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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이준구 교수, Jan O'Herne이라는 분을 아시나요?

서울대경제학교수 조회수 : 993
작성일 : 2019-10-09 00:23:37
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page=1&id=18685&limit=&keyk...

이 분이 누구인지 아시는 분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나도 9월 초 발행된 Economist지의 사망기사(obituary)를 읽기 전에는 이 분이 누구신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지난 8월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 할머니의 일생에 대해서 읽는 순간 나는 찌를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 분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네덜란드인으로서 일본군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갖는 고초를 당하다 풀려난 분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도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로 여러 말들이 많은데, 이 할머니의 경험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특히 『반일 종족주의』란 책이 퍼뜨리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1942년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은 거기에 거주하는 네덜란드인들을 강제수용소에 쳐넣었습니다.
O’Herne씨도 그 중 하나였는데, 1944년 어느날 일본군이 들어와 갓 스물이 넘은 그녀와 여섯 명의 처녀를 납치해 갔습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일본군 위안소였는데, 그날 이후 그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삶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첫날 밤 그를 찾은 대머리의 일본군 장교 얘기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하지 마!”를 외치며 울고 비명지르고 그를 발로 차기까지 했답니다.
그 못생긴 사내는 빙긋이 웃더니 칼집에서 칼을 꺼내 칼끝으로 그녀의 몸에서 옷을 모두 벗겨낸 후 능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똑같은 일을 당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정원에 숨었는데 발각되어 끌려나와 다시 다른 군인들의 노리개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신체적 고통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상실이 더욱 참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O’Herne씨는 원래 수녀가 되기를 원했는데, 위안소에 끌려간 후 이 꿈을 접어야만 했다는군요.
천신만고 끝에 위안소에서 풀려난 후 신부를 찾았는데, 그는 마치 더러운 것을 피하는 것처럼 그녀를 피했다고 하니까요.

O’Herne씨는 다행히도 영국 군인 Tom Ruff를 만나 결혼해 오스트레일리아의 Adelaide에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고생을 했다는 것은 가족에게 철저한 비밀로 했나 봅니다.
그녀는 일본군의 만행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었지만 거의 70세에 이르기까지 입을 꼭 다문 채 살았습니다.

1992년 O’Herne씨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찾아왔는데, TV에서 본 3명의 우리나라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본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자신도 증언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딸들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고백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능욕당한 사람의 울부짖음”(Cry of the Raped)라는 제목의 글을 봉투에 넣어 두어 딸들로 하여금 읽게 했답니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이야기가 세상으로 흘러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복수를 바라는 분노한 희생자로서가 아니라 일본이 2십만 명에 이르는 젊은 여성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범죄행위를 인정하기를 원하는 냉철한 증인으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후 O’Herne씨는 일본 토쿄에서 그리고 미국 국회에서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우익 정부가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보상을 거부했다는 사실입니다.)

O’Herne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의 코미디에 가까운 일들에 대해 새삼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매춘부였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습니까?
그들은 객관적 증거를 말하지만 피해자 자신의 생생한 증언만큼 더욱 결정적인 증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이 보았다고 주장한 객관적 증거라는 게 결국 일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선택적으로 남긴 자료 아닌가요?
지식인이라면 의당 이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고 출발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O’Herne씨를 위시한 6명의 순진한 처녀를 강제로 위안소로 끌고 간 얘기를 들으면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그런 일본군이 무슨 이유로 식민지 한국 여성들에게는 자발적 의사를 물어 데리고 갔겠습니까?
야수 같은 그들이 유독 식민지 조선에서는 신사처럼 행동했다는 게 도대체 납득이 가는 말입니까?

어떤 사람들은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이 예전에는 잠잠하게 있더니 사회단체의 부추김을 받아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O’Herne씨는 왜 70살이 다 되도록 그토록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지냈을까요?
자신의 수치스런 과거를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인가요?

난 위안부 할머니들이 과거 입을 닫고 살아온 데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독재정부하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 준다는 개념 그 자체가 희박했습니다.
별 죄도 없는데 잡아가면 그대로 끌려가고 때리면 그대로 두드려 맞고 살았던 시절 아니었습니까?
그런 정부에 대해 무슨 신뢰가 있기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겠습니까?
그저 자신의 삶이 기구한 탓이라고 체념하고 사셨을 게 분명합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켜주지 못한 원죄를 갖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 정부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일입니다.
그 분들의 아픔을 보듬고 일본으로부터 최대한의 진정어린 사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래도 모자랄 판에 별 근거도 없이 그 분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정말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ps. Jan O'Herne 씨의 사망기사를 직접 읽고 싶으신 분은 2019년 9월 7일자 Economist의
"Cries from a Handkerchief"라는 글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무지 가슴 아프지만 너무나도 감동적인 기사입니다.



IP : 117.123.xxx.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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