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두일페북

이분글좋아요 조회수 : 2,111
작성일 : 2019-09-29 14:49:16
민심이 천심: 서초동 후기

1.
지난주에 3만명이 왔으니 어제 10만명만 와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100만명을 넘어 무려 20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오피셜로 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이도록 한 일등공신은 단연 검찰이다.

2.
시위의 비장함보다는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축제의 현장 같았다. 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모습이다.

아이들 손을 붙잡고, 심지어 유모차까지 끌고 200만명이 운집한 거리에서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칠 수 있는 나라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대한민국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3.
여전히 언론은 이 모습을 조국의 대한 찬반의 논란으로 보도하는 곳이 많았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애써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럴수록 언론은 자신들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까먹을 것이다.

일례로 어제 JTBC, SBS 카메라를 향한 시민들의 냉소와 김어준에 대한 시민들의 열광을 비교해보면 이 부분은 좀 더 명확해진다.

제도권 언론에서는 일개 인터넷 방송 진행자라고 여전히 김어준을 폄훼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정확한 사실과 인사이트 있는 분석을 전달해주는 김어준을 자신들보다 비교도 안될 만큼 높게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4.
자, 이제 검찰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어제 서초동을 가득 메운 시민들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지라 여전히 시민들의 촛불을 두려워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난 주 11시간의 압수수색과 아들, 딸의 장시간 참고인 조사, 그리고 결정적으로 딸의 생일케익을 들고 퇴근하는 조국의 뒷 모습이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이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인데 그들은 시민들 투표에 의한 권력이 아닌지라 여전히 그들 조직을 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소를 하고 영장을 치는 것 까지는 기정사실일텐데 문제는 판사가 그것을 받느냐는 것이 당분간 가장 큰 관심이 될 것 같다. 한명숙, 김경수의 사례에서 기소에서 구속까지 우리가 아는 상식과 매우 다른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가 없다.

5.
하지만 비록 검찰이 시민들의 촛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은 그렇지가 않다. 당장 내년 4.15 총선이 이제 200일도 남지 않았다.

얄팍하게 정치적인 유불리를 계산하자면 이 촛불정국이 쭉 이어진다면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궤멸수준이 될 것인지라 가능한 빨리 마무리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검찰과 한 배를 탄 운명인지라 조국이 물러나도록 협조를 해야 하니 지금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어제 시민들의 압도적인 촛불과 응원을 확인했으니 조국수호와 사법개혁의 목소리를 더욱 당당하게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을 수호해도 이기는 것이고, 촛불정국이 길어지는 것도 내년 선거에 유리하니 내심 즐거울 것이다.

6.
무엇보다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과 관리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있는 법무부에서는 그 동안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주고, 공정수사에 대한 훼손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검찰의 폭주에 일절 나서지를 않았는데(혹은 못했는데) 어제 200만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은 이제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사법개혁과 공정수사는 별개의 아젠다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촛불의 힘이다.

7.
조국의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조국이라고 작명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촛불현장에서 조국이라는 이름은 대단히 큰 위력을 발휘했다.

“조국수호, 검찰개혁” 이라는 이 구호가 얼마나 절묘한가?
조국은 우리의 국가이자 개혁을 상징하는 자연인 조국을 모두 포함하는 중의적인 뜻을 내포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국을 욕하는 사람들은 자연인 조국이 아닌 국가를 모욕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조국을 지키려는 자 vs 조국을 무너뜨리는 자의 대결구도는 묘한 가시감마저 준다. 마치 독립군과 친일파처럼 말이다.

8.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모였는데 사건 사고 하나 없이 끝났다. 조국구속을 외치는 어그로들마저도 다양성의 일부로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프락치들은 있었겠지만 어제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실패했다. 성숙한 시민들 덕분이다.

끝까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쓰레기까지 정리정돈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이건 혁명의 상징인 프랑스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적어도 민주주의의 롤모델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우리는 또 한번 전세계에 알린 것이다. 자랑스러워 해도 될 것 같다.

9.
뒷풀이를 위해 서초동과 교대역 부근의 맛집을 배회하는데 그렇게 수많은 인파가 왔으니 그 지역 상가는 때아닌 대목을 맞이했다. 사장들은 흥이났고 알바들은 엄청 고생했다.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자카야와 일식집들만 텅텅 비었더라. 정말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사람들 참 독하다.

줄 서서 다른 가계 입장을 기다리던가 혹은 최악의 경우 못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자카야나 일식집은 가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집단행동인 셈이다. 즉 일본불매운동은 여전히 흔들림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다.

시민들의 행동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일본정부가 이 모습을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10.
뒷풀이 자리에서 새벽까지 많은 분들과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현직 언론종사자분들과 현재 언론의 불평등한 보도 지형에 대한 이유와 의견도 들을 수 있었고, 유독 20대가 서초동에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상호간에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둘 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주제들이라 좀 더 인사이트가 쌓이면 의견을 한번 개진할 생각이다. 단 이해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11.
결론적으로 우리 시민들은 또 한번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기득권이 막강하고, 시민 개개인은 미약해도 일단 시민들이 모이면 막강한 힘이 된다. 작은 냇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가 되는 것이다. 민심은 곧 천심인 것이다.

어제 서초동에 나와 촛불을 들고 기꺼이 1/200만이 되어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들의 사법개혁을 향한 열정은 이미 충분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으니 지치지 않고, 계속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으로도 그런 역사의 순간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히 영광스러운 밤이었다.

#민심이천심 #사법개혁 #200만촛불
IP : 121.129.xxx.18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문
    '19.9.29 2:50 PM (121.129.xxx.187)

    https://www.facebook.com/dooil.kim

  • 2. 클라라
    '19.9.29 2:56 PM (222.98.xxx.159) - 삭제된댓글

    좋은 글이네요!

    다만,
    "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유래가 없는 모습이다"
    유래 -> 유례로 바꿔주세요^^

  • 3. ㅋㅋ
    '19.9.29 2:57 PM (121.129.xxx.187)

    조국전쟁(이라고 쓰고 윤석열의 난으로 읽는다) 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자유일베당간에 공수가 뒤바뀌게 생겼네. 이게
    촛불의 힘.

  • 4. 쓸개코
    '19.9.29 3:00 PM (39.7.xxx.43)

    다음주에 이변이 없는한 또 가려고요.

  • 5. ..
    '19.9.29 3:16 PM (49.170.xxx.253)

    계속 참여합니다.

  • 6. ...
    '19.9.29 3:42 PM (175.117.xxx.134)

    자부심 가질만 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우리 끈질기게 지치지 않고 축제처럼 나가 봅시다!!!

  • 7. ㅇㅇ
    '19.9.29 3:53 PM (203.229.xxx.246) - 삭제된댓글

    계속 쭉 매주 나가야 합니다
    전 그럴 겁니다

  • 8. ㄴㄷ
    '19.9.29 3:57 PM (118.223.xxx.136) - 삭제된댓글

    나라를 바꾸는 일인데 200일 기꺼이 촛불투쟁 모드로 갑니다 부디 시민혁명이 완성되기를

  • 9. 점넷
    '19.9.29 4:03 PM (219.250.xxx.111)

    아......저도 그중의 한명이었다는게 참 뿌듯하네요
    가슴이 막 뛰어요

  • 10. 노무현의시대
    '19.9.29 4:40 PM (58.120.xxx.80)

    우리는 국민이 권력을 바꾸는
    민주주의의 맛을 알아버렸거든.

    노무현없는 노무현의 시대.
    ...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 11. 구운몽
    '19.9.29 6:00 PM (14.7.xxx.120)

    어제를 제대로 묘사한 글이네요.
    동감 백배 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03434 엄마의 밥타령이 싫어요 6 엄마 2019/10/28 2,890
1003433 전 친정엄마가 워킹맘이어서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 5 .. 2019/10/28 3,301
1003432 좌우귀가 반복적으로 삐~ 소리가 나는데요.. 5 ㅜㅜㅜ 2019/10/28 1,902
1003431 스트레이트 보고, 종편 매출/이익 현황 찿아보니 ... 4 편파방송 2019/10/28 1,378
1003430 국감장 현인 박원순 자막버전 1 박원순tv 2019/10/28 986
1003429 전대미문 다큐 up 63세 11 ^^ 2019/10/28 2,439
1003428 미국에선 집밥 뭐 먹나요 9 ... 2019/10/28 5,949
1003427 영어 듣기 연습, 매일 10분 정도 할 수 있는 것 뭐 있을까요.. 19 .. 2019/10/28 2,664
1003426 길냥이들 간식주고 오는길 11 스산한 밤 2019/10/28 1,308
1003425 10분 면회마친 조국 전장관에게 질문하는 기레기들(펌,사진) 32 기레기들 2019/10/28 3,362
1003424 지방시 나이팅게일백 어떤가요? 5 Hhh 2019/10/28 1,633
1003423 대학입시는 공부잘하는애가 좋은대학 가는게 맞아요 30 ... 2019/10/28 3,826
1003422 간단한 집밥 메뉴 공유합시다 27 집밥 2019/10/28 7,308
1003421 와인코르크 따개요 6 ㅇㅇㅇ 2019/10/28 720
1003420 안맞는 사람과 평생 살기 버거워요. 46 깊은 우울 .. 2019/10/28 13,808
1003419 유시민혐의,사실상 정경심만큼 무겁다고 판단한검찰 14 ㄱㄴ 2019/10/28 3,367
1003418 중등영어 수능대비와 토플 중 어떤걸 해야할까요? 2 초6 2019/10/28 891
1003417 후쿠시마산 알레르기약 먹었어요. 5 ㅡㅡ 2019/10/28 1,499
1003416 이명박이 종편만든이유 15 좃선과윤가놈.. 2019/10/28 2,828
1003415 거실에 소파베드 사용 괜찮을까요? 6 ... 2019/10/28 1,618
1003414 음식 잘 못하는데, 제가 만든건 다 맛나요.ㅠ 8 2019/10/28 2,218
1003413 저도 용돈을 따로 떼어야 할까봐요 5 ... 2019/10/28 1,847
1003412 자기기분나쁘다고 물건던지는 딸 6 원글 2019/10/28 1,851
100341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여자 혼자 여행하기 괜찮나요? 7 fkf 2019/10/28 1,586
1003410 전세로 있는집 주인 바뀌면 복비 내는건가요? 6 부동산 2019/10/28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