금융감독원 등등도 포함, 이런 기관들을 지금까지의 대통령은 자기 수족처럼 부려왔습니다. 검찰은 정권의 시녀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고요. 대통령은 사실상의 수사, 사정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대통령을 무서워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직 노무현만이 이런 사정 권한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검찰이 야당을 표적수사하고 국세청 금감원이 정권에 협조 않는 기업들을 털고... 이렇게 되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그의 소신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충고했습니다. 생각은 옳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대통령을 무시하고 쉽게 본다고... 그래도 노무현은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은 역사상 가장 힘이 없는 대통령, 가장 비웃음을 많이 받은 대통령이 되었고, 그가 중립성을 보장하여 주려고 그토록 노력한 검찰이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가 버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문재인은 윤석렬을 징계, 파면하지 않느냐?" 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금 시국에 끼어들고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하면, 곧바로 그게 사정권 행사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그건 문재인이 가장 지키고 싶어하는 뜻을 꺾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돌아가신 그의 뜻에 조금씩 조금씩, 한발씩 다가가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이 무엇을 잘못 보도했고 얼마나 황당하게 진실이 왜곡되어 왔는지 차례 차례 보도되고 있습니다. 노무현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 스스로가 조금씩 반성하면서 진실을 어떻게든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건 국민이 좀 더 현명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검찰은 알아야 합니다. "이거 한번 털어봐" 이런 식의 명령을 내리는 그 검사는 누구인가요? 분명히 검찰은 공무원인데 자신들이 복무해야 하는 국민에게, (그것도 참고인 조사를 받는 사람을) '털어봐'라고 명령한 그 사람부터 당장 색출하여 징계하고 쫓아내야 합니다.
국민은 검찰의 주인입니다. 주인의 안전을 위해 주권자의 행복을 위해 복무하는 사법 기관으로서 아직도 세상이 어떻게 된 줄도 모르고, 국민을 멋대로 먼지털기 해도 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니요.
대다수의 성실한 검사들은 저런 '선배 검사'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답습할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검찰주의자'가 제일인 줄 알고, 그게 멋있는 건줄 알고 또 후배 여검사 추행이나 하고 정치에 뛰어들고 그렇게 반복될 것입니다. '검찰 개혁' 검찰 개혁 하지만, 저런 적폐 검찰부터 먼지가 나도록 털어내야 합니다. 경고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국민들은, 당신들이 그렇게 하도록 계속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요.
왜곡 뉴스, 표적 수사, 선별 수사, 정치 개입의 장장 두 달여간의 쇼 타임이 이제 막바지로 가는 중인 것같습니다. 분명히 수괴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병을 하나 하나 치료해 나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강해질 것입니다. 분명히 그리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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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외과의의 덕목,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검찰의 주인
이종혁 성형외과의 조회수 : 536
작성일 : 2019-10-10 20:41:20
IP : 59.13.xxx.6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어머
'19.10.10 8:43 PM (211.177.xxx.144)좋은 글 감사합니다 ~ !
2. ....
'19.10.10 8:44 PM (116.110.xxx.207)선한 끝은 있다니 믿어 보겠습니다
3. ...
'19.10.10 9:48 PM (123.213.xxx.83)국민이 대한민국 외과의다!!!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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