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오늘 엄마와 경주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예약했던 상품들이(버스로 무박여행, 당일여행) 무박여행은 모객이 많이 모이지 않아서 취소되고, 당일여행은 모객이 많아서 제 앞 순위(?)에서 잘려서 취소되서 못가고..
그럼, 하나못해 서울 안에 있는 하늘 공원이라도 가보자 하고서 길을 나섰어요. 하늘 공원에 핑크뮬리가 있다고 해서 더구나 몇년 전부터 하늘 공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것도 생각나서 (2004년에 엄마와 한번 다녀왔었거든요. 그때도 갈대밭을 하염없이 걸었던 기억만 나서 당시에는 지금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좀 황량한 느낌..?) 암튼 예약했던 상품들이 다 취소되어서 15년만에 갔습니다.
엄마도 저도 무릎과 발이 생생하지는 않아서 계단 많고, 걷는 길이 많은 곳은 좀 자제했던 편이였는데.. (15년 세월이 야속합니다. 15년 전에는 엄마도 저도 날라다녔거든요. ^^;)
암튼, 가기 전에 검색해 보고, 맹꽁이 열차인가 있다고 해서 가자 하고 도시락도 싸고 갔는데.. 저희는 5호선 -> 6호선 이렇게 타야하는 했고, 평소 지하철 자주 이용하시는 엄마는 이상하다, 오늘 휴일이라서 이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은데.. 하셔셔 그냥 휴일이니 그려려니 했어요. 그런데.. 광화문역에서 사람들이 다 내리고 열리는 문으로 보니, 어르신들이 백팩에 태극기 두개씩 꼽고 그야 말로 바글바글 하더라구요. 그제서야, 광화문 집회 가느라고 사람이 많았구나 싶었죠.
6호선 탈일이 거의 없어서 더구나 공덕역에서 6호선 갈아타느라고 이정표 보면서 이리저리 다니는데, 옆에 저희 엄마 또래 분이 저희 엄마에게 "광화문 가세요?" 하고 물어보시고, 아니라고 6호선 타려고 한다고 하고.. 저희는 헐..
암튼, 도착해서 구경하는데, 정말 넓더라구요. 예전에는 그냥 황량하다 휭하다 그런느낌이였다면 오늘은 호수도 보고 한바퀴 돌고 하늘계단 292계단이라더구요. 사람이 하도 많으니 떠밀리다 싶이해서 겨우 올라가고.. (참고로, 맹꽁이 열차 매표소는 찾아보지도 못했고.. )올라가보니 좋긴 좋더라구요. 대신 사람이 엄~~~청 많았다가는거.. 사진으로만 봤던 핑크뮬리 봤네요. 예쁘더라구요. 이쁜데.. 여기저기 빼곡하게 사람이 많으니 찍는 사진 마다 뉘신지 모르는 사람들이 찍히는 바람에.. 몇컷찍다가 오늘은 휴일이라서 그렇고, 나중에 다시오자 하고선 돌아다니가 내려오는길.. 그 애증의 맹꽁이 열차.. ㅜ.ㅜ 못탔네요.
줄이 넘 길어서.. 미리 검색해보니 평일도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은 걸린다는 거 알았는데, 오늘은 2시간 기다려야 할 거 같아서 쉬엄쉬엄 내려가자 했더니 세상에... 길을 몰라서 맹꽁이 열차 노선만 따라 갔더니.. 그 열차를 안 탔던걸 후회했습니다. ㅜ.ㅜ (엄마 미안.. ㅜ.ㅜ ) 걷는 내내 옆에 지나가는 맹꽁이 열차를 히치하이킹 하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일었거든요. ㅜ.ㅜ
암튼, 집에 가자하고 지하철 타고 오는길... 역시나 5호선 광화문역에서 우르르 어르신들이 타시는데.. 하필 그중 할아버지라고 하기에는 우리 아버지 연배이신 분이 술냄새를 풍기시면 제 옆자리 젊은 여자분들에게 시비를 거시는거에요.
젊은 사람들이 왜 자리에 앉는냐고. 내가 앉아야 한다고 계속 시비거시는데, 참 그렇더라구요.
인터넷으로만 읽던 상황을 실시간으로 봤네요. 저는 워낙 보온병이다 뭐다 짐도 많고 체력고갈로 비몽사몽 그런 상태였고..
더 웃긴건, 아니 울 엄마 패션이 광화문 코드인가 싶은게..(모자쓰시고, 백팩매시고, 운동화 그 정도)
광화문역에서 타신 저희 엄마 연세 분은 저희 엄마한테 인사를 하더라구요. -..- (아마, 처음 봐도 저희 엄마를 집회 참석자로 보셨나봐요. 나름 유대감 표시랄까.. 흠..) 저희 엄마는 얼결에 그냥 같이 고개 끄덕해 주시고..
좀 황당하죠? ^^;
공원은 깨끗하고 좋았지만.. 지금 발바닥에 불나요.ㅜ.ㅜ 하늘공원 가시는 분들은 "맹꽁이 열차" 꼭 이용하세요.
왠만해서는 빨간글씨인 날에는 안 움직이는데, 시간이 오늘밖에 안나서 외출하고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