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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의삼과 확정된 사실의 차이-고일석 전 기자님글

맑은햇살 조회수 : 721
작성일 : 2019-10-07 08:37:56
좋은 글은 퍼날퍼날~~~~
https://www.facebook.com/100001645465277/posts/2592436367487853/


1.

조국 장관 자택 11시간 압수수색은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그 자체가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한 분노를 촉발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투입되었던 여성 검사에 대한 시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여성 검사는 외사전문 검사로 정경심 교수 자택에 명품이나 귀중품이 있는 살펴보고 그걸 빌미로 정경심 교수를 비난하기 위해서 투입됐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 여성검사가 조 장관과 통화를 하고 그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검사라는 주장까지 덧붙여지고 있습니다.

명품 귀중품 부분은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의심이긴 합니다. 검찰 실무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그것을 잘 모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만합니다. 그러나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또한 조 장관과 통화를 하고 상부에 보고한 당사자가 그 여성 검사라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속성 상 이것은 확인되기 쉽지 않은 사실입니다.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길이 없는 우리로서는 언제나 의심과 확정된 사실 그 어디 쯤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실'로 인해 분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분노하기 위해, 혹은 분노를 증폭시키기 위해 어떤 '사실'을 동원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가 인식하는 '사실'은 의심과 확정된 사실 사이의 어정쩡한 단계에서 어느 새 '확정된 사실'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정쩡한 사실'만 가지고는 분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 해당 검사가 억울하게 비난을 받는 경우일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검사는 공직자이며 공인입니다. 따라서 어떤 억울한 비판이나 비난도 감당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검찰은 능히 그럴 수 있는 놈들"이라는 비난은 검찰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이 감수해야 할 비난입니다.

그러나 해당 검사가 "외사전문으로 명품과 귀중품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됐고 통화 관련 당사자"라는 비난이 사실이 아닐 경우, 그 억울함은 비록 그가 검사라고 하더라도 감당해야 할 수준을 넘어섭니다.

명품 귀중품 주장은 제가 알기로 자칭 '해외에 사는 전직 기자'의 딴지 게시판 게시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그냥 의심일 뿐입니다. 근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해당 검사가 외사전문이라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물론 사실일 가능성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런 경우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은 할 수 있으되 마치 그것이 확인되고 확정된 사실로 생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어떤 판단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많이 봐줘야 단지 의심의 수준에 불과한 것들'을 마치 확정된 사실인 양 부풀려서 한 가족을 초토화시키고, 그것을 통해 대통령과 국민의 권력에 저항하는 검찰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최대한 확인된 사실, 확정된 사실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비록 모든 것을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전해듣는 어떤 사실들은 언제나 '의심과 확정된 사실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

이와 유사한 것이 윤석열 총장 부인과 익성과의 관련성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딴지 게시판에 누군가가 "두 회사 등기부등본 떼어봐라. 재미있는 것이 있다"고 올린 것이 시발점이 됐습니다. 그러나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윤 총장 쪽에서 발끈하기도 했지만 그를 뒷받침할 만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 우리 쪽 지지자들로부터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그저께 촛불집회에 배우 정우성이 나타났다는 포스팅이 페북에 올라왔죠. 그런데 한 시간 만에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인돼서 그 사진을 받아올리셨던 많은 분들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확인의 의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의무를 가장 무겁게 져야 할 순서는 검찰>언론>시민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순서는 거꾸로입니다.

검찰은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이것을 마치 확정된 혐의인 것처럼 마구 증폭시켜서 떠들어댑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도 시정하거나 반성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 마치 사실인 듯 돌아다닐 가능성은 불특정다수의 집합인 시민들의 영역이 훨씬 큽니다. 그런데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닐 경우 그 여부가 금방 확인되고 곧바로 시정됩니다. 그나마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정보, 사실, 진실 등의 명제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이 부분에 있어서 오히려 책임이 덜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작동되고 있는 반면에,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영역과 기관 중에 가장 엄격해야 할 검찰과 언론의 영역에서는 붕괴되다 못해 아주 짓이겨지고 있습니다.

허위 사실과 미확인 사실이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고 증폭되는 현상의 빈도와 심각성에 있어서 검찰 및 언론과 시민의 영역은 도무지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정보 유통과 공론의 건전성에 있어 검찰과 언론보다 시민의 영역이 훨씬 더 높고 강하다는 것. 검찰과 언론의 영역에서 '진실'이라는 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또 하나의 중요한 현상입니다.
IP : 175.223.xxx.10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0.7 8:43 AM (121.50.xxx.30)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손에 쥔 권력을 놓기 싫어하는 똥개들과의 차이.

  • 2. //
    '19.10.7 8:46 AM (14.40.xxx.77)

    일반인들은 의혹을 확인하기가 싶지 않지만
    기자들은 팩트체크 할 수단과 경로를 알고 있는데
    왜 기자들은 검찰의 카더라를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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