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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7년만의 집회 참여 후기. 길어요.

횃불 조회수 : 3,103
작성일 : 2019-09-29 03:02:29
미선이 효순이때가 마지막 집회 참여였었어요.
삶의 무게에 집회 참여는 엄두도 못 내고 살았네요.
집에서 촛불 밝히고 넷상에 댓글 한번씩 그게 전부.

며칠 전에 82쿡 글 읽다가 급하게 led 횃불 구매.
본래 용도는 정원 조명이죠.
줌인줌아웃에서 실물 보신 분들 좀 있으실 겁니다.

촛불이든 반딧불이든 크기는 상관 없어요.
누구 불빛이 더 크냐 자랑할 게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반드시, 필히.
횃불 정도는 들어야 맘이 풀리겠더란 말입니다.
거금 23000원 들여 장만.
평소에 12000원짜리 시장표 청바지 입는 녀자.^^

일교차 큰 요즘이라 가디건과 스카프, 당 떨어질까봐 사탕 몇 알 준비해서 출발. 상의는 긴팔 입었죠. 덕분에 내내 땀나서 죽을 뻔.

오후 6시 20분경에 서초역 도착하여 7번 출구로 나갔...
사람들 따라서 앞으로 걷다가 도저히 못 가고, 위드팜 약국쪽.
횃불 들고 소심하게 구호 따라 함.
광주쪽에서 오신 분들 깃발 옆이었네요.
어느 분이 혹시 '무궁화'님 아니냐고 하시네요.
아니라고 답했죠. 저는 82쿡의 점셋...이라고 제 맘 속으로만. ㅎㅎ
광주에서 오신 님들, 찾고 계시던 무궁화님과는 만나셨습니꽈?^^

처음엔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횃불 들고 머릿수 채운다는 맘이 컸네요.
초록 깃발을 반드시 보고 가겠다는 욕심이 꿈틀.
서초역 7번 출구에 붙어서서 보니 대로에 초록색 깃발이!
이글이글 82쿡 깃발에 애정의 눈길 발사!
횃불 최대한 높이 들고 열심히 구호 외쳤어요.

처음보다 조금 이동이 수월해졌기에 82쿡 깃발 있는 대로로 성큼성큼.
깃발쪽 분들께 유지니맘 언니는 어디 계시냐 묻기까지.

앞쪽으로 쭉 가다보니 맞불집회하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부젤라를 부는 이유가 있었구나.

개국본?에서 검찰청 벽면에 홀로그램 쏜 거라면서요? 옆분이 알려주심.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누군가의 얼굴이 나오는 순간 전율.
맞나요? 이제 뵐 수 없는 그리운 분의 모습도 있었나요?

최민희 의원을 뵀어요. 행진하던 방향을 거슬러 오시네요.
인파가 꽤 많이 빠진 상태라 대화 나누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분이 누군지도 몰랐던 걸 반성합니다.
티비 안 본 지 오래됐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합니다.
82쿡 아니었으면 이보다 더 무식한 녀자 됐을 겁니다.
사실 책 제대로 본 지도 꽤 오래;;;

오늘 든 횃불에 꽤 많은 분이 관심주셨고 사진찍으신 분들도 계세요.
판매처는 되도록 알기 쉽게 알려드렸습니다.
분리가 가능하고 가볍다는 점도 수차례 어필했습니다.

말씀드렸지만 판매자로 오해하셔도 괜찮습니다. 그깟 오해쯤.

직접 들고 사진 찍은 분들도 몇 분 계셨습니다.
상지대에서 오셨다는 여교수님, 탈북민이라고 소개하셨던 곱게 나이드신 에자분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소회랄까.

4자 구호, 8자 구호를 하고 스크럼 짜고 일명 닭장차 바닥을 기어가며 하던 시위 문화에 익숙했습니다. 끝물이었다지만 화염병, 최루가스를 경험한 세대이고요. 등록금 투쟁, 강제철거에 대한 연대, 정권에 대한 투쟁도 몇번은 경험한 세대. 전문 시위꾼, 데모꾼이 아니어도 당시의 대학은 그런 경험이 흔했죠.

그런 집회만 보다가 오늘 집회는 사실 싱겁긴했습니다. 이끄는 이 없이 참여자 스스로가 스피커가 되어 강력한 한 방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이 방식이 싫은 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 드러나더란 말입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오늘 본 고운 82님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저 서초동에서 세 시간 내내 얼굴에 땀닦은 휴지 붙이고 다녔네요.
님들, 참 야박. 이마에 휴지 붙었다 그 한마디가 그리 어렵던가요? ㅠㅜ^^




IP : 175.194.xxx.92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9.9.29 3:06 AM (175.194.xxx.92)

    곱게 나이드신 에자분 -> 여자분

  • 2. happymoon
    '19.9.29 3:06 AM (110.12.xxx.140)

    ㅎㅎㅎㅎㅎ야박이라기보다 이심전심^^
    그 모습도 친근하고 예뻤을테니까^^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3. 와 생생하게
    '19.9.29 3:09 AM (116.126.xxx.128)

    느껴지네요!

    애쓰셨어요 원글님~
    감사합니다~^^

  • 4. 나옹
    '19.9.29 3:11 AM (39.117.xxx.119)

    날것 그대로의 집회였지요. 앞만 보고 가느라 뒤통수들만 봐서 얼굴은 아마 못 봤을 겁니다 ㅎ

    고생하셨습니다.

  • 5. ..
    '19.9.29 3:11 AM (221.159.xxx.185) - 삭제된댓글

    앗 ㅋㅋ 횃불 사진 올려주신 분이군요 ㅋㅋ 저도 담주에는 그 횃불 사서 갈까봐요. 오늘 보니까 깃발 드신 분들이나 판넬 드신 분들 부럽더라구요. 저도 뭔가 특별한 걸 들고 싶었어요. 후기 감사하고 담주에 횃불 들고 또 만나요^^

  • 6. 오오
    '19.9.29 3:12 AM (58.123.xxx.232)

    저 이 횃불 봤어요
    제가 두서너줄 뒤쪽이었거든요
    82님이셨군요 와락~~~~~

  • 7. 나옹
    '19.9.29 3:14 AM (39.117.xxx.119)

    저는 반짝반짝 별지팡이 들고 오신 분들이 좋아 보이던데 ㅎ

    LED 횃불을 들고 오신 용자가 82에도 계신 줄은 몰라 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만나면 인사라도 드릴까봐요ㅜㅎ

  • 8. ㅎㅎ
    '19.9.29 3:14 AM (210.0.xxx.249)

    다녀와 그알까지 보느라고 모든 게 방전 ㅠ
    그래도 조금씩 정신 나네요 ㅎ
    정신없어서 전 지하철역 종로3가까지 led촛불쥐고 왔어요 ㅋ숨어있는 그네파할배들에게 시비안당한것도 신의 가호 ㅎ

    아마 새로운 집회패션인줄 알았을 거예요
    모든지 소화해내는 님에게 엄지 척!^^

  • 9. 원글
    '19.9.29 3:18 AM (175.194.xxx.92)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삶에 쫓겨 자주는 못 뵈어도 또 뵐 날 있을 겁니다.^^♥

  • 10. ㅇㅇ
    '19.9.29 3:41 AM (14.40.xxx.77)

    수고하셨어요
    우리모두의 일기네요

  • 11.
    '19.9.29 5:21 AM (218.155.xxx.211)

    저도 지난 광화문 때 나간 집회서 문화적 충격이랄까.
    다부지게 맘 준비 했는데
    우리때는 선창 후창 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호흡을 끌어내며 후창 두 번씩 하던 습관이 각인되서
    구호가 너무 싱거웠다는..ㅎㅎ
    그래도 자유롭고 축제같은 분위기도 좋았다는.

  • 12. 예쁜 님
    '19.9.29 6:34 AM (1.251.xxx.228)

    수고하셨어요
    저는 지방이라 촛불 켜놓고 집회 영상 보며 함께한 1인입니다 어제 모이신 모든 님들 존경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 13. 격문
    '19.9.29 7:53 AM (211.200.xxx.115)

    노래 부르고 싶었는데 뒤에서 3시간 가까이 우리끼리 구호만 외치다 왔네요ㅋㅋ 하지만 중간에 빠져나오면서 그 많은 군중을 보며 눈물나도록 감동했어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어제 만난 코발트** 언니 반가왔어요.

  • 14. ditto
    '19.9.29 8:34 AM (220.122.xxx.147)

    글 잘 읽었습니다 울다 웃다 읽었네요 횃불 안 무거우셨나 모르겠어요 ㅎ 감사합니다^^

  • 15. 방가요
    '19.9.29 1:43 PM (121.165.xxx.207)

    저는 5시쯤 일찍 갔는데 82님들과 같이 있느라 위드팜 약국쪽에 주로 있었어요.
    다음에 또 나오시면 82 깃발 쪽으로 오셔서 인사해요~

  • 16. 원글
    '19.9.29 10:16 PM (175.194.xxx.92)

    횃불이 플라스틱 재질이라 하나도 안 무거웠어요.
    가볍기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새털 같아요. ㅎㅎ

    곤봉 돌리기도 연습하면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려야 하나 잠시 고민합니다. 허나 그런 재주는 없으니 발언 철회합니다. 지킬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굳게 다짐.^^

    같이 합창할 노래들 몇 곡 미리 선정해서 가사를 준비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구호는 입에 좀 더 쩍쩍 붙는 것으로 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물러나라 보다는 ~물러가라 식으로.

    특히 아리랑 한번 같이 불렀음 합니다.
    혹시 불렀나요? ^^

  • 17. 원글
    '19.9.29 10:18 PM (175.194.xxx.92)

    아침이슬, 광야에서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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